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세계적인 ‘출판 한류’를 보고 싶다 |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2월27일부터 이틀간 여의도에서 ‘2018 서울 북 비즈니스 페어’가 열렸다. 한국 출판의 해외 시장 진출과 지속적인 출판교류를 도모하기 위한 행사다. 한국 책에 관심을 가진 해외 7개국 46개 출판사를 안방으로 불러 대규모 저작권 수출 상담회를 개최한 것이다.
영국의 경우 출판시장 매출의 40% 정도가 수출에서 발생하고, 부가적으로 막대한 저작권 수출액이 있다는 것은 부러운 이야기다. 영어의 힘과 출판 경쟁력 덕분이다. 반면 글로벌 출판시장에서 소수 언어권인 한국어 도서의 해외 진출은 쉽지 않은 과제다. 한국 책을 해외에 소개하거나 저작권을 수출하는 것은 한국문화의 오늘을 가장 정확히 알리고 지속가능한 한류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공공 영역에서 한국어와 외국어로 된 한국 관련 도서의 해외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해외 대학의 도서관과 한국학과, 연구기관, 공공도서관, 해외 교포 등이 주요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 외교부 산하 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이다. 공공외교법에 따라 대한민국 대표 공공외교 추진기관으로 지정받았다. 그런데도 이 재단의 책 관련 사업은 빈약하다. 지난해 ‘한국 연구자료 지원’ 사업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책을 해외 기관 공모로 58개국 198개처에 지원했다. 연간 예산은 3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국내외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인문사회 및 문화예술 분야의 외국어 도서 발행을 지원하는 ‘출판 지원’ 사업 역시 매년 30종 안팎에 불과하다. 2017년에 1084억 원의 예산을 쓴 곳에서 생색내기용 사업을 한 것이다.
이 재단이 세계 112개국의 한류 현황을 조사해 펴낸 <2017 지구촌 한류 현황>(한류 연감) 자료집을 보면 드라마, 영화, 가요(K-POP), 한식, 한국어 등을 망라하고 있지만 출판은 아예 항목조차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제문화교류 전담기관으로 지정했다는 한국국제문화교류재단이 발행한 <한류 메이커스>(한류 백서)의 11개 분야에도 출판은 빠져 있다. 출판 한류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시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렇듯 공공 영역에서 한국 책의 보급을 형식적으로 하면서 생긴 빈틈을 메우는 것은 민간의 불규칙한 도서 기증이다. 하지만 옆 나라 중국은 다르다. 2006년부터 ‘중국 도서 대외 보급 계획’을 대대적으로 시행 중이다. 우수 도서의 출판 지원과 세계 각국 도서관에 도서 기증을 왕성하게 펼친다. 저작권 수출도 덩달아 급성장하며 한국의 20배 규모로 커졌다.
동아시아 지역 코너가 있는 해외 주요 대학의 도서관에 중국과 일본 책은 상당히 많지만 한국 책은 빈약한 현실이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해외에 도서를 보급·지원하는 일과 관련된 여러 정부 부처나 기관들의 협업 체계도 없다. 해외에 보급·판매된 한국 책과 관련된 아무런 데이터도 찾기 어렵다. 출판 한류와 외국의 해외 도서 보급 실태를 파악하는 한편, 정부 차원의 해외 도서 보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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