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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19 20:03 수정 : 2018.04.19 20:54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유경제
아룬 순다라라잔 지음, 이은주 옮김/교보문고(2018)

출근길, 꽉 막힌 도로에 붙잡혀 있자면 “다들 왜 ‘나 홀로’ 차에 앉아 이 고생을 하나”하는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같은 행선지끼리 쉽게 카풀을 한다면 도로 위 승용차는 확 줄어들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해 출근으로 자리가 난 근처 아파트 주차장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면 주차 고민도 해결이다. 사실 스마트폰 앱을 통한 승차·주차 공유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카카오에 인수된 ‘럭시’, 미국의 ‘저스트 파크’ 같은 서비스가 이미 있다.

운전과 정비가 편한 전기차가 대량 보급되고, 인공지능(AI)이 더 개발돼 자율주행 차가 다니게 되면, 자동차는 더 이상 소유하는 물건이 아니라는 생각이 퍼질 것이다. 필요할 때 불러 이용하면 되기 때문. 차 한 대의 이용률이 높아지니 차가 많을 이유가 없다. 우리가 자동차 전체 수명 중 단지 5%만 활용한다는 미국의 통계도 있다. 도로나 주차장이 지금처럼 넓지 않아도 되고 도시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다. 자동차 보험사도 새 길을 찾아야 한다.

공유경제 이론가인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교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유경제>는 “누군가 자본주의의 미래를 묻거든 눈을 들어 공유경제를 보라”고 하는 책이다. ‘협력경제’, ‘온디맨드(On-demand) 경제’, ‘긱(Gig)경제’ 등 여러 이름을 가진 공유경제가 경제활동뿐 아니라 우리가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바꾼다는 것이다.

사실 공유경제는 모바일 생태계 덕분에 지난 10년간 가장 비약적으로 발전한 경제모델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공유경제는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을 두는데, 이젠 굴뚝기업들도 ‘플랫폼화’, ‘공유경제화’를 전략의 핵심으로 삼는 추세다.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 5위권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이 점령했다.

맹렬히 확산되는 공유경제는 자본주의의 미래인가? 자동차의 예에서 보듯 공유경제는 자원이용의 효율화, 환경오염의 최소화, 사회적 생산성의 향상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에 좀 더 다가선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전통산업의 위축, 노동자의 대량실직 같은 문제가 뒤따른다. 또 ‘공유’라는 말과 달리 거대화된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를 독차지해 ‘울타리에 갇힌 공유경제’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순다라라잔은 공유경제가 경제시스템의 성격을 바꾼다는 쪽에 손을 들어준다. 즉, 자본주의 상품경제로 쪼그라든 ‘선물경제’가 디지털 기반의 공유경제에서 부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선물을 교환하는 것은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가격을 신호로 돌아간다. 하지만 공유경제는 신뢰, 사회적 상호작용, 가치 등 공동체적 요소(사회적 신호)가 원활한 교환을 가능케 하는 점에서 선물경제적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낯선 사람의 집에 가서 자고(에어비엔비), 남의 차를 타는(우버) 일은 어느 정도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데, 플랫폼이 제공하는 평판 시스템 등이 이런 신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순다라라잔은 “긴밀한 공동체에서 행해지던 교환 및 행동 유형이 디지털 공동체로 그 적용영역이 확장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 무엇보다 공유경제의 스펙트럼이 완전한 시장에서 선물모델까지 너무 넓다. 순다라라잔의 말대로 공유경제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 어디쯤 있을 법’한 새로운 경제를 창조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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