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바른정당 밖에 있는 국회의원들, 단체장들을 속속 모셔오겠습니다. 진영을 뛰어넘는, 국익을 위한 정치의 길에 공감하는 의원들, 단체장들, 정치 꿈나무들 한분 한분 설득해서 바른정당의 날개 아래 모두 품겠습니다.” 대표로 선출된 이혜훈 의원이 기염을 토했다.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그는 하태경·정운천·김영우 최고위원을 단상으로 불러 함께 큰절을 했다. 바른정당의 기치는 보수혁명이다. 그러나 앞길이 순탄치 않다. 당장 국회의원이 한명이라도 이탈하면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진다. 절박하다. 2018년 지방선거가 고비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적통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여권발 정계개편의 작은 여파도 바른정당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도 바른정당은 성공해야 한다. 보수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보수 정당이 막강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명박과 박근혜 두 대의 기관차가 당을 이끌던 2006년부터 2012년까지다. 개혁 보수는 이명박을 중심으로, 정통 보수는 박근혜를 중심으로 뭉쳤다. 개혁과 정통이 균형을 이뤘다. 이명박 대통령을 박근혜 대표가 견제했다. 여권 안에 여당과 야당이 있었으니 진짜 야당은 잘 보이지 않았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이긴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러나 균형이 깨지며 내리막이 시작됐다. 2012년 총선,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에서 ‘박근혜 공천’을 받은 사람들이 당을 채워 나갔다. 개혁 보수는 비주류로 밀렸다. 박근혜 대통령을 아무도 견제하지 못했다. 평형수가 빠진 배는 복원력을 잃는다. 정권은 안에서부터 붕괴했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패배는 우연이 아니었다. 보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보수가 무엇일까? 지키는 것이다. 영국 보수주의 이론가 에드먼드 버크는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를 ‘자유’와 ‘정의’로 봤다. 2007년 영국 보수당 당수 마이클 하워드가 선언한 16개 보수주의 강령에는 “책임 없는 자유는 없으며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우리의 의무”, “불공평은 우리를 분노하게 하며 기회균등이야말로 중요한 가치”라는 항목이 있다. 바른정당의 목표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민주권’ ‘민주공화국’ ‘지속가능한 발전’ ‘굳건한 국가안보’ ‘평화통일’이다. 자유한국당도 강령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지속적인 발전’ ‘평화통일’ ‘공정하고 부강한 국가’ ‘행복한 삶’을 명기했다. 말로는 어느 쪽이 진짜 보수인지 구분할 수 없다. 정당은 사람이다. 양쪽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살피면 어느 쪽이 진짜 보수인지 답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이 107명이나 된다. 그런데도 지지도는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왜 그럴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충성하던 친박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주군’은 권좌에서 쫓겨나 감옥에 갔어도 친박들은 아무도 정치를 그만두지 않았다. 무책임하다. 비겁하다. 새 지도부 선출 경선 흥행이 안되는 것도 당연하다.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6·25를 맞아 “비록 이 나라가 주사파 운동권들의 세상이 되었어도 국민들은 깨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색깔론 타령이 지겹지도 않은가 보다. 색깔론 보수는 결코 진짜 보수가 될 수 없다. 인적 자원의 질은 바른정당이 훨씬 낫다. 의원과 당협위원장의 면면이 단단하다. 오래전 열린우리당에 개혁 소장파를 상징하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있었다. 한나라당에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있었다. 남원정은 지금 모두 바른정당에 있다. 개혁 보수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오세훈 전 서울시장,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를 지낸 김세연 의원도 바른정당에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저항했던 유승민 의원은 바른정당의 대선후보였다. 이들이 보수혁명의 씨앗이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80%를 넘나든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50%대 초강세다. 그러나 정권은 유한하다. 언젠가는 보수 정당이 다시 집권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기득권 보수, 가짜 보수가 아니라 개혁 보수, 진짜 보수가 집권해야 한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교대로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정치지형이 대한민국에 유익하다. 바른정당의 보수혁명이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shy99@hani.co.kr
칼럼 |
[성한용 칼럼] 바른정당 보수혁명 성공해야 한다 |
선임기자 “바른정당 밖에 있는 국회의원들, 단체장들을 속속 모셔오겠습니다. 진영을 뛰어넘는, 국익을 위한 정치의 길에 공감하는 의원들, 단체장들, 정치 꿈나무들 한분 한분 설득해서 바른정당의 날개 아래 모두 품겠습니다.” 대표로 선출된 이혜훈 의원이 기염을 토했다.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그는 하태경·정운천·김영우 최고위원을 단상으로 불러 함께 큰절을 했다. 바른정당의 기치는 보수혁명이다. 그러나 앞길이 순탄치 않다. 당장 국회의원이 한명이라도 이탈하면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진다. 절박하다. 2018년 지방선거가 고비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적통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여권발 정계개편의 작은 여파도 바른정당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도 바른정당은 성공해야 한다. 보수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보수 정당이 막강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명박과 박근혜 두 대의 기관차가 당을 이끌던 2006년부터 2012년까지다. 개혁 보수는 이명박을 중심으로, 정통 보수는 박근혜를 중심으로 뭉쳤다. 개혁과 정통이 균형을 이뤘다. 이명박 대통령을 박근혜 대표가 견제했다. 여권 안에 여당과 야당이 있었으니 진짜 야당은 잘 보이지 않았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이긴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러나 균형이 깨지며 내리막이 시작됐다. 2012년 총선,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에서 ‘박근혜 공천’을 받은 사람들이 당을 채워 나갔다. 개혁 보수는 비주류로 밀렸다. 박근혜 대통령을 아무도 견제하지 못했다. 평형수가 빠진 배는 복원력을 잃는다. 정권은 안에서부터 붕괴했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패배는 우연이 아니었다. 보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보수가 무엇일까? 지키는 것이다. 영국 보수주의 이론가 에드먼드 버크는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를 ‘자유’와 ‘정의’로 봤다. 2007년 영국 보수당 당수 마이클 하워드가 선언한 16개 보수주의 강령에는 “책임 없는 자유는 없으며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우리의 의무”, “불공평은 우리를 분노하게 하며 기회균등이야말로 중요한 가치”라는 항목이 있다. 바른정당의 목표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민주권’ ‘민주공화국’ ‘지속가능한 발전’ ‘굳건한 국가안보’ ‘평화통일’이다. 자유한국당도 강령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지속적인 발전’ ‘평화통일’ ‘공정하고 부강한 국가’ ‘행복한 삶’을 명기했다. 말로는 어느 쪽이 진짜 보수인지 구분할 수 없다. 정당은 사람이다. 양쪽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살피면 어느 쪽이 진짜 보수인지 답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이 107명이나 된다. 그런데도 지지도는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왜 그럴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충성하던 친박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주군’은 권좌에서 쫓겨나 감옥에 갔어도 친박들은 아무도 정치를 그만두지 않았다. 무책임하다. 비겁하다. 새 지도부 선출 경선 흥행이 안되는 것도 당연하다.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6·25를 맞아 “비록 이 나라가 주사파 운동권들의 세상이 되었어도 국민들은 깨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색깔론 타령이 지겹지도 않은가 보다. 색깔론 보수는 결코 진짜 보수가 될 수 없다. 인적 자원의 질은 바른정당이 훨씬 낫다. 의원과 당협위원장의 면면이 단단하다. 오래전 열린우리당에 개혁 소장파를 상징하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있었다. 한나라당에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있었다. 남원정은 지금 모두 바른정당에 있다. 개혁 보수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오세훈 전 서울시장,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를 지낸 김세연 의원도 바른정당에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저항했던 유승민 의원은 바른정당의 대선후보였다. 이들이 보수혁명의 씨앗이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80%를 넘나든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50%대 초강세다. 그러나 정권은 유한하다. 언젠가는 보수 정당이 다시 집권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기득권 보수, 가짜 보수가 아니라 개혁 보수, 진짜 보수가 집권해야 한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교대로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정치지형이 대한민국에 유익하다. 바른정당의 보수혁명이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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