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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09 19:16 수정 : 2006.02.09 19:31

한겨레신문사와 한국건강형평성학회 공동주최로 9일 서울 중구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건강불평등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2006 연중기획 함께 넘자, 양극화] 건강불평등 사회 - 각계 전문가 정책 대안 토론회


한겨레신문사와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함께 마련한 ‘건강불평등 어떻게 할 것인가’토론회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한겨레>가 지난 달 16일부터 여덟 차례에 걸쳐 보도한 ‘2006 연중기획 함께 넘자 양극화’ <제1부> 건강불평등 사회’ 시리즈에 이은 것이다. 여·야 국회의원과 정부·학계·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에는 또 100여부의 자료집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참가해 건강불평등 문제에 대한 각계의 관심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음을 반영했다. 토론회 발제 및 토론 내용을 싣는다. 특별취재팀

근본해결책은 조세개혁 통한 소득 양극화 극복
국가정책에 건강영향평가제 도입하는 것도 필요
의료산업화는 건강불평등 되레 심화

“소득 및 교육 양극화 해소가 핵심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건강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득과 학력의 격차를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강조점에는 나름의 시각 차이를 보였다.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계속된 토론회에는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등 정치권과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유관기관, 건강세상네트워크, 의료연대회의 등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나온 관계자와 일반 시민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건강불평등 정책과제를 놓고 정치권, 정부,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한자리에 모여 공개토론을 벌인 것은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조세개혁을 통한 소득 양극화 해소=강영호 울산대 의대 교수는 “건강불평등을 일으키는 요인은 의료서비스 이용에서 불평등, 심리·사회적 요인, 아동기의 건강, 건강행태 등 사회구조 자체에 있다”면서 “이는 과거 역사에서나 현재 서구 사회를 보더라도 존재해왔던 것인데, 문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계층간 차이를 고려하는 보건의료정책과 함께 소득, 직업 등의 차이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문제의식과 대책을 내놓아야 더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상용 복지부 보험연금정책본부장은 “건강불평등에 대한 정부 대책이 미흡하다”고 인정한 뒤 건강불평등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 구체적인 통계가 부족한데도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과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길은 우선 조세개혁을 통해 조세 형평성과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내는 것”이라며 “이는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정책에 건강영향평가를=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토론에서 국가정책을 펼칠 때마다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를 살피는 건강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건강증진 정책이 되려 저소득층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논지다. 따라서 모든 국가정책을 형평성 관점에서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는 게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이상용 복지부 본부장은 건강영향평가 제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정부는 그동안 공공의료 확충, 의료급여의 확대 및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등 여러 방면에서 국민의 건강문제에 대처해왔다”고 말했다.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5년 동안 4조3천억원의 예산을 마련했으며, 건강보험 보장성은 2008년까지 71%로 확대할 계획이란 것이다. 그는 하지만 “재원 부족으로 여전히 건강증진 정책을 제대로 펼치기 어렵다”면서 “사실 보건의료분야만의 대응만으로 건강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조세개혁·환경·교육·노동 등 범정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정부가 앞으로 달성하고자 내세운 공공의료 확충 예산, 건강보험의 보장성 정도 등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인 공공의료 30% 확충에 못미치며, 건강보험에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항목이 여전히 많아 질병 때문에 가계파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빈곤층이 필요할 때 의료 이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양적인 정책과 동시에 건강정책 자체에 형평성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이날 정당 일정 때문에 직접 참석하지 못해 토론문을 보낸 고경화 한나라당 의원은 “현재처럼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는 많은 건강증진사업들은 이를 누릴 수 있는 계층들만 접근하기 쉽다”며 “건강 형평성을 보건복지부의 공식적인 정책목표의 하나로 채택해 모든 건강증진사업에서 이를 관철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조건, 환경 등도 껴안아야=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소득도 낮지만 직업 안정성, 스트레스 등 여러 조건에서 건강의 위협을 더 받는다.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손꼽히는 국내 기업 가운데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월급 수준이 절반 정도이면서, 비정규직의 약 40%가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며 “이런 고용 형태의 해결이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우 의원은 또 “환경 오염의 피해도 빈곤층이나 아이들도 더 많이 겪는 것을 고려해 이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기획실장은 “세계보건기구의 자료에서도 사람의 질환 가운데 25~35%는 환경오염 때문에 발생한다”며 “저소득층이 주거환경 등이 좋지 않은 곳에 살게 돼 건강 수준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의료산업화는 건강 불평등 심화시켜=토론회에서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교육, 의료 영역에서의 서비스 개선, 산업화는 건강 불평등을 더 심하게 할 것이라는 비판들이 이어졌다.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은 “최근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의 제도개선 과제를 보면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의료산업화, 영리법인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자본이 이윤 창출 이전에 국민 건강에 더 역점을 둔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은 저소득층의 현실과 전혀 무관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건강 불평등을 오히려 심화시킬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상이 제주의대 교수는 “현재와 같은 의료 이용의 양극화 구조가 고착하면 그 사회적 비용과 갈등은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수 있다”며 “의료 서비스 개선도 이런 관점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비판도 같은 방향이었다. 조경애 대표는 “현재 병원을 비영리법인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병원들은 돈벌이에 열중하고 있다”며 “앞으로 병원에 자본 투자, 민간의료보험 도입 등으로 병원에서 수익을 추구한다면 의료윤리나 국민의 건강권 훼손은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특별취재팀


“국가가 나서 건강불평등 실태 파악을”

발제 :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 교수·강영호 울산대 의대 교수

우리 사회의 건강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강불평등의 현황이나 추세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새로운 국가사업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창엽(사진 왼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9일 열린 <한겨레>와 한국건강형평성학회의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개별 연구자들의 건강불평등에 대한 연구가 있었으나 단편적인 것이 대부분”이라며 “문제의 크기와 양상을 전체적으로 정확하게 짚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기존의 연구성과를 모으는 한편 새 연구를 통해 전체 추세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의 종류와 개입의 방식을 찾아 경제·노동·교육·사회·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포괄적인 정책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그는 정부 조직 안에 이를 맡아 집행할 수 있는 별도의 행정 기구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와 더불어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소득 및 교육불평등 개선 △작업환경과 노동조건의 개선 △의료의 공공성 강화 등 근본적인 정책은 물론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별도의 정책 마련과 도시·농촌 등 지역 사이의 의료자원의 적절한 배치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여성과 어린이의 경우,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건강이 결정되는 면이 더 많은 만큼 적절한 영양공급, 예방접종, 성장발육관리, 산전·산후관리 등 별도의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강영호 울산대 의대 교수는 ‘한국의 건강불평등 현황’이란 발제에서 “우리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가 건강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며 “교통사고와 자살사망에서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견줘 많이 발생하고 이들 계층 사이의 사망률에서의 격차가 날이 갈수록 더 커져 온 것이 그 구체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이창곤 박주희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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