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팀 선임기자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기자들은 늘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열정적이고 창발적인 정치인들은 늘 가능하다고 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기자가 정치인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다. 사회주의 헌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의원내각제에 가까운 이원정부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우긴다. 도농복합이라는 이상한 선거구제를 들이민다. 국무총리 선출제와 추천제를 뒤섞어 혼란스럽게 한다. 국회로 넘어온 개헌 협상에서 요설이 판치고 있다. 정치는 역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모든 야당이 반대했지만, 개헌안 발의로 국회 개헌 협상의 물꼬가 터졌다. 협상장 주변을 넘나드는 온갖 선동은 개헌의 본질을 흐리는 술수다. 말을 따라가면 현혹된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야 속지 않는다. 개헌 논의에는 두 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 자유한국당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다. 여야 협상에 실패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 표결이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다고 가정해보자. 국회법을 보면 개헌안은 기명으로 표결한다. 누가 찬성하고 반대하는지 알 수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이 찬성하려면 정치적 목숨을 걸어야 한다. 반란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사정은 지방선거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이 100석 미만으로 주저앉지 않는 한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개헌은 불가능하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개헌 결과와 관련이 없다. 19대 대통령 임기는 2022년 5월9일까지다. 개헌으로 권력구조를 어떻게 바꾸든 문재인 대통령은 20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개헌에 성공하면 명예를 건지겠지만 정치적 이득은 없다. 따라서 개헌이 안 돼도 손해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한반도와 경제가 개헌보다 더 중요하다. 6·13 뒤에는 개헌 열차를 멈춰 세우고 한반도 열차와 경제 열차로 갈아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극적으로 돌아서면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헌법 규정에 따르면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하기 위한 여야의 개헌 협상 시한은 5월4일이다. 만약 6·13 국민투표를 포기한다면 6·13 전에 최소한 여야 합의 개헌안을 발의해 국회에서 의결하고 국민투표법 개정까지 해야 한다. 그것도 안 되면 개헌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잘될까? 객관적 여건을 아무리 살펴봐도 어렵다. 무엇보다 국민과 국회의 생각이 너무 다르다. 국회는 대통령 견제를 명분으로 권력을 더 가지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은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대통령 4년 1차 연임’과 야당의 ‘국무총리 선출 및 추천제’ 사이는 멀다. 그러나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기자들은 늘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열정적이고 창발적인 정치인들은 늘 가능하다고 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기자가 정치인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이런 타협이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대로 4년 1차 연임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대통령 권력을 확 줄이는 것이다. 모든 장관에 대해 국회 임명동의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권력기관도 대통령 인사권을 축소하고 국회 통제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은 아예 폐지하는 것이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권을 더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제가 사실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의회가 국정을 분담하며 서로 견제하는 분산형 권력구조라는 것을 이해하면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는 타협안이다. 협상의 성공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에 협상의 재량권을 통 크게 보장해야 한다. 둘째, 자유한국당은 의원내각제에 가까운 이원정부제를 내려놓아야 한다. 이원정부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내용으로 대통령과 제1야당의 과감한 양보와 결단이 이루어진다면 국무총리 선출제 및 추천제도 절충과 타협이 가능할 것이다. 대통령 권력이 국회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국민이 반대할 수 있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국회의 비례성 강화를 위해 의원 정수 확대가 필요하다면 이 부분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득하면 국민도 받아들일 것이다. 개헌 뒤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처럼 착한 정치인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개헌 참 어렵다. 그러나 이번에 꼭 해야 한다. shy99@hani.co.kr
칼럼 |
[성한용 칼럼] 개헌 지금 안 하면 못한다 |
정치팀 선임기자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기자들은 늘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열정적이고 창발적인 정치인들은 늘 가능하다고 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기자가 정치인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다. 사회주의 헌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의원내각제에 가까운 이원정부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우긴다. 도농복합이라는 이상한 선거구제를 들이민다. 국무총리 선출제와 추천제를 뒤섞어 혼란스럽게 한다. 국회로 넘어온 개헌 협상에서 요설이 판치고 있다. 정치는 역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모든 야당이 반대했지만, 개헌안 발의로 국회 개헌 협상의 물꼬가 터졌다. 협상장 주변을 넘나드는 온갖 선동은 개헌의 본질을 흐리는 술수다. 말을 따라가면 현혹된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야 속지 않는다. 개헌 논의에는 두 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 자유한국당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다. 여야 협상에 실패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 표결이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다고 가정해보자. 국회법을 보면 개헌안은 기명으로 표결한다. 누가 찬성하고 반대하는지 알 수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이 찬성하려면 정치적 목숨을 걸어야 한다. 반란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사정은 지방선거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이 100석 미만으로 주저앉지 않는 한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개헌은 불가능하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개헌 결과와 관련이 없다. 19대 대통령 임기는 2022년 5월9일까지다. 개헌으로 권력구조를 어떻게 바꾸든 문재인 대통령은 20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개헌에 성공하면 명예를 건지겠지만 정치적 이득은 없다. 따라서 개헌이 안 돼도 손해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한반도와 경제가 개헌보다 더 중요하다. 6·13 뒤에는 개헌 열차를 멈춰 세우고 한반도 열차와 경제 열차로 갈아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극적으로 돌아서면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헌법 규정에 따르면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하기 위한 여야의 개헌 협상 시한은 5월4일이다. 만약 6·13 국민투표를 포기한다면 6·13 전에 최소한 여야 합의 개헌안을 발의해 국회에서 의결하고 국민투표법 개정까지 해야 한다. 그것도 안 되면 개헌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잘될까? 객관적 여건을 아무리 살펴봐도 어렵다. 무엇보다 국민과 국회의 생각이 너무 다르다. 국회는 대통령 견제를 명분으로 권력을 더 가지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은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대통령 4년 1차 연임’과 야당의 ‘국무총리 선출 및 추천제’ 사이는 멀다. 그러나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기자들은 늘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열정적이고 창발적인 정치인들은 늘 가능하다고 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기자가 정치인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이런 타협이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대로 4년 1차 연임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대통령 권력을 확 줄이는 것이다. 모든 장관에 대해 국회 임명동의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권력기관도 대통령 인사권을 축소하고 국회 통제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은 아예 폐지하는 것이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권을 더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제가 사실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의회가 국정을 분담하며 서로 견제하는 분산형 권력구조라는 것을 이해하면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는 타협안이다. 협상의 성공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에 협상의 재량권을 통 크게 보장해야 한다. 둘째, 자유한국당은 의원내각제에 가까운 이원정부제를 내려놓아야 한다. 이원정부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내용으로 대통령과 제1야당의 과감한 양보와 결단이 이루어진다면 국무총리 선출제 및 추천제도 절충과 타협이 가능할 것이다. 대통령 권력이 국회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국민이 반대할 수 있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국회의 비례성 강화를 위해 의원 정수 확대가 필요하다면 이 부분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득하면 국민도 받아들일 것이다. 개헌 뒤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처럼 착한 정치인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개헌 참 어렵다. 그러나 이번에 꼭 해야 한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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