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팀 선임기자 자유한국당은 왜 실패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일까? 어쩌면 색깔론은 선대에서 물려받은 친일-독재-기득권 유전자 코드일 수 있다. 그렇다면 끔찍한 일이다. 자유한국당이 소생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다. 미국에서 돌아온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귀국 직전 페이스북에 “최근 각종 부동산 증세를 통해 무상복지와 대북지원 자금을 마련하려는 문 정권의 정책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썼다. 아파트값을 잡으려고 내놓은 증세 정책을 무상복지, 대북지원으로 연결하는 그 상상력이 놀랍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대한민국수호 비상국민회의’라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가 지난 13일 “문재인 정부의 판문점선언 국회비준동의 요구를 불순한 대북지원 시도로 보고 이에 반대한다”고 성명을 냈다. 굳이 ‘불순한’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은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이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반공 의식에 머물러 있음을 증명한다. 보수 및 반북 단체의 성명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 단체의 공동대표가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라는 데 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 국회 본회의 사회를 본 사람이다. 다음 해에 <다시 탄핵이 와도 나는 의사봉을 잡겠다>라는 책을 썼다. 탄핵 역풍으로 인한 총선 참패가 무척 억울했던 것 같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경륜과 원만한 인품으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존경받는 원로다. 그런 인물의 식견이 1970~1980년대 독재시대 수준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김무성 의원이 지난 13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을 했다. 야당의 중진답게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런데 표현이 좀 이상하다. “규제와 가격통제를 통해 시장을 이기려는 것은 사회주의 독재 정부나 하는 짓입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헌법에서 규정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을 훼손하면서 ‘좌파 사회주의 정책과 포퓰리즘’을 펼치고 있습니다.” 좌파 사회주의라니? 빨갱이라는 얘기다. 김무성 의원은 광주 5·18이 발생하자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기로 결심했다. 1984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추진협의회를 만들어 활동하며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오랜 정치 경험에서 나오는 넉넉한 리더십 때문에 따르는 사람이 많다. ‘무대’(김무성 대장)라는 별명은 그의 보스 기질을 한마디로 설명한다. 내년 1~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거물이 냉전시대 반공 의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괴이하다.
자유한국당이 19대 대선 당시 온라인에 띄운 대통령선거 홍보물. 1번과 3번 후보의 정당을 북한 인공기로 표시해 색깔론을 펼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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