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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27 17:02 수정 : 2017.11.27 19:12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목표는 국민통합이다. 지역분권이다. 국민통합과 지역분권을 제도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안은 개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 의지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그를 만만하게 봤다면 잘못 본 것이다.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의 어리석음과 무능을 인정하지 않고 진실을 애써 외면한다. 심지어 조작이나 음모를 주장하기도 한다. ‘여우와 신 포도’는 우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바라보는 홍준표 대표와 이른바 보수 성향 논객들의 최근 시선에는 일종의 당혹감이 묻어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외교적 고립에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면서 사회주의 경제 정책으로 서민들의 살기가 더욱 팍팍해져 가는 마당에 말춤이나 추면서 축제를 즐기는 저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한숨 나오는 연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라도 정상화되고 언론도 정상화되고 조작된 여론조사도 정상화되었으면 합니다.”(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긴급 처방을 사회주의 정책으로 호도한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 자유한국당의 낮은 지지도는 조작으로 몰아붙인다. 그런가?

이른바 보수 논객 중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종북 성향 운동권 참모들의 아바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1980년대 머리 나쁘고 게을렀던 엔엘(NL)계 운동권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을 장악해 대한민국을 종북으로 끌고 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꼭두각시라는 얘기다. 이런 식의 음모론은 착한 이미지의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문재인 정부 전체의 위험성을 공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절 시대의 아픔을 외면했던 사람들이 개인적 콤플렉스로 그런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보수의 수준이 여전히 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2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김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오른쪽 두번째)와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작과 음모를 주장하면서 진실을 만날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누구일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해답은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행동에서 찾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월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2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추도사 말미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훈인 ‘통합’과 ‘화합’을 다짐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이를 전하면서도 어떤 맥락인지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자존심이 강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1990년 3당 합당 트라우마가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 때문에 ‘민주화의 성지’ 부산은 하루아침에 ‘배신의 도시’로 전락했다. 영남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영남의 비주류이면서 동시에 민주화 세력 안에서도 비주류라는 이중의 질곡에 시달려야 했다. 그랬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통합과 화합을 당부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당부를 회한과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2017년 3월31일 부산실내체육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영남권역 선출대회가 열렸다. 8천명의 청중 앞에서 문재인 당시 경선 후보가 피를 토하는 듯한 연설을 한 일이 있다.

“기억하십니까? 동지 여러분! 영남에서 민주당 하며 설움받던 27년의 세월! 기억하십니까? 선거 때마다 지는 게 일이고, 지고 또 지면서도 민주당 깃발 놓지 않았던 27년의 아픔! 기억하십니까?”

“빨갱이 종북 소리 들어가며 김대중 노무현을 지켰던 27년 인고의 세월! 저는 기억합니다. 저뿐 아니라 영남 땅에서 민주당 깃발 지켜온 동지라면 누구라도 그 설움과 아픔, 가족들의 고통까지 생생히 기억합니다.”

“저와 영남 동지들의 원대한 꿈! 오랜 염원! 감히 고백합니다. 영남의 민주주의 역사, 새로 쓰고 싶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정권교체하면, 영남은 1990년 3당 합당 이전으로 되돌아갈 것입니다. 그 자랑스럽고 가슴 벅찼던 민주주의의 성지로 거듭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목표는 국민통합이다. 지역분권이다. 국민통합과 지역분권을 제도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안은 개헌이다.

자유한국당이 개헌을 끝내 반대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3월 기본권을 확대하고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하는 개헌안을 발의할 것이다.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돼도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개헌을 추진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 의지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그를 만만하게 봤다면 잘못 본 것이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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