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제1기 원장의 임기 만료일은 7월27일이다. 그러나 현임 원장의 임기가 며칠 안 남았음에도 차기 원장 소식은 없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이를 우려하는 입장문을 얼마 전 발표했고, 이에 대해 원장 임명권을 가진 문화체육관광부는 공모 절차를 거쳐 늦어도 추석 전까지는 후임자를 결정하겠다고 여유롭게 밝혔다. 일부 언론은 “문체부에 따르면 기타 공공기관인 진흥원의 성격상 원장 임기가 법에 명시된 것은 아니다”고 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16조의3(진흥원의 임원)은 “원장의 임기는 3년”이라고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진흥원 정관 제9조(임원의 임면)는 임기 만료 전까지 임원을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련 법규에서 명시했듯이 원장 임기는 고무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자는 진흥원의 사무처장 교체와 7월 말 전주혁신도시로의 이전 등에 따른 불가피성을 원장 임명 지체의 사유로 내세웠다. 궁색한 논리다. 사무처장의 임기나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이미 전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시시각각 출판 생태계와 시장 축소가 진행 중인 마당에, 엄연히 명시된 법 규정조차 무시하는 출판행정에 기댈 것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영세 사업체가 절대다수인데다 사면초가에 빠진 국내 출판산업에서 진흥원과 원장의 역할은 중차대하다. 그래서 진흥원 정관은 원장의 자격으로 ‘출판문화에 대한 지식과 경험, 비전 및 장기 발전전략을 가지고 출판산업을 이끌어갈 의지를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적시했다. 현업 출신 원장을 기대하는 출판계에서조차 단일 후보를 정하기 어려운 마당에, 또다시 낙하산을 타고 ‘별에서 온 그대’가 원장을 맡는 것이나 아닌지 벌써부터 많은 관계자들이 걱정하던 터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2012~2016)’의 기한이 내년까지임에도 정책사업의 추진 진도는 매우 느리기만 하다. 3년 전에 발표된 5대 정책 분야의 23개 중분류 과제 중 현재까지 시행된 것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안팎의 의견을 모아 정부가 확정하고 약속한 사업들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진흥계획의 용도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지난해 말 한국출판학회 주최로 열린 ‘한국 출판정책의 선진화 방향’ 토론회에서 서일대학교 한주리 교수가 발표한, 현행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 및 진흥원 사업에 대한 출판계 종사자들의 인식 조사 결과에서도 정책 추진 만족도 평가가 상당히 낮게 나타난 바 있다. 제도 개혁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완전 정가제를 지향하기보다는 좀 더 지켜보자는 주문만 되풀이하고 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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