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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3 06:02 수정 : 2019.12.13 09:36

[책&생각] 백원근의 출판풍향계

한국만큼 정치인들이 책 펴내기를 사랑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정치를 하려면 누구나 책으로 출사표를 내고 정치자금을 모금한다. 요즘 한창인 총선 출마 후보자들의 출판기념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렇게 책을 펴내 당선된 이들이 출판, 독서, 도서관 등 우리 사회의 책 생태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법도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자릿수에 예비 후보자들을 곱하면 수천 종의 책이 나올 것이다. 사실상 판매 목적으로 펴내는 책이 아니므로 출판시장에 잡히지도 않는 이 출판·인쇄 특수의 규모는 수백억원대로 추정되며, 최소 그 2배 이상 규모의 정치자금이 모금될 것으로 추산된다. 후보자들이 손수 책을 쓰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 대필 작가를 비롯해 출판과 연관된 곳들의 대목장이 서는 셈이다.

당적이나 정치 성향을 떠나 총선 후보들에게 부탁할 것이 딱 한 가지 있다. 부디 ‘책 읽는 나라’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공약을 하나씩 내걸고, 당선될 경우 꼭 그것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이런 부탁 아닌 부탁을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독서인구 감소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13살 이상 우리 국민의 연간 독서율은 2년 전인 2017년에 비해 4.3%p 감소한 50.6%였다. 평균 독서량도 2.2권 감소해 7.3권이었고, 책을 읽는 사람들의 독서량 역시 3권 정도 줄어 든 14.4권에 그쳤다. 10년 전(2009년)과 비교해 독서율은 11.5%p, 평균 독서량은 3.5권 줄었다. 이렇듯 독서율과 독서량이 감소하는 현상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문제는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2년 주기로 조사하는 ‘사회조사’에서 국민 독서율은 2015년에서 2017년 사이에 1.3%p 줄었지만, 지난 2년 사이에는 무려 4.3%p 감소했다. 그것도 10대(-2.9%p)를 제외하고 20대부터 50대까지 거의 균일할 정도로 4%p대의 감소율을 보였다.

통계청 조사는 독서율 변화의 원인까지 조사하지 않지만, 그간의 여러 조사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세대를 초월해 삶의 여유가 사라진 생존 여건, 생활 깊숙이 들어온 스마트폰과 넷플릭스를 비롯한 매체 환경의 급변 같은 요인들을 짚을 수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책과 독서 생태계의 괴멸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여러 사회적 난제들과 마찬가지로, 독서율 하락의 원인을 안다고 해서 문제 해결이 단기간에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함께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2007년에 제정된 이래 급변하는 독서 환경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개정이 한 번도 없었던 독서문화진흥법을 전면 개정하고, 지방자치단체마다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독서문화진흥조례를 내실 있게 바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부터 새롭게 다져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3차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에서 밝힌 독서진흥 전담기구 설립 추진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함께 읽는 환경을 조성하고 삶의 질과 상상력을 키우는 사회로 진화하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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