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현실로 받아들여 새로운 대안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손학규 대표의 깃발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옳기 때문이다. 손학규 대표가 과연 2019년 정계개편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정치팀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를 거듭 촉구했다. “한반도 평화의 새 역사를 만드는 일에 국회도 동참해달라”고 했다. 국회의원 299명 중에는 비준 동의에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129명, 민주평화당 14명, 정의당 5명, 민중당 1명, 무소속 강길부 손금주 이용호 의원, 문희상 국회의장이 찬성이다. 153명이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의원 30명의 절반인 15명만 더해도 168명이다. 그래도 비준 동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이다. 12월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강석호 위원장은 강경 보수 의원들의 눈치를 살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상할 정도로 맹목적이다. “김영남과 이해찬이 북측의 통일전선 단일대오 형성을 완료한 듯하다. 남측 대한민국의 중요한 한 축인 보수는 저들의 공동의 적으로서 타파해야 하고 집권을 절대로 못 하게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남은 남남갈등을 부추겨 남측 친북세력의 힘을 빌려 70년 동안 바라온 대로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 동맹 와해, 미군 철수를 이루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하다.” 자유한국당에서 꽤 합리적이고 온건한 편인 이주영 국회 부의장의 생각이 이 정도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의 총재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한-소 수교, 한-중 수교,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한반도 비핵화 선언, 남북 동시 유엔 가입 등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 그 연장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이 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눈앞의 작은 이득에 매달려 한반도 평화의 큰 흐름에 맞서고 있다. 자기부정이다. 그러다 보니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거역하는 모순에 빠졌다. 아무래도 소생할 가망이 없어 보인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8일 의원 워크숍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불러 설명을 듣고서도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고 이상한 결론을 내렸다. 비준 동의 찬성 당론 채택을 관철하지 못한 손학규 대표는 체면을 구겼다. 손학규 대표는 판문점선언 지지 결의안 채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손학규 대표의 생각은 무엇일까? 10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생각을 상세히 밝혔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 역할을 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평화정책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냉전체제 70년을 살아온 보수층의 의심과 불만, 반대를 안고 가야 한다. 너무 조급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자유한국당을 향해서는 “냉전적 분단 체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 경제에도 기회가 될 수 있는 비핵화와 평화의 길로 차츰 접근해 가겠다고 선언한 것인데 이를 거부할 게 뭐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 교류는 손학규 대표의 지론이다. 한나라당 소속일 때도 그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북한 벼농사 지원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한나라당 안에서 “당신 빨갱이요?”라는 비난까지 나왔지만, 소신을 꺾지 않았다. 손학규 대표는 9월2일 대표 수락 연설에서 “패권정치의 유령이 나라를 뒤덮고 있다”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10월2일 대표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매우 인상적인 발언을 했다. “한반도가 격변기에 처해 있다. 특히 지난 한달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국민은 남북 화해와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감격스럽게 맛을 보았고, 한-미 정상회담과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보면서 이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른미래당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적극 지지하고 앞장설 것을 약속드린다.” 손학규 대표의 앞길은 평탄하지 않을 것 같다. 바른미래당 의원 중에는 자유한국당으로 가려는 사람들도 있고, 더불어민주당으로 가려는 사람들도 있다. ‘올드보이’의 경륜으로도 바른미래당을 이끌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현실로 받아들여 새로운 대안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손학규 대표의 깃발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옳기 때문이다. 손학규 대표가 과연 2019년 정계개편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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