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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01 19:31 수정 : 2016.12.01 19:49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평등이 답이다
리처드 윌킨슨·케이트 피킷 지음, 전재웅 옮김/이후(2012)

아침 지하철에서 이런 말이 차내 방송에서 흘러나오면 어떤 기분일까? “옆에 있는 분에게 자기를 소개하고 짧은 몇 마디라도 나누세요. 출근길이 훨씬 아름다워질 겁니다.” 파리의 지하를 달리는 뱅상은 실제 그런 방송을 해서 유명한 기관사다. 승객들은 처음엔 어색해하면서도 한마디씩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그럼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지고 따뜻한 기운이 화선지에 먹 번지듯 차량 안에 퍼진다. 승객들이 뱅상이 있는 맨 앞칸까지 달려와 손을 흔들고 사탕을 쥐여준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본 동영상이다.

표정은 냉정할지라도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공감하고 정감을 나누고 싶은 갈망을 갖고 있다. 뱅상은 그걸 깨달은 사람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파트 앞집과 아랫집에 누가 사는지 이사갈 때까지 몰랐다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힘든 것은 참지만 위안을 못 받으면 무너진다”는 말이 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는 한국의 자살률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지금 큰 딜레마에 부딪혀 있다. 즉 물질적으로는 풍족해졌는데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성장하면 행복할 줄 알고 달려온 세계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푯대를 잃고 헤매고 있다. ‘왜 평등한 사회는 늘 바람직한가’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불평등’이란 화두를 들어 이런 난제의 답을 탐색해 간다. 저자들은 부유한 23개 국가와 미국 50개 주를 대상으로 불평등한 사회와 평등한 사회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한다. 육체 및 정신건강, 신뢰, 폭력, 교육적 성취, 수감자 등 선진국들이 직면한 주요 사회, 경제적 문제들을 분석해서 한 사회가 평등한 정도와 이런 문제가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소득불평등을 가로축으로, 다른 요인을 세로축으로 한 그래프는 뚜렷하게 우상향하거나 우하향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신뢰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에서는 최근 30여년간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공동체 의식과 평등 사이의 연계가 깨졌다. 그 결과 “타인을 믿는다”는 미국인이 1960년대만 해도 60%였지만 2004년에는 40% 미만으로 하락했다.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정신질환, 약물중독, 범죄도 증가한다. 불평등의 사회적 비용은 많다.

주목할 점은 부유층이라 해서 불평등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득이 엇비슷할지라도 상대적으로 불평등한 미국이 좀 더 평등한 스웨덴에 비해 각종 사회문제 지표가 열악하게 나온다. 이는 불평등이 가난한 계층뿐 아니라 절대다수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그 이유를 불평등이 그 사회에 “특정한 문화와 행동 양식을 만들어 내는” 중추적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붕괴한 사회 및 경제”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는지가 보이는 듯도 하다. 즉 불평등을 어떻게든 줄이려는 정치적 의지를 엮어내는 것이다. 평등을 얘기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성장론자에게도 불평등 해소가 성장의 지름길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평등한 사회의 아이들이 훨씬 학업 성취도가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이봉현 편집국 미디어전략 부국장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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