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2.20 18:05 수정 : 2019.12.21 14:48

노광우 ㅣ 영화칼럼니스트

1977년에 개봉한 <스타워즈>는 현대 블록버스터의 원형이 된 작품이고 시리즈의 진행상 나중에 ‘스타워즈 Ⅳ ― 새로운 희망’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거대 예산을 들인 작품이고, 연계된 캐릭터 상품과 머천다이즈라는 개념을 만들어내서 영화가 단순히 극장 상영, 텔레비전, 비디오 시장 배급 이외에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래서 <스타워즈>를 만든 조지 루커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1960년대 부진했던 할리우드를 갱신했고 고전적인 할리우드와 구분되는 뉴 할리우드 시대를 열었다.

1970년대는 현대 미국의 굴욕적인 시기였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세계 최강의 국가로 군림했던 그 이전의 미국의 전성기와 대비됐다. 이 시기 강력한 미국을 상징하는 장르는 서부영화였다. 존 웨인이나 헨리 폰다가 연기한 보안관들은 인디언과 무법자들을 무찌르는 미국의 영웅상을 확립했다. 이들은 괴물들을 퇴치하는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 같은 영웅상을 제시했고 미국이 전후 세계 질서를 지키는 보안관처럼 보이게끔 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워터게이트 사건이나 베트남전의 실질적인 패배처럼 미국의 국내외적 위상은 추락했다. 그에 따라 이전의 서부영화의 남성 영웅상도 위선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인기를 잃었다. 이전의 서부영화가 인기를 잃을 때 나타난 작품이 바로 <스타워즈>다. <스타워즈>는 지구가 아닌 우주 저편의 행성들로 이야기의 공간을 옮겨놓았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에나 나올 법한 상상 속의 장소와 괴물들이 나오는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제공했다. 이야기 구조는 제다이 기사의 후예인 젊은 루크 스카이워커와 자유로운 밀수업자 한 솔로가 레이아 공주와 함께 전체주의적인 ‘제국’에 맞서 게릴라전을 벌인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미국의 실패에 싫증이 난 미국인들에게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즘을 무찌른 영웅담에 대한 노스탤지어, 그리고 현실에서 자유주의 미국의 가장 강력한 적 소련에 맞서는 현실은 상상적인 시공간에서 자유를 지키는 반란군의 이야기로 탈바꿈하여 나타났다. 그래서 1980년대의 1기 <스타워즈> 시리즈는 자유주의 대 전체주의의 대립이 확실했다.

1999년에 등장한 2기 <스타워즈> 시리즈는 루크와 레이아 공주의 아버지인 아나킨 스카이워커/다스 베이더의 성장을 통해 어떻게 대의제에 입각한 우주 연합이 무너지고 치명적인 무기, 데드 스타/핵무기를 지닌 제국이 만들어졌는가를 이야기한다. 이 시기는 소련의 몰락 이후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되었던 시기다. 아나킨은 자기가 가진 내부의 능력을 통제하지 못했고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이 지나친 강박관념으로 바뀌고 오히려 그 힘으로 적이 될 수도 있는 동료 제다이 기사들을 제거한다. 보통사람들의 안전에 대한 집착과 불안감이 강력한 독재자를 지지하게끔 이끌어서 전체주의의 기반이 된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는 9·11 이후의 불안감과 ‘테러와의 전쟁’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미국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려 한 부시 정권의 비유이기도 하다.

2015년에 등장한 3기 <스타워즈> 시리즈는 새로운 세대를 다룬다. 옛날 전체주의에 맞섰으나 이제는 늙고 지친 한 솔로와 루크 스카이워커는 차례대로 퇴장한다. 부활한 제국은 다스 베이더를 숭상하는 네오나치 백인 남성 카일로 렌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오바마와 힐러리를 연상시키는 흑인 남성 핀과 백인 여성 레이가 그에 맞서 반란군에 합류한다. 아나킨/다스 베이더는 나중에 회개하여 황제를 죽이고 루크를 구했다. 내년 1월에 개봉할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과연 카일로 렌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크리틱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