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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4.21 20:23 수정 : 2016.04.21 20:23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출판시장 침체의 끝이 안 보인다. 심화되는 출판 불황에 이어 장기적인 경기 침체까지 예고되면서 출판 생태계 전반의 위기감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 도서정가제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된 인터넷서점들이 매출 하락 추세를 꺾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중고책 시장 확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 4월1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오프라인 매장을 연 국내 최대 인터넷서점 예스24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이미 5년 전부터 오프라인 매장 개설에 나서 전국에 23개의 중고서점을 운영 중인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이은 파상 공세다. 약 8만권의 중고책 재고를 갖춘 예스24 강남점은 과거 시티문고와 북스리브로가 있던 자리라는 점에서 출판시장의 환경 악화를 상징한다. 서민들의 씀씀이가 줄어 의류, 가구, 생활용품 등 여러 분야에서 저가 시장이 팽창하는 가운데 출판시장도 그 여파를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독자의 도서 입수 경로에서 중고책 서점의 비중이 커졌다는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예스24의 기업형 중고책방은 인터넷서점 스스로가 새 책을 판매하는 시점부터 중고책 매입을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예를 들어 종합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있는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은 새 책의 정가가 1만4800원이지만 구매자가 되팔면 반값인 7400원에 매입하겠다고 ‘바이백 서비스’를 홍보한다. 10% 할인과 5% 마일리지 적립에 더해 제휴카드로 구입 시 40% 청구할인까지 해주고, 여기에 보존 상태가 좋은 베스트셀러 등은 정가의 반값에 되사겠다는 것이다. 또한 아동서 유력 출판사 68개사의 전집도 대대적으로 매입한다. 갈수록 새 책이 안 팔리는 구조를 만드는 셈이다.

인터넷서점은 새 책이든 중고책이든 책이 아니든 매출 확대가 유일한 목표인 듯하다. 그러나 저자, 출판사, 오프라인서점은 다르다. 출판산업 전체로 보면 중고책 시장의 급격한 확대는 출판의 재생산구조를 급격히 축소시킬 것이다. 대중성이 강한 분야들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고 베스트셀러가 된다 한들 새 책의 판매량은 갈수록 반감될 것이다. 그러면 독자들이 바라는 다양한 종류의 새 책이 생산-유통되기도 어려워진다. 이것은 모든 독자들에게 재앙이다. 그나마 명색뿐인 도서정가제를 출판유통의 근간으로 삼는 나라라면, 판매 시점에서 반값 매입을 홍보하는 변형된 할인 마케팅은 당연히 법적 규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새 책의 원활한 생산을 전제로 성립하는 대형 인터넷서점 스스로가 ‘중고책을 생산’하는 엽기적인 시스템은 출판 생태계의 파괴 행위이자 자충수다. 지난 20년간 시장을 키우지도 못하면서 자기 배만 불린 할인전략으로 지역서점들을 고사시켰던 인터넷서점들이 이제 중고책을 새로운 무기로 삼는 일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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