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28 19:42
수정 : 2018.06.29 11:17
[책과 생각]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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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의 동아서점에서 한 고객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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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일부터 도서구입비와 공연관람비에 대한 소득공제가 시행된다. 도서·공연비로 사용한 금액에 연간 최대 100만원까지 추가 소득공제를 해준다. 공제율은 30%다. 오래전부터 출판계가 바라던 숙원이었고, 출판시장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소득공제 도입을 위한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세수 감소와 조세 형평성을 이유로 도서구입비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곧 반대해 왔던 기획재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도 놀랍다. 지난주 성황리에 마친 서울국제도서전의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들에게 대대적으로 나눠준 ‘문화인이 누리는 혜택, 도서·공연비 소득공제 시행 안내’ 팸플릿에 나란히 찍힌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세청 상징은 변화한 시대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현 정부 들어 문화정책이 새롭게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국민의 문화 향유 확대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며 차별적이다. 이번 소득공제는 근로소득자에게만 적용되어 568만 명의 자영업자는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연 소득 7천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를 배제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영세한 1인 자영업자가 400만 명이나 되는 현실에서 이들을 배제한 것은 제도의 흠결이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체 급여의 25% 이상이어야 하고, 한국문화정보원에 등록한 소득공제 가맹점에서 구매해야 하는 제한도 따른다. 외국 도서부터 신간 판매를 위축시키는 기업형 중고서점에서 산 중고책까지 포함된 점, 신문이나 잡지 구입은 해당하지 않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소득공제의 실효성 또한 크지 않다. 만약 전체 급여액이 4천만 원인 근로소득자가 도서·공연비로 100만 원을 지출했을 경우 신용카드 이용 정도에 따라 15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득세율을 감안한 최종 세금 환급액은 몇만 원에 불과하다. 추가 소득공제 한도 100만 원을 채우려면 연간 333만 원을 도서?공연비로 지출해야 하는데, 과연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1년에 책을 몇 권 정도만 사는 평균적인 국민이라면 세제 혜택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평소 책을 아주 많이 사거나 공연을 자주 보는 사람들만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소득공제 때문에 책을 사거나 공연을 볼 사람은 없다. 급여 소득과 카드 지출이 많고 문화비 지출이 높을수록 소득공제 혜택 또한 커진다는 사실은, 이 제도가 국민의 문화 향유 확대라는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서·공연비에 대한 소득공제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를 이루기 위한 정책이다. 그렇다면 소득공제보다 효과가 큰 세액공제를 적용해야 한다. 교육비나 의료비에 준해 국민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나라다운 나라’는 세수가 아니라 문화의 힘이 강한 나라를 통해 완성될 수 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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