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10월1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점계, 비씨(BC)카드와 함께 ‘문화융성카드’ 출시 업무 협약을 맺었다. 해당 카드 가맹 오프라인 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하면 15% 할인해주는 게 핵심이다. 그간 자체적으로 할인할 여력이 부족하여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중소서점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 올해 12월 출시 예정이다. 그런데 이 카드가 오프라인 중소서점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도서 가격의 10% 할인과 5%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인터넷서점에 비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최고 40%에 이르는 인터넷서점의 제휴카드 할인까지 허용하는 ‘이상한 정가제’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또한 이 카드는 ‘책이 있는 삶’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영화, 공연·전시, 4대 프로 스포츠 등 다용도로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의 기존 구매 행동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카드가 고객 결제 시 은행 계좌에서 구매액을 인출하고 할인한 금액만큼 매월 결제 계좌로 환불하는 방식의 모바일 체크카드라는 점도 기대감을 낮춘다. 한국은행이 펴낸 ‘2014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 결과 및 시사점’ 자료를 보면, 지급수단별 이용 비중(금액 기준)은 체크·직불카드가 19.6%로 신용카드(50.6%)보다 매우 낮다. 모바일뱅킹 대금결제 서비스 이용자 가운데 ‘상점 상품 대금결제’ 이용률은 고작 2.9%에 그친다. 물론 내년부터 신용카드 출시도 검토한다지만, 전월 사용 실적이 30만원 이상이어야 하고 월 2권에 한해 권당 3000원 이내 할인을 해준다는 한도 설정은 카드의 쓰임새를 제한시킨다. 그뿐만 아니라, 제휴카드 할인 방식이라 해도 ‘15% 할인’은 직접적인 가격 할인을 10%로 제한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설명 자료에서 “카드사가 제공하는 청구할인이므로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이는 현행법을 편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개정법에서 삭제시킨 옛 법 조항에 근거한 판례(제3자 제공 할인의 인정)를 따르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 판단이다. 나아가 완전한 도서정가제를 하자고 주장해온 서점계가 ‘15% 할인하는 서점’의 입지를 굳히는 것은 자충수에 가깝다. 당장은 인터넷서점에 대응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일 수 있지만, 제도적 거품가격을 조장하는 할인율 규정을 없애고 완전한 정가제를 실현하기 위한 동력이 그만큼 약화될 게 자명하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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