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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2.12 20:08 수정 : 2016.02.13 10:40

영화 <검사외전>은 ‘설마 <쇼생크 탈출>을?’ 하는 믿음에 허를 찌르듯 그 영화의 설정들을 고스란히 긁어온다. 쇼박스 제공

[토요판] 한동원의 영화감별사
검사외전

왕년 한국영화판에서 조폭이 점유하던 인기를 최근 구가하고 있는 직군인 검사님이 또다시 오시어 흥행 싹쓸이 중이다. 이번엔 제목에 아예 ‘검사’ 두 글자 제대로 앞세우고.

더구나 그 검사 역은 현재 가장 분주히 모셔지고 있는 배우인 황정민. 그리고 그와 합을 맞추고 있는 상대 배우는 강동원. 그 ‘신부복 때깔’만으로도 영화를 보고 싶은 욕구를 안겼던 그 강동원의 이번 의상은 신부복의 반대말 죄수복. 게다가 이 쌍끌이 캐스팅으로도 모자라 이성민, 박성웅을 위시하여 김병옥, 김원해, 주진모, 김홍파 등등 잘만 조합하면 영화 세 편 정도는 너끈히 뽑아낼 만큼의 질과 양을 공히 갖춘 배우들이 이 한 영화에 모두 결집한 마당에야 대체 감별의 여지 따위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지만 여지는 있다. 언제나처럼.

그 첫 번째는 이 검사범람의 시대에 ① <검사외전>의 검사는 과연 어떠한 개성 및 특장점을 보이고 있는가, 이다. 이에 대한 답으로서 <검사외전>은 조폭을 조연으로 두는 대신, 아예 조폭 기능성을 자체적으로 내장한 검사 ‘변재욱 검사’를 내놓고 있다. 그렇다. 지금까지 가벼운 여담 정도로 수줍게 거론되던 검사님의 폭력은 <검사외전>에서는 아예 핵심 소재의 자리로까지 영전되고 있는바, ‘변 검사’는 맘에 안 드는 피의자들은 옆차기 귓방망이 등의 폭행으로 일단 매만져주고 들어가는 폭력검사고, 그 덕분에 결국 피의자 살해의 누명을 쓰고 투옥된다.

사실 언행이나 정신세계에 있어서 별다른 개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변 검사’는 폭력에 살인누명에 투옥이라는 상당히 검사스럽지 않은 행보를 초반부터 밟아줌으로써, 이러한 약점을 1차 방어하고 들어간다.

바로 여기에서 두 번째 감별포인트가 대두된다. 그렇다면 영화의 핵심 포인트로 강조되고 있는 ② 교도소는 얼마나 참신하고 밀도 있게 다뤄지고 있는가, 가 그것이다.

자, 그런데 보자.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엘리트’라는 이 설정에서 거의 즉시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맞다. <쇼생크 탈출>이다. 하여 우리는 ‘설마 <쇼생크 탈출>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만, 영화는 오히려 그 허를 찌르듯 <쇼생크 탈출>의 설정들을 고스란히 긁어오는, 나름 역발상이라면 역발상이라 할 대담함을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주인공이 교도관들에게 법률자문 등의 전문서비스를 제공하여 자신을 괴롭히는 악질 수감자를 교도관들이 응징하도록 한다든가, 껄렁껄렁 유들유들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미남형 잡범이 신참으로 들어오는데 그가 주인공의 억울함을 밝힐 결정적 정보를 가지고 있다든가.

하지만 뭐, 이 정도의 ‘긁어오기’야 워낙에 일상다반사인데다가, 나름 꼼꼼한 세부수정 및 토착화를 거친지라 딱히 민망할 것도 없음이다. 더구나 그 ‘미남형 잡범’을 연기하는 배우가 누군가. 다름도 아닌 강동원이 아닌가!

하여 우리는 곧장 다음 감별포인트, 즉 ③ 강동원이 연기하는 뺀질이 사기꾼 ‘한치원’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리고 그의 사기 기술은 얼마나 그럴싸한가, 로 넘어간다.

일단 ‘한치원’ 캐릭터는 펜실베이니아 유학생을 사칭하여 부잣집 딸 벗겨먹는 잡사기범이다. 그는 입만 열면 되도 않는 잉글리시를 들이 믹스하여 스피크하는 짝퉁 코리안 아메리칸 행각을 까불까불 벌여주고 있는데, 이런 잡스런 캐릭터를 다름 아닌 강동원이 연기하는 것을 보는 재미는 깨알지다만 그 개그의 약효는 기껏해야 10분 정도다(강동원 골수팬이라면 최대한 20분 정도까지 늘려잡을 수도 있겠다). 하여 ‘한치원’ 캐릭터의 매력(그리고 어쩌면 이 영화 전체의 매력)은 결국 그의 언행보다는 그의 전문분야, 즉 사기에서의 매끄러움과 전문성에 의해 최종 승부가 나게 되는데, 바로 이 대목에서 영화는 중대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일단 ‘한치원’은 (*여기서부터 소정의 스포일러 포함*) 자신의 분야에서 관객을 감탄시킬 만큼의 전문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사기 목표녀의 가족과의 식사 자리에서 그녀 오빠가 던지는 대단찮은 몇 마디에도 금세 정체를 노출해버리고 마는 등 핵심 업무에서조차 아무 전문성도 보여주지 못한다(뭐, 애초에 그 구수한 잉글리시부터가 그랬다).

그런데 ‘변 검사’는 ‘한치원’을 아바타처럼 리모트컨트롤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영화 1시간 경과 시점에 출옥시킨다. 그리하여 ‘한치원’은 검사 출신 유력 정치인과 현역 부장검사를 상대로 첩보/위장/잠입/심리전 등이 어우러진 사기행각을 벌여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는데, 정의구현 해피엔딩을 위해 그 사기는 반드시 성공을 거둬야만 한다.

따라서 영화의 선택은 둘 중 하나뿐이다. 안 그렇던 사기범이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유능해지거나, 정치인과 검찰이 무능한 사기범보다 더 무능 및 멍청해지거나. 그리고 영화가 이 중 어느 쪽을 선택했을지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한동원 영화평론가
영화는 막판에 돌연 법정물로 급선회하며 <어 퓨 굿맨>의 향취 물씬 풍기는 통렬한 엔딩으로 대미를 장식하려 하나, 이미 감방무비로도, 버디무비로도, 사기무비로도, 심지어 검찰무비로도 기준치 넘는 함량을 보여주지 못한 당 영화의 최후 법정공방이 어떨지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며, 다음 말씀으로 감별 결과에 갈음한다.

강동원 귀염연기 장편 쇼케이스.

한동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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