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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0.22 20:43 수정 : 2015.10.23 13:49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10월1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점계, 비씨(BC)카드와 함께 ‘문화융성카드’ 출시 업무 협약을 맺었다. 해당 카드 가맹 오프라인 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하면 15% 할인해주는 게 핵심이다. 그간 자체적으로 할인할 여력이 부족하여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중소서점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 올해 12월 출시 예정이다.

그런데 이 카드가 오프라인 중소서점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도서 가격의 10% 할인과 5%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인터넷서점에 비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최고 40%에 이르는 인터넷서점의 제휴카드 할인까지 허용하는 ‘이상한 정가제’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또한 이 카드는 ‘책이 있는 삶’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영화, 공연·전시, 4대 프로 스포츠 등 다용도로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의 기존 구매 행동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카드가 고객 결제 시 은행 계좌에서 구매액을 인출하고 할인한 금액만큼 매월 결제 계좌로 환불하는 방식의 모바일 체크카드라는 점도 기대감을 낮춘다. 한국은행이 펴낸 ‘2014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 결과 및 시사점’ 자료를 보면, 지급수단별 이용 비중(금액 기준)은 체크·직불카드가 19.6%로 신용카드(50.6%)보다 매우 낮다. 모바일뱅킹 대금결제 서비스 이용자 가운데 ‘상점 상품 대금결제’ 이용률은 고작 2.9%에 그친다. 물론 내년부터 신용카드 출시도 검토한다지만, 전월 사용 실적이 30만원 이상이어야 하고 월 2권에 한해 권당 3000원 이내 할인을 해준다는 한도 설정은 카드의 쓰임새를 제한시킨다.

그뿐만 아니라, 제휴카드 할인 방식이라 해도 ‘15% 할인’은 직접적인 가격 할인을 10%로 제한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설명 자료에서 “카드사가 제공하는 청구할인이므로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이는 현행법을 편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개정법에서 삭제시킨 옛 법 조항에 근거한 판례(제3자 제공 할인의 인정)를 따르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 판단이다.

나아가 완전한 도서정가제를 하자고 주장해온 서점계가 ‘15% 할인하는 서점’의 입지를 굳히는 것은 자충수에 가깝다. 당장은 인터넷서점에 대응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일 수 있지만, 제도적 거품가격을 조장하는 할인율 규정을 없애고 완전한 정가제를 실현하기 위한 동력이 그만큼 약화될 게 자명하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정부와 서점계는 이름만으로도 벅찬 문화융성카드보다 실질적으로 서점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역서점 상품권’ 도입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이는 2012년 정부가 발표한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에도 담긴 내용이지만 아무런 후속 조치 없이 묻혀 있다. 예를 들어 상품권 회사가 ‘서울 관악구 서점상품권’을 발행하면 관악구 내의 학교와 관공서, 단체, 주민 등이 구입하여 관악구 서점에서만 쓸 수 있어서 지역문화,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에 직접적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가장 큰 수혜자는 서점이 건재한 해당 지역의 주민과 서점들이다. 정부는 요란하되 효과가 미미한 ‘기발한’ 정책보다 이미 ‘약속한’ 정책부터 제대로 이행해야 할 것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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