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5.08.20 20:22 수정 : 2015.10.23 13:50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따가운 땡볕이 내리쬐던 지난 7월30일 오후, 서울 중랑천 노원교 근처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전국에서 열두 번째이자 서울에서 최초로 ‘기적의도서관’이 개관한 것이다. ‘도봉기적의도서관’ 개관식에는 산파 역할을 한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도정일 이사장을 비롯한 많은 인사들이 참석해 “꿈과 함께 성장하는 도서관”의 출발을 격려했다. 어린이 전문 도서관을 민관 협력으로 짓고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인 기적의도서관은 이 개관 행사에서도 다양한 독자 참여 프로그램을 선보여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관내 행사로 그림책 원화 전시나 그림책 등장인물과 사진 찍기를 하는 공간도 마련됐는데, 이를 지원한 곳이 한림출판사(대표 임상백)였다. 창립 52주년을 맞은 이 출판사는 그림책과 아동문학, 아동 교양서 등 아동 도서를 주로 발행한다. 2013년부터 도서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원화의 아트프린트 액자 대여, 작가 강연 및 체험 활동, 독후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약 50종의 아동 도서 원화가 251개 도서관에서 순회 전시 중인데, 도서관 입장에서는 택배비만 내고 좋은 프로그램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출판사는 독서 지원 프로그램을 전국의 학교와 서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독자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모범적인 출판 마케팅이다.

한림출판사 사무실의 한쪽 공간에는 올봄부터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가 입주해 있다. 어려운 단체의 사정을 배려하고, 도서관계자와의 협력 증진을 위해 종로 한복판의 금싸라기 빌딩에 입주하도록 한 아름다운 결단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림출판사는 지금까지 한국 문화 관련 영문 도서를 약 700종 발행했다. 문화 다양성 시대에 맞춤한 다국어 그림책 시리즈도 만들었는데, 창작 그림책 12종을 6개 외국어로 출간했다. 다국어 그림책은 다문화가정과 돌보미교실에 활용되고, 그림책을 읽기 힘든 이들을 위해 책을 소리로 들려주는 오디오북, 도서관이나 단체 등에서 여러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편리한 큰 책(빅 북)으로도 제공한다.

책 생태계를 키우는 데 앞장서는 이 출판사가 최근 눈길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모든 유통 거래처에 동일한 공급률을 적용하기 시작한 점이다. 공급률은 출판사가 유통거래처에 공급하는 정가 대비 비율인데, 같은 책이라도 힘 있는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공급률은 상대적으로 낮고(서점의 유통 마진이 높으므로), 힘없는 동네 소형 서점에 대한 공급률은 상대적으로 높았던 기존 관행을 혁신한 것이다. 한림출판사는 거래처에 따라 각기 달랐던 공급률을 65퍼센트로 일원화했다. 크고 작은 오프라인서점, 인터넷서점, 도매업체, 총판, 납품처 등 모든 거래처에 동일한 공급률을 일괄 적용한다. 결과적으로 이전에 비해 대형서점 공급률은 상향되고 소형서점 공급률은 내려갔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왜곡된 우리 출판시장 상황에서 거의 혁명적인 이 조처에 대형 유통업체들은 반발했고 소형서점들은 환호했다. ‘공존 공급률’에 동의하지 않는 대형 업체에는 공급 중지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이런 시도가 지난해 11월부터 강화된 새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출판계의 최대 과제로 부상한 공급률 조정 문제를 푸는 도화선이 될지 주목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