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일사’는 걸출한 여성 캐릭터다. 뻔한 로맨스, 마지막의 키스 한 방조차 배제하면서 독립성, 액션성, 지능성 세 측면 모두에서 높은 완성도를 기록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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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한동원의 영화감별사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굳이 감별이 필요한가? 일단은 톰 크루즈 형의 영화인데다가 그의 간판 프랜차이즈인 미션 임파서블(이하 ‘MI’) 시리즈의 신작인 마당에?
하지만 일말의 불길한 그림자가 감지된다. 다름 아닌, 시리즈 최악의 오점으로 분류되기에 큰 무리가 없는 2편의 그림자다. 그렇다. 이번 5편의 예고편, 프로모션용 무비클립 등에서는 2편에서 사용됐던 최신형 갑빠 오토바이 추격전 등이 또다시 목격되고 있다.
더욱 결정적인 부분은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다. 아무리 이든 헌트(즉, 톰 형)의 원톱 영화라고는 하나, 산기슭을 헤매는 고독한 첩보 승냥이를 지향하는 007 시리즈와는 달리 MI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팀플레이를 그 근간으로 삼음으로써 007과의 차별성을 긋는다. 그런데 2편은 시리즈의 이러한 불문율을 깨며, 섣불리 이든 헌트와 여성 캐릭터 간의 사사로운 정분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MI 시리즈적 정체성을 완전 상실하는 화를 자초했던바, 5편 또한 그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장면들이 속속 목격되고 있다. 더구나 해당 여성 캐릭터 ‘일사’를 연기하는 리베카 퍼거슨의 마스크는 왠지 2편의 탠디 뉴턴과 매우 일맥상통하는 분위기까지 풍겨 불길함을 더한다.
하여 금번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감별은 여성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는바,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5편의 여성 캐릭터인 ‘일사’는 단연 성공적이다. 단지 MI 시리즈뿐만이 아니라, 작금의 스파이물들의 맥락에서 볼 때도 ‘일사’는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기록하고 있다. 대체 어떤 면에서?
‘일사’ 캐릭터가 보여준 완성도는 크게 ① 독립성 ② 액션성 ③ 지능성의 세가지 측면에서 논할 수 있다. 보통 제임스 본드나 제이슨 본이나 이든 헌트처럼 강력한 남우 주연 캐릭터를 만나게 되면 여성 캐릭터는 보통 그들의 중력장에 빨려들면서 그의 조수, 또는 조수 겸 연인, 또는 조수 겸 연인 겸 배신자, 셋 중 하나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① 독립성] MI 5편의 ‘일사’는 이든 헌트와 똑같은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은 조직원’의 지위를 점유함으로써, 이든 헌트와 계속하여 얽히면서도 그의 조수나 부속품으로는 전락하지 않는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은 어쨌거나 액션 무비의 세계. 그러한 독립성은 [② 액션성] 강력한(강력해 보이는) 액션 능력이 뒷받침되어야만 지속 가능할 것인데, 여기에서도 ‘일사’는 이든 헌트에 결코 밀리지 않는 액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적의 어깨 위에 나비처럼 올라탄 뒤 벌처럼 쏘기’ 액션이나 ‘건물 기둥 이용하여 그림자처럼 적에게 접근하기’ 동작은 안무 잘된 춤처럼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뭇 남성들로 하여금 ‘건들면 맞는다’라는 위협감을 각인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2편 재탕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을 안겼더랬던 오토바이 질주 액션에서 역시 그녀의 독립성 및 액션성은 확인되고 있다. ‘일사’는 ‘오토바이 탄 남주인공에게 구조된 뒤, 그이의 허리 껴안고 (안전모도 안 쓴 채) 뒷자리에 앉아 가기’ 같은 기존의 여성 캐릭터들의 수동적이고도 퇴행적 행태를 답습하지 않고, 액션 대열의 선두를 내내 놓치지 않은 채 각종 추격과 공격을 격퇴하는 등의 바람직한 액션여성상을 굳건히 확립함으로써, 남주인공 이든 헌트로부터 “오토바이 꽤 잘 타던데”라는 감탄사마저도 이끌어내고 있다.
나아가 그녀는, 남주인공 이든 헌트와의 일대일 승부로 결국 좁혀지는 이 오토바이 추격전에서 [③ 지능성]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습적이고도 기발한 ‘한 수’로 그에게 완승을 거둠으로써, 지능 면에서도 이든 헌트에게 결코 뒤지지 않음을 과시해준다. 덕분에 2편의 악몽의 재현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안겼던 오토바이 추격전은, ‘일사’가 찍어준 꽤 멋들어진 마침표와 함께 입장료 값을 해주는 영양가 높은 액션으로 확정판결될 수 있었다.
더불어 2편과 같은 어설프기 짝이 없는 로맨스가 철저히 배격되었음은 물론, 한번쯤 안 해주면 현행법 위반이라도 되는 듯 어김없이 등장하였던 마지막 키스 한 방까지도 자제됨으로써, ‘일사’는 이번 5편이 거둔 가장 성공적인 수확으로 자리매김된다.
사실 이번 5편은 MI보다는 007 쪽에 더 많이 근접해 있다. 그러면서도 영국 정보부에 대한 미국 정보부의 우월함을 주장하는 설정을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미국을 ‘불량국가’(Rogue States)로 지목했던 노엄 촘스키의 저서 제목을 그대로 연상시키는 ‘불량나라’(Rogue Nation)라는 부제를 단 채, 미국을 영국이 배태한 ‘불량나라’에 대항해 싸우는 나라로 묘사하는 등, 영국인도 아닌 내가 봐도 영국인들 상당히 울컥하겠다 싶은 설정 밑바닥에 깔아놓고 있다만, 뭐, 한국인인 우린 그러거나 말거나다.
한동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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