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16 10:33
수정 : 2017.12.1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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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깨어난 포스>와 달리 루크 스카이워커를 찾아간 주인공 레이는 자신의 수련보다는 그의 속세 복귀를 위해 힘쓴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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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한동원의 영화 감별사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주요 인물, 물건 등장마다 자막 설명
<스타워즈> 잘 모르는 젊은 관객 위해
‘친절’한 연출, 그러나 영화 말미에
‘결정타’ 등장 전까지 처진 전개 아쉬워
도입부 대규모 전투, 수련하는 주인공 등
서사는 <제국의 역습>에서 따와 눈길
다만 악당 카일로 렌의 카리스마 부재
향후 이 시리즈가 해결할 숙제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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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깨어난 포스>와 달리 루크 스카이워커를 찾아간 주인공 레이는 자신의 수련보다는 그의 속세 복귀를 위해 힘쓴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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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인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이하 제목에서 ‘스타워즈’ 생략)에는, 이제까지 없었던 게 하나 있다. 바로 몇몇 주요 캐릭터들이 등장할 때마다 이름과 배경을 설명하는 자막이 화면 한구석에 등장하는 것이다.
좀 이상하다. 설마 관객들이 2년 전에 본 영화의 캐릭터를 기억해내지 못할 리는 없을 테고. 아무래도 이건 스타워즈의 첫 3부작(에피소드 4·5·6 이하 ‘원조’ 스타워즈) 출신의 원로급 캐릭터들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로봇 ‘알투디투’(R2D2)가 젊은 시절의 레아 공주가 오비완 커노비에게 도움을 청하는 홀로그램을 다시 재생해주는 장면에서 이게 뭔지를 설명해주는 자막이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원조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거의 ‘1 더하기 1은 2’처럼 느껴질 이런 해설 말이다. 그렇다. 이 영화가 원조 스타워즈로부터 머나먼 은하계에서 태어난 21세기의 새로운 관객을 위한 영화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그럼에도 큰 틀로 볼 때 <라스트 제다이>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것은 과거의 거목들이다. 이는 제목뿐 아니라 포스터에서도 확실하게 나타나 있다. 일종의 캐릭터 만다라라 할 스타워즈 포스터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이 영화의 포스터에는 중앙에 레아 공주, 그 바로 위에 훨씬 큰 크기로 루크의 어두운 얼굴이 배치돼 있다. 그 양쪽으로는 신진 주인공들인 좌 레이(데이지 리들리), 우 카일로 렌(애덤 드라이버)이 광선검을 든 채 등을 돌린 상태로 배치돼 있고, 이하 캐릭터들은 비중에 맞게 적당히 분산 배치돼 있다.
‘원조’ 스타워즈와 차별성 보이려 노력
요컨대 루크 스카이워커와 레아 공주는 <라스트 제다이>의 큰 축이다. 속칭 ‘낚시의 제왕' 제이제이(J.J.) 에이브럼스의 연출작답게 대사 한마디 없는 은둔 고수적 카리스마로 마지막 결정타 한 방을 날림으로써 도무지 다음 편을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루크 스카이워커는 이번 편에서는 ‘은하계의 끝' 외딴섬에서 주인공 레이의 제다이 수련 및 그의 자아성찰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다. <제국의 역습>의 요다가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전쟁이 한창인 속세에서는 그의 쌍둥이 누이 레아 공주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반란군의 정신적 지주로서 레이 이외의 나머지 캐릭터들이 뛰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고 있다. 그곳에서 반항아 반란군 포(오스카 아이작)와 전향 스톰트루퍼 핀(존 보예가)은 각자 주어진 미션 및 역할을 소화한다. 다혈질인 포는 이전까지 추적 불가 지역이었던 ‘하이퍼스페이스'에서도 추적을 해오는 악의 세력 ‘퍼스트 오더'의 거대 전함으로부터 아군을 무사히 피신시키기 위해 극단적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한편 핀과 그의 동행인 로즈(켈리 마리 트란)는 적의 거대전함의 추적시스템을 끄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곳으로의 침투를 도와줄 ‘마스터 코드브레이커'를 찾아 전쟁으로 돈을 번 ‘죽음의 상인’들이 주지육림으로 밤을 불사르는 도박행성으로 향한다.
이쯤에서 짐작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라스트 제다이>는 스카이워커와 레아 공주 외에 시리즈 중 최고작으로 평가되는 <제국의 역습>이라는 유산을 물려받고 있다. 도입부의 대규모 전투와 반란군의 패퇴부터 수련을 위해 은둔한 제다이 마스터를 찾아간 주인공, 그리고 악의 축의 교감으로 인해 새롭게 드러나는 비밀 등 기본적으로 <라스트 제다이>는 <제국의 역습>의 큰 흐름을 따르고 있다. 양쪽 모두 3부작 중 2편이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하지만 원조 1편인 <새로운 희망>의 외관부터 정서적 핵심(소년적 천진함과 사춘기적 동경, 모험 영화적 낭만성과 냉소, 톡 쏘는 유머감각)까지 얄미울 정도로 알뜰히 추려내 활용했던 새 스타워즈의 1편 <깨어난 포스>와는 달리 <라스트 제다이>는 그 골격만 취할 뿐 원조 스타워즈로부터의 본격 분리를 시도하고 있다. 아마도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가장 결정적인 분수령은 바로 이 지점일 것이다.
루크 스카이워커를 찾아간 레이는 자신의 수련보다는 루크의 속세 복귀를 위해 힘쓴다. 그러면서 루크가 은하계 전체를 등지고 은둔한 사연을 캐고자 하지만, 영화는 그것을 알려주지 않은 채 꼭꼭 숨겨둔다. 그것은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해야만 할 핵심 결정타이므로. 여기에 더해 예전 <제국의 역습>에서 젊은 스카이워커가 요다로부터 받았던 수련에 비하면 거의 3분 속성이라 할 수련 과정을 거쳐 압도적 포스를 각성하게 된 레이. 그는 악의 축 카일로 렌과 포스를 통해 거의 영상통화급(실제로 레이는 상의를 벗어젖힌 채 말을 건 카일로 렌에게 “뭘 좀 입고 오시지?”라는 불평을 날리기까지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조크였다.) 염력 대화를 주고받는데, 그 내용 역시 알맹이 없이 주변을 맴돈다. 이 또한 영화의 후반부에 나와야 할 결정타인 관계로. 그런데 그 결정타의 강도와는 별개로 이 사전 조이기 과정 역시 영화의 일부임은 분명한데, 그 과정이 그다지 흥미롭거나 별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점은 이 영화의 중반부 처짐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레아 공주가 관장하는 속세 측의 사정 또한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원조’(에피소드 4와 6)에서 등장했던 ‘데스스타의 사정권 진입 카운트다운'을 차용한 ‘거대전함의 사정권 진입 카운트다운'은 함(艦) 대 함 도주전의 형국을 띰으로써 이전의 행성 대 행성 스케일을 대폭 축소한 재판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란군의 전멸 임박이라는 사안의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특히 돌발 사태로 레아 공주의 지휘권을 물려받게 된 새 지휘관 애밀린 홀도(로라 던)의 등장은 그리 성공적인 포석으로 보이지 않는다. 여기는 스타워즈의 세계다. 절체절명의 위기 사태에 갑자기 하늘하늘 드레스 입고 등장한 우아하고 고상한 금수저풍 지도자가 무대책의 대책만 고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더구나 굳이 그 이유를 얘기해주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반전이 있을 것은 거의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이후 등장할 그의 노림수가 충분히 기발한 것이라면 이런 포석은 문제될 것 없겠으나 안타깝게도 사정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여전히 그리운 악당 ‘다스베이더’의 존재
핀과 로즈가 찾아간 도박행성 캔토 바이트 쪽의 사정도 크게 낫지 않다. 이 대목에서 깔리는 ‘죽음의 상인'에 대한 비판은 그 자체로 훌륭했지만 대단히 많은 공을 들인 것과는 별개로 머나먼 우주가 아닌 지구의 어딘가처럼 느껴지는 세트 디자인과 너무 훤히 보이는 풍자는, 대부분의 스타워즈 팬들에게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던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을 다분히 떠올리게 하고 있다. 물론 영화가 그토록 아껴왔던 결정타인 카일로 렌과 루크 스카이워커 사이에 숨겨진 과거사가 드러나는 중후반부터 영화는 급격히 활력을 되찾는다. 마지막 스펙터클로서 <제국의 역습>의 도입부를 새롭게 재탄생시킨 코끼리형 전차 AT-M6와의 일대격돌 전투 장면도 준비돼 있다. 원조 엑스윙의 기체 도장(塗裝)을 닮은 흰색과 붉은색의 대비가 강렬한 이 전투 장면은 그 이전에 등장했던 다른 장면처럼 역시나 현란하고 속도감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장면에 압도감을 얹고 있는 것은 (*이하 스포일러) 마침내 실현된 루크 스카이워커의 속세 현신이다. 이 장면에서 그는 새로운 악의 축으로 거듭난 카일로 렌과 최후의 격돌을 벌이고 있는데, 이 결정적인 대목에서 카일로 렌이 보여준 조악하고도 치기 어린 공격을 가볍게 먼지 한 번 털어주는 식으로 제압하는 그 동작 하나만으로도 그는 <라스트 제다이>를 통째로 구원하며 자신에게 바쳐진 제목에 보답한다.
그럼에도 전편 <깨어난 포스>부터 드리워져 있던 어둠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악의 축 카일로 렌의 카리스마 부족 말이다. 전편에서 별다른 무시무시함 없이 용도가 불분명한 헬멧을 쓰고 벗길 반복하며 외할아버지 다스베이더의 코스프레에 머물고 말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그는 이번 편에서도 그다지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주최 측도 그런 점을 의식하고 있었던 듯 카일로 렌은 이번 편에서 스승이자 주군인 스노크(앤디 서키스)가 던진 “그 멍청한 헬멧”이라는 한마디에 전편부터 보였던 특유의 분노조절장애를 보이며 격분한 끝에 헬멧을 박살내고 말았다. 바로 이 장면이야말로 <라스트 제다이>가 보여준 가장 통쾌하고도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가운데, 카일로 렌이 보여준 카리스마 함량 부족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앞날에 드리운 거대한 위협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원조 스타워즈가 실질적으로는 다스베이더의 영화였고, 그것이 스타워즈 최고의 성공 요인이었음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p.s. 고 캐리 피셔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빈다. 아무쪼록 포스가 그녀와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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