파일럿을 꿈꾸던 한 솔로(올던 에런라이크)는 훈련소에서 쫓겨난 뒤 베킷(우디 해럴슨), 추바카(요나스 수오타모), 키라(에밀리아 클라크)와 함께 팀을 꾸려 위험한 임무에 도전한다. <스타워즈> 시리즈 중 한 솔로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영화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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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한동원의 영화감별사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파일럿을 꿈꾸던 한 솔로(올던 에런라이크)는 훈련소에서 쫓겨난 뒤 베킷(우디 해럴슨), 추바카(요나스 수오타모), 키라(에밀리아 클라크)와 함께 팀을 꾸려 위험한 임무에 도전한다. <스타워즈> 시리즈 중 한 솔로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영화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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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인디아나 존스’풍 모험담
올던 에런라이크가 ‘한 솔로’ 맡고
론 하워드 감독이 메가톤 잡아 캐릭터의 밋밋하고 진부한 대사
장면 위한 장면 작위성 아쉬워
‘키라’ 역의 에밀리아 클라크는
<한 솔로>가 거둔 수확 중 하나 이는 단연 <스타워즈> 팬들, 그중에서도 특히 오비완 커노비를 이완 맥그리거가 아닌 앨릭 기니스로 기억하는 세대의 팬들을 위한 보너스일 텐데, 하긴 <한 솔로>가 몇 마디 되지도 않는 <제국의 역습>의 짤막한 대사들(예컨대, 오랜 친구 랜도 칼리지언의 “내 우주선에 무슨 짓을 했어?”에 “‘네’ 우주선이라고? 내가 정당한 내기로 딴 우주선이라는 거 잊었냐?”라는 솔로의 응수 등)을 배양해서 만들어진 영화이니만큼, 솔로와 추바카-랜도 칼리지언-밀레니엄 팰컨과의 첫 만남 등 모든 것의 출발점을 밝히는 팬 서비스를 해주는 것 또한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다. 더불어 영화는 <제국의 역습>에서 얼음행성 ‘호스’에 숨은 반란군을 찾아낸 정찰 드로이드라든지, 밀레니엄 팰컨의 그 유명한 홀로그램 체스판, 솔로의 수많은 결정타 중 하나인 “때려 밟아”(Punch it)라든지 하는 자잘한 추억 아이템들을 곳곳에 흩뿌려두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이렇게 영화가 팬들을 위해 마련해 둔 크고 작은 기념품들을 영화 곳곳에서 수집하는 일은 충분히 즐겁다. 한편으론 <한 솔로>가 보인 ‘시리즈 최초’의 면모들 또한 나쁘지 않다. <한 솔로>의 주조색은 스타워즈 은하계 안에서는 상당히 독특한 톤인 모래색(또는 세피아)이다. 특히 뉴멕시코 사막 황무지 한가운데에 버려진 외딴 마을스러운 비주얼을 보이는 영화의 최종 수렴 지점인 바닷가 모래사장에서는, 마카로니 웨스턴을 흠모하는 모든 영화에 거의 예외 없이 등장하는 구도, 즉 ‘허리춤에 느슨하게 권총을 걸친 건맨의 뒷모습과 그와 마주 선 상대방’ 장면이 어김없이 등장한다(이는 로런스 캐즈던이 각본을 썼던 <레이더스>에서도 예외 없이 등장했었다). 디테일 부족하고, ‘베킷’ 캐릭터 아쉬워 그런데 문제는 이 장면이 ‘이쯤에서 결정타 한 방’이라는 당위에 의해 상당히 작위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제국의 역습>에서 솔로와 랜도의 오랜만의 재회(갑자기 나타난 솔로에게 랜도는 정색을 한 채 “그딴 짓을 해놓고 감히 여기 나타나”라고 화를 내다가 절친 모드로 돌아가는 그 장면)를 거꾸로 뒤집은 ‘셀프 패러디’ 또한 장면을 위한 장면의 작위적 향취를 강하게 풍긴다. 뭐, 이런 부분은, 맞다, 지극히 사소한 결함이다. <한 솔로>의 중추 중 하나라 할 솔로와 랜도의 도박 장면의 느슨함에 비하면 말이다. 밀레니엄 팰컨을 놓고 벌이는 솔로와 랜도의 카드게임 한판은, 단순한 우주선 따내기 게임이 아닌 서로의 캐릭터와 카리스마, 그리고 인연의 시작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찬스에 다름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대본 정말 대충 쓰네’라는 데드풀 내레이션의 환청이 들릴 정도로 밋밋한 대사와 긴박감 없는 따분한 연출로 일관한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적어도 솔로-랜도 사이에서라면 그보다는 더 재미있고 날 선 티격태격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이러한 밋밋함은 도박 장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물론 큰 틀로만 본다면 <한 솔로>는 날건달 솔로의 기구하고도 화려한 인생역정과 제국이 벌이는 전쟁, 그를 둘러싼 다양한 세력들의 얽히고설키기, 그리고 솔로의 옛사랑이라는 세가지 큰 요소를 상당히 솜씨 좋게 ‘우주 인디아나 존스’풍의 모험담으로 결합시키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디테일은 프라다를 입는다. 특히 대사에서 그렇다. 결정적 상황들마다 캐릭터들은 기대될 법한 예리함이나 바삭함 없는 그저 밋밋하고 진부한 대사를 느긋하게 읊는다. 한 솔로의 핵심 중 핵심인 ‘인생 쓴맛 단맛 다 봤다’라는 듯 유들유들한 조크는 하이퍼스페이스 너머 저 멀리로 날아가버렸고, 그 자리를 올던 에런라이크의 별 까닭 없고 그리하여 와 닿는 바 또한 없는 상설전시 미소가 대신하고 있다. 올던 에런라이크의 캐스팅을 빼고 얘기한다면, <한 솔로>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베킷’ 캐릭터의 매력 및 카리스마다. 솔로를 위한 오비완 커노비 격인 이 캐릭터는 쌍권총을, 다름도 아닌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능수능란하게 돌리며 등장하여 남다른 카리스마와 매력을 기대하게 하는데, 그 뒤로 이렇다 할 카리스마나 기억될 만한 대목 없이, 랜도와 키라 등의 주요 캐릭터들에 밀려 영화의 바깥쪽에서 출연대기하고 있는 듯한 형국을 연출함으로써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영화 막판에 등장하는 정서적 클라이맥스의 폭발력은 전적으로 솔로와 베킷 사이의 교감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여 결국 그 폭발의 위력은 연막탄 수준에 머문다. 하지만 이른바 팜파탈의 색채를 짙게 풍기는 여인인 ‘키라’ 역의 에밀리아 클라크만큼은 <한 솔로>가 거둔 몇 안 되는 수확 중 하나일 것이다. 이제껏 영화 쪽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이라고는 할 수 없었던 그녀는, <한 솔로>에서만큼은 제자리를 찾은 나사처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다. 결말을 보면 아마도 이어지는 다음 편에서는 ‘키라’ 캐릭터가 더욱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듯싶은데(더불어 ‘다스 시디어스’ 또한), 모쪼록 다음 편에서는 솔로와 랜도를 비롯한 핵심 캐릭터들의 본연의 매력이 좀 더 선명하게 증폭될 수 있기를 한 솔로 캐릭터 팬의 한 사람으로서 충심으로 기대한다. 비록 해리슨 포드의 한 솔로는 두번 죽었다 해도(<깨어난 포스>에서 한번, 올던 에런라이크의 캐스팅으로 또 한번). 올던 에런라이크의 한 솔로는 ‘밀수꾼에 도박꾼에 우주 날건달’(scoundrel, 레아 공주가 부여한 솔로의 정식 학명)보다는, 디즈니 제국의 충실하고도 모범적인 신민에 가까워 보이기는 해도. 한 솔로는 간단하게 없었던 일로 칠 수 있는 그런 캐릭터는 아니기 때문에. 한동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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