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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02 18:49 수정 : 2017.03.02 20:04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2월16일 국회에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공교육 정책 세미나: 수능 EBS 연계 출제 정책의 대안 모색’ 정책토론회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렸다. 2010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도입된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강의 70% 연계 출제’의 개선 필요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주제발표를 맡은 서울대 교육학과 신종호 교수는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교육방송-수능 연계 출제가 창의적인 고등 사고력의 신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능에 대한 부담 경감이라는 긍정적인 영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방식이 심화하고 교사의 자율성이 부정되며 교육방송 교재가 교과서를 대체하는 부정적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EBS-수능 연계 정책이 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2017) 보고서에서,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목적으로 추진된 이 정책은 사교육비 경감, 실력 향상, 창의성 교육에 두루 실패했다고 명시했다.

다양한 출판사가 펴낸 검인정 교과서 대신 일개 방송사의 ‘국정 수능 교재’가 교실을 압도하고, 연계 출제를 족집게 강의로 승화시킨 사교육 시장만 팽창했다. 통계청이 작년에 발표한 2015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18조원이었다. 전체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1년 21만8천원에서 2015년 23만6천원으로, 사교육 참여 고등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1년 42만2천원에서 2015년 47만1천원으로 모두 상승했다. 사교육비 중 교육방송 교재 구입비는 무려 1704억원(2015년)이었다.

교육방송은 수능 강의 덕에 지난해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1조 1178억원이고 학생, 교사, 학부모의 수능 강의 만족도가 90% 이상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는 수능 강의가 필요한 이유이지 연계 출제의 논거가 되기는 어렵다.

수능 연계 출제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은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이다. 교육정책 연구의 본산인 한국교육개발원이 펴낸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선방향 탐색 연구’(2016)는 교육방송-수능 연계를 폐지하거나 처음 도입 때처럼 연계율만이라도 제시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같은 기관이 펴낸 ‘교육개혁 전망과 과제(1): 초?중등교육 영역’(2016) 보고서 역시 “문제 풀이와 암기 중심의 학습 풍토는 미래 융합형 인재 양성, 미래 핵심 역량 개발을 위한 교육방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능-EBS 연계 정책을 대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보수 정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펴낸 ‘시대 변화에 따른 대입제도 개선 방안’(2015)에서도 교육방송-수능 연계 폐지를 권고했다.

우리는 일자리와 세상이 뒤바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했다. 이제라도 미래 세대의 생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후진적이고도 반교육적인 희한한 입시 정책을 철폐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 세대가 살고, 교육방송 교재 연계 출제로 고사 상태에 빠진 출판산업도 기사회생할 수 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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