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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14 20:19 수정 : 2016.07.14 20:26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올해 1월부터 군 마트(옛 PX)에서 판매하던 도서들 가운데 5종이 석연찮은 이유로 판매 중단 조치를 당했다.(<한겨레> 7월1일치 9면 ‘군 마트에서 팔던 책 5종 왜 사라졌지?’) 군 마트에서 책을 사볼 수 있게 된 것은 상당한 발전이건만, 사회에서 널리 읽히는 책을 군의 특수성을 이유로 사실상 금서 처분하는 것은 퇴행적이다. 2008년에 이른바 ‘국방부 불온서적 리스트’ 파문으로 23종의 책이 군에서는 금서로, 민간에서는 관심도서로 인기를 끈 바 있는데, 그 후 8년간 바뀐 게 없다는 얘기다. 군이 병영문화 혁신을 위해 내건 “국민이 신뢰하는 열린 병영문화 정착”이란 목표는 어디로 갔는가. 군의 핵심적인 독서 기반시설인 병영도서관에 대한 인식도 미흡하다. 국방부가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에 제출한 올해 ‘병영도서관 인프라 개선 및 운영 활성화’ 시행계획을 보면 “도서 기증 협조(연중 지속)” 항목을 주요 추진 과제로 들고 있다. 병영도서관 도서구입비가 연간 16억원(진중문고 구입비 별도)으로 그나마 증액 추세인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부족한 책을 민간 기증으로 채우려는 것은 군의 위상을 초라하게 만든다.

과거 국방부는 책 기증을 직접 받다가 6년 전부터 국방부 산하 민간단체가 그 일을 대신하고 있다. 지난해 이 단체에 책을 기증한 출판사는 40여곳으로, 도서 기부 금액은 약 27억원 규모다. 책을 기증하면 비용으로 환산해 기부금 영수증 처리를 해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렇지만 기증받은 책들이 장병들이 읽고 싶은 책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여러 형태의 군부대 책 기증에는 출판사, 출판단체만이 아니라 대기업, 공공도서관까지 참여하고 있다. 민간 공공도서관이 폐기 처리하는 제적 도서를 전방 부대에 기증한 경우도 있고, 며칠 전에는 케이비(KB)국민은행이 자사 자료실에 있던 2만5천권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했는데 군부대 등에 재기증될 예정이라고 한다. 불용재고로 남은 책, 도서관이나 자료실에서 버리는 책을 병영도서관에 선심 쓰듯 보내 장병들의 역량 증진과 여가 선용을 돕겠다는 깊은 뜻이다. 군용 비행기나 탱크에 폐유를 쓰고, 먹다 남은 밥을 군대로 보내는 것과 같다. 책이니까 그래도 된다는 생각부터가 한심하다. 군에 있는 사랑하는 아들딸들에게 체형에 맞는 맞춤형 군복을 입히듯 읽고 싶은 새 책을 군에서 충분히 구입해 비치해야 한다.

‘2015 국방통계연보’를 보면 1660개의 병영도서관에 511만권의 장서가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214개 병영도서관의 장서는 500권 이하다. 그러니 장서의 최신성과 다양성, 담당 인력의 전문성 등은 물으나 마나다. 국방부는 국방 예산의 0.1%(현재 0.02% 수준)만이라도 병영도서관 정상화와 장서 구입 등 병영 독서환경 조성에 쓰길 바란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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