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출판 편집자는 한국표준직업분류에서 ‘문화 예술 스포츠 전문가 및 관련직’에 속한다. 한국고용직업분류로는 ‘문화, 예술, 디자인, 방송 관련직’이다. 그렇다면 소설책이나 동화책, 학술서나 교양서 등을 펴내는 출판 사업은 뭐라 할까. 한국표준산업분류는 이를 ‘기타서적 출판업’으로 구분한다. 왜냐하면 ‘교과서 및 학습서적 출판업’, ‘만화 출판업’을 우선순위에 두고 그 나머지를 기타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출판사의 대부분, 그리고 출판되는 도서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단행본(일반도서)을 ‘기타서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어법과 이치에 맞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스텝이 꼬이기 시작한다. 근년에 부각되고 있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엔시에스)은 출판기획, 편집디자인, 편집 등이 속한 출판 관련 직무를 대분류 22번 ‘인쇄 목재 가구 공예’ 아래에 분류했다. 이와 달리 방송, 영화, 음악 등의 문화산업은 대분류 08번 ‘문화 예술 디자인 방송’과 중분류 ‘문화콘텐츠’에 속한다. 여전히 종이책이 주류인 출판업이 인쇄나 나무와 친화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직무를 문화콘텐츠 쪽이 아니라 ‘인쇄 목재 가구 공예’ 분야로 구분해버리는 것은 기가 찰 노릇이다. 중분류 ‘인쇄 출판’도 소분류의 ‘1. 출판, 2. 인쇄’와 표기가 어울리지 않는다. 중요한 국가표준을 만들면서 해당 정부 부처나 관련 업계에 의견 조회를 한 번이라도 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큰 실수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 44년간 제조업에 속했던 출판업이 2007년의 분류체계 전면 개정에 의해 ‘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이라는 대분류로 바뀐 지 오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업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직무를 규정한 국가표준인 엔시에스가 이를 무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엔시에스는 산업 현장에서의 직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 소양 등을 국가가 산업 부문과 수준별 직무 성격에 따라 857개 세분류로 체계화한 것으로, 출판 분야는 지난해 보완 개발을 거쳐 현재 학습모듈(교수·학습 자료) 개발을 진행중이다. 올해 공공기관들부터 스펙 대신 엔시에스 기반의 직무 중심 채용을 하자는 정책에 힘입어 입사지원서, 필기시험, 면접에 활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당 직무의 고등학교 이상 교육이나 직업훈련, 자격, 경력개발 등에서 핵심 구실을 하게 된다. 내용을 잘 갖추는 것 못지않게 놓이는 위치 또한 중요한 것 아닌가. 변화된 산업의 위상이나 직무의 성격을 반영하는 분류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사업의 빛이 바랠 수도 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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