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출판산업의 성장 한계와 침체가 심각하지만 대안을 찾기 어려운 시대다. 디지털 패러다임에서 대세가 될 것이라던 전자책조차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침체 국면이다. 종이책 생태계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스런 일일 수 있지만 사정이 간단치 않다. 웹소설, 웹툰 같은 디지털 콘텐츠가 모바일 인기 장르로 부상했으되 출판과는 생산, 유통, 소비 구조의 연계성이 거의 없다. 이제 출판이 ‘산업 지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듣는 책’ 오디오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출판협회가 1월27일 발표한 2015년 3분기 출판시장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하락했다. 그런 와중에 페이퍼백은 13.3% 성장하고 오디오북은 37.7%나 급신장했다. 전자책이 11.1%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미국 오디오출판협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14.7억달러나 된다. 발행 종수도 2010년 6200종에서 2014년 2만 5787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시장은 문화를 만든다. 출판 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닐슨 북스캔이 집계한 오디오북 베스트셀러를 매주 발표한다. 20년째 오디오북 시상식이 거행되고 있고, 다양한 도서관 이용자를 위한 필수 자료 중 하나가 오디오북이다.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2015년 미국인의 연간 독서율(복수응답)은 종이책 63%, 전자책 27%, 오디오북 12%이다. 10명 중 1명 이상은 오디오북을 듣는다는 얘기다. 책을 읽어주는 ‘북 텔러’도 엄연한 직업이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각국에서 오디오북은 출판시장과 독서문화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디오북에 대한 독자들의 수용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실시한 ‘2014년 전자책 독서실태 조사’에서 “책의 내용이 같고 형태만 다른 경우 선호하는 독서 매체”의 우선순위로 오디오북을 꼽은 경우가 18.8%나 되었다. 이는 종이책(48.3%)보다는 낮지만 상당히 높은 선호도라 하겠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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