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6 22:20
수정 : 2020.01.1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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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재관 노현주 곽재원 김은희 고소미 곽동열 최안나 장해희씨. 사진 트래쉬 버스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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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청년 스타트업 ‘트래쉬 버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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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재관 노현주 곽재원 김은희 고소미 곽동열 최안나 장해희씨. 사진 트래쉬 버스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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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없는 깨끗한 축제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우리가 해봤어요!”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부끄러운 세계 1위’ 가운데 하나인 ‘1인당 일회용품 사용량 1위’를 해결해보자고 나선 청년들이 있다.
“모두가 즐기자는 축제를 기획해오면서 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어요. 끝나고 난 뒤 쏟아지는 엄청난 쓰레기 때문이었죠. 그 중에서도 산더미처럼 버려지는 일회용품이 고민스러웠어요. 그런데 지난해 초부터 지속가능한 도시만들기 모임에서 비슷한 고민을 해온 친구들이 머리를 맞대니 해법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의기투합했죠.”
축제 기획자 곽재원·브랜드 컨설턴트 김재관·디자이너 최안나·설치작가 곽동열씨가 처음 의기투합했고, 여기에 쓰레기로 업사이클 제품을 만들어온 ‘저스트 프로젝트’의 이영연 대표가 합류하면서 아이디어는 ‘창업’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난주 서울 경리단길 뒷골목에 자리한 공장 겸 사무실에서 청년창업벤처 ‘트래쉬 버스터즈’를 만나봤다.
‘1인당 일회용품 사용량 세계 1위’
“즐거운 축제 뒤 쓰레기더미 늘 고민”
기획자·컨설턴트·디자이너·작가
재생용품 개발 전문가 합류해 ‘창업’
공유식기 대여-회수-세척 시스템
서울시 ‘투자’ 선정…31일 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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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쉬 버스터즈는 지난해 8월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린 ‘제4회 서울인기페스티벌’에서 일인용 공유식기 세트를 나눠주고 회수하는 방식으로 처음 ‘쓰레기 없는 깨끗한 축제’를 시도해 대성공을 거뒀다. 사진 트래쉬 버스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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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현재 일회용컵 사용량은 연간 30억개가 넘어요. 생산에 5분·사용에 5분이면 버려지는데, 분해까지 500년이나 걸린다죠. 최근들어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해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면서 대중들도 이제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고요.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면 다회용기를 그만큼 편하게 쓸 수 있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축제 때 다회용기를 대여-회수-세척·살균-재사용 방식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거였죠. 소재와 디자인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많이 했는데, 푸드트럭에서 판매하는 300여개의 음식을 다 조사해서 범용으로 쓸 수 있는 다회용기를 제작했어요. 소재는 인체에 무해하고 들고 다니기에도 가벼운 피피(PP)로 만들었고, 공장을 찾아다닌 끝에 훼손 됐을 때 원재료로 다시 재생가능한 순환시스템을 만들었죠.”
이들은 지난해 8월 곽재원씨가 4회째 기획을 맡은 ‘서울인기페스티벌’에서 시범 프로젝트를 해봤다. 이들은 식판·컵·수저·포크 등 일인용 공유식기 세트를 입장객들에게 보증금을 받고 준 뒤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전량 회수했다.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오후 2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밤새도록 펼쳐진 ‘한 여름 밤의 뮤직 페스티벌’이었다. 무려 3천명이 먹고 마시며 춤추고 즐기고 떠난 뒤 이들은 놀라운 변화에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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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쉬 버스터즈는 재사용 가능한 일인용 식기 세트를 자체 개발해 지난해 8월 서울인기페스티벌 때 참가자 3천명에게 사용하도록 했다. 사진 트래쉬 버스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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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축제 때 3만5천리터나 나왔던 쓰레기가 지난해에는 800리터로, 무려 98% 감소했어요. 일회용품 사용량도 13만5천개가 줄어서, 대규모 쓰레기의 주범이 결국 일회용품이라는 사실도 확인이 됐고요. 무엇보다 축제 참가자들의 만족도와 호응이 뜨거웠어요.”
기획자 곽씨는 “최근 5년간 200여회의 축제와 행사에서 30만명쯤 관객을 만난 것 같은데 ‘이렇게 깨끗한 페스티벌은 처음’, ‘다음에도 꼭 참가하겠다’ 등등 호평도 역대급”이었다고 했다.
자신감을 얻은 이들에게 때마침 ‘천군만마’ 같은 지원군이 나타났다. 서울 청년청에서 주관하는 ‘청년 프로젝트 투자사업' 공모에서 아이디어가 선정된 것이다. “2년간 5억9천 만원(보조금 5억2천·자부담 6천)을 지원받게 됐어요. 법인을 만들고, 대형 세척기를 가동시킬 수 있고 식기들을 보관할 수 있는 세척공간 겸 창고를 구하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고소미, 곽수경, 김은희, 노현주, 장해희씨도 스텝으로 들어와 ‘버스터즈’는 모두 10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투자금으로 가장 먼저 컨베이어 시스템을 갖춘 대규모 자동 세척기를 장만했다. “한개 한개 사람 손으로 세척작업을 하면 인건비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물량도 한계가 있어서 사업성이 문제였거든요. 세척기 덕분에 시간당 4500개, 1일 5천세트 처리와 살균건조까지 가능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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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 청년청의 ‘청년 프로젝트 투자사업’ 공모에 뽑힌 트래쉬 버스터즈는 지원받은 투자비로 살균·건조까지 가능한 대형 자동 세척기를 구비했다. 사진 트래쉬 버스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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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행사나 실내 행사 때는 주최쪽에서 참가자 규모에 맞게 미리 공유식기(1세트 1천원)를 대여해서 나눠 쓰고 현장에서 회수해서 다시 트래쉬 버스터즈에 반납하면 된다. 대규모·야외 행사 때에는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공유식기비(환경보전금 1천원)를 내고 받은 뒤 푸드트럭 등에서 식음료를 구매하면 일정하게 할인을 해주는 시스템으로 이용하면 된다.
이들은 한해 평균 국내에서 열리는 1만2천건의 축제에서, 5천명 기준으로 회당 100리러 150개 분량의 쓰레기가 나오고 회당 일회용품만 약 600만원어치가 소비된다며, 이를 다회용품 대여 시스템으로 바꾸면 연간 700억원의 일회용품 제작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축제만이 아니라, 배달용기, 카페의 테이크아웃컵, 극장의 팝콘컵, 경기장, 장례식장 일회용기 등 다양한 일상의 다중행사에서 일회용품을 다회용 공유식기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31일 오후 5시30분부터 서울 회나무로 트레쉬 버스터즈 사무실에서 공개 쇼케이스를 한다. (02)6010-1164.
instagram@official.trashbusters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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