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08 19:29
수정 : 2016.09.08 19:46
‘독서의 달’인 9월의 첫날 제주 한라도서관에서 ‘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 창립총회가 열렸다. 3년 전 5개 지역 잡지사가 결성한 지역문화잡지네트워크 준비모임이 거둔 결실이다. 한국출판학회 지역출판연구회장으로 활약하는 제주대 최낙진 교수의 열정도 큰 몫을 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25개 지역 출판사와 전문가들이 참가한 이 행사에서 ‘제주 선언문’이 발표되었다. 출판의 위기, 지역의 위기, 문화 다양성의 위기를 뛰어넘어 건강한 연대를 통해 공동의 활로를 모색한다는 포부가 당당하다. 당장 내년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지역도서전’과 잡지 분야의 ‘지역문화콘텐츠전’을 개최하고 민간 주도의 ‘대한민국 지역출판 대상’을 제정하기로 했다.
근래 특색 있는 서점들이 각지에서 생겨나는 흐름 못지않게 지역 출판사들의 활동도 두드러진다. 무르익으면 꽃망울이 터지는 이치다. 출판사와 서점을 겸하는 곳도 여럿이다. 지역 출판사들이 처한 겹겹의 어려움이 있지만 지역 기반의 출판, 즉 지역의 자원들을 전제로 한 연계성과 기획력, 추진력이 관건이다. 여기에는 민간의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의 조력 또한 필요하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지역출판 콘텐츠는 공공성이 강한 반면 상업적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2012년 9월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2012~2016)’에서 시행하지 않은 여러 사업들 중에는 ‘지역 출판산업 육성’ 항목도 있다. 당시 정부는 각종 도서 선정과 시상을 통해 지역출판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역출판사 협의체 구성을 지원하며, 지자체와 협력하여 우수한 지역출판과 유통 협동화사업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거의 실현되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지방자치제가 발달한 독일에서 수도 베를린은 출판사 수가 8%, 매출액 비중이 6% 수준에 그친다. 출판 발행량과 매출액의 9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된 우리 상황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다. 출판시장에서 수도 도쿄의 비중이 13%에 불과한 일본에서는 1976년에 설립된 지방소출판유통센터가 지역 출판물의 전국 유통을 위한 창구 구실을 하며, 인구가 가장 적은 돗토리현에서 제정한 지방출판문화공로상이 30년째를 맞고 있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 지역 출판물로 발행된 기록만이 지역의 오늘을 증언할 수 있다. 나아가 지역문화 미래 경쟁력의 원천을 만든다. 그런 측면에서 부산의 선례는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산지니 출판사의 지역 저자·대학·언론 네트워크 구축, 부산문화재단이 시행한 지역 출판활동 지원, 지역 도서관에 지역 출판사 도서 구매를 권장하는 부산시, 지역 서점·도서관의 지역 출판물 코너 마련,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에서 지역 발행 도서 선정 등이 그것이다. 지역민을 위한 지역출판 생태계 조성의 본보기다. 이제 지역출판의 성장 터전을 마련하는 일에 정부와 지자체가 나설 때다. 좋은 독서환경의 출발은 좋은 독서자료에 있기 때문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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