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5.07.31 19:03 수정 : 2015.11.30 11:08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일사’는 걸출한 여성 캐릭터다. 뻔한 로맨스, 마지막의 키스 한 방조차 배제하면서 독립성, 액션성, 지능성 세 측면 모두에서 높은 완성도를 기록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토요판] 한동원의 영화감별사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굳이 감별이 필요한가? 일단은 톰 크루즈 형의 영화인데다가 그의 간판 프랜차이즈인 미션 임파서블(이하 ‘MI’) 시리즈의 신작인 마당에?

하지만 일말의 불길한 그림자가 감지된다. 다름 아닌, 시리즈 최악의 오점으로 분류되기에 큰 무리가 없는 2편의 그림자다. 그렇다. 이번 5편의 예고편, 프로모션용 무비클립 등에서는 2편에서 사용됐던 최신형 갑빠 오토바이 추격전 등이 또다시 목격되고 있다.

더욱 결정적인 부분은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다. 아무리 이든 헌트(즉, 톰 형)의 원톱 영화라고는 하나, 산기슭을 헤매는 고독한 첩보 승냥이를 지향하는 007 시리즈와는 달리 MI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팀플레이를 그 근간으로 삼음으로써 007과의 차별성을 긋는다. 그런데 2편은 시리즈의 이러한 불문율을 깨며, 섣불리 이든 헌트와 여성 캐릭터 간의 사사로운 정분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MI 시리즈적 정체성을 완전 상실하는 화를 자초했던바, 5편 또한 그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장면들이 속속 목격되고 있다. 더구나 해당 여성 캐릭터 ‘일사’를 연기하는 리베카 퍼거슨의 마스크는 왠지 2편의 탠디 뉴턴과 매우 일맥상통하는 분위기까지 풍겨 불길함을 더한다.

하여 금번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감별은 여성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는바,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5편의 여성 캐릭터인 ‘일사’는 단연 성공적이다. 단지 MI 시리즈뿐만이 아니라, 작금의 스파이물들의 맥락에서 볼 때도 ‘일사’는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기록하고 있다. 대체 어떤 면에서?

‘일사’ 캐릭터가 보여준 완성도는 크게 ① 독립성 ② 액션성 ③ 지능성의 세가지 측면에서 논할 수 있다. 보통 제임스 본드나 제이슨 본이나 이든 헌트처럼 강력한 남우 주연 캐릭터를 만나게 되면 여성 캐릭터는 보통 그들의 중력장에 빨려들면서 그의 조수, 또는 조수 겸 연인, 또는 조수 겸 연인 겸 배신자, 셋 중 하나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① 독립성] MI 5편의 ‘일사’는 이든 헌트와 똑같은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은 조직원’의 지위를 점유함으로써, 이든 헌트와 계속하여 얽히면서도 그의 조수나 부속품으로는 전락하지 않는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은 어쨌거나 액션 무비의 세계. 그러한 독립성은 [② 액션성] 강력한(강력해 보이는) 액션 능력이 뒷받침되어야만 지속 가능할 것인데, 여기에서도 ‘일사’는 이든 헌트에 결코 밀리지 않는 액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적의 어깨 위에 나비처럼 올라탄 뒤 벌처럼 쏘기’ 액션이나 ‘건물 기둥 이용하여 그림자처럼 적에게 접근하기’ 동작은 안무 잘된 춤처럼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뭇 남성들로 하여금 ‘건들면 맞는다’라는 위협감을 각인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2편 재탕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을 안겼더랬던 오토바이 질주 액션에서 역시 그녀의 독립성 및 액션성은 확인되고 있다. ‘일사’는 ‘오토바이 탄 남주인공에게 구조된 뒤, 그이의 허리 껴안고 (안전모도 안 쓴 채) 뒷자리에 앉아 가기’ 같은 기존의 여성 캐릭터들의 수동적이고도 퇴행적 행태를 답습하지 않고, 액션 대열의 선두를 내내 놓치지 않은 채 각종 추격과 공격을 격퇴하는 등의 바람직한 액션여성상을 굳건히 확립함으로써, 남주인공 이든 헌트로부터 “오토바이 꽤 잘 타던데”라는 감탄사마저도 이끌어내고 있다.

나아가 그녀는, 남주인공 이든 헌트와의 일대일 승부로 결국 좁혀지는 이 오토바이 추격전에서 [③ 지능성]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습적이고도 기발한 ‘한 수’로 그에게 완승을 거둠으로써, 지능 면에서도 이든 헌트에게 결코 뒤지지 않음을 과시해준다. 덕분에 2편의 악몽의 재현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안겼던 오토바이 추격전은, ‘일사’가 찍어준 꽤 멋들어진 마침표와 함께 입장료 값을 해주는 영양가 높은 액션으로 확정판결될 수 있었다.

더불어 2편과 같은 어설프기 짝이 없는 로맨스가 철저히 배격되었음은 물론, 한번쯤 안 해주면 현행법 위반이라도 되는 듯 어김없이 등장하였던 마지막 키스 한 방까지도 자제됨으로써, ‘일사’는 이번 5편이 거둔 가장 성공적인 수확으로 자리매김된다.

사실 이번 5편은 MI보다는 007 쪽에 더 많이 근접해 있다. 그러면서도 영국 정보부에 대한 미국 정보부의 우월함을 주장하는 설정을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미국을 ‘불량국가’(Rogue States)로 지목했던 노엄 촘스키의 저서 제목을 그대로 연상시키는 ‘불량나라’(Rogue Nation)라는 부제를 단 채, 미국을 영국이 배태한 ‘불량나라’에 대항해 싸우는 나라로 묘사하는 등, 영국인도 아닌 내가 봐도 영국인들 상당히 울컥하겠다 싶은 설정 밑바닥에 깔아놓고 있다만, 뭐, 한국인인 우린 그러거나 말거나다.

한동원 영화평론가
적어도 2편의 과오를 깔끔히 씻었다는 점만으로도, 그리고 ‘일사’라는 걸출한 캐릭터를 배출했다는 점만으로도 5편은 충분히 입장료 값을 해주는 영화라는 결론으로 오늘의 감별에 갈음한다.

한동원 영화평론가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한동원의 영화감별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