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환영하기 위해 공항에 ‘태극기 부대’가 몰려든 것은 험난한 정국을 예고하는 상징적 장면이다. 홍준표 전 지사는 “여러분과 함께 자유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 데 함께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선 기간에 문재인 후보를 ‘종북좌파’라고 비난했다. 앞으로도 문재인 대통령을 그렇게 공격할 것이다. 홍준표 전 지사는 여당보다 야당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가 처음 국회의원이 된 것은 1996년이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발탁했다. 그러나 곧 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됐다. 선거 때 비용을 과다 지출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1999년 3월 의원직을 잃었다. 2000년 8·15 특사로 사면복권돼 2001년 10·25 재보궐선거에서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디제이 저격수’, ‘노무현 저격수’라고 불릴 정도로 독하게 야당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그의 진짜 목표는 대통령이 아니라 야당 대표였다고 봐야 한다. 당내 기반이 없었지만 대선 후보를 발판으로 당권을 장악했던 ‘이회창 모델’이 머릿속에 들어 있었을 것이다. 이회창 전 총재는 1997년 12월 대선에서 패배한 뒤 1998년 8·31 전당대회에서 이한동·김덕룡·서청원 후보를 꺾고 총재가 됐다. 그리고 2002년까지 ‘차기 대통령’처럼 처신했다. 홍준표 전 지사는 7월3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의 대선 득표율은 24.03%였다. 대선 뒤 당 지지도가 한 자릿수로 가라앉았던 자유한국당으로서는 그를 다시 불러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죽어야 산다’는 명제는 이상일 뿐이고, 2018년 지방선거가 자유한국당의 현실이다. 지지도가 너무 떨어지면 극단으로 간다.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주의를 내세워 집권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지지도가 폭락하자 극우로 달렸다. 대선에서 패배한 야당과 후보 얘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의 앞날이 사실은 대야 관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지지도보다 훨씬 많은 107석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한 숫자다. 지난 2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정부 여당의 독주를 막아내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결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전부터 미리 준비한 개혁 조처와 통합 인사로 국정수행 지지도를 역대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진짜 개혁은 이제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 조처는 대부분 국회 입법을 통해 제도화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제 도입’ 등은 모두 법률 개정 사항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의석은 120석에 불과하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법률 개정이 불가능하다. 사안에 따라 국민의당(40석), 바른정당(20석), 정의당(6석)의 협조를 받아내면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는 180석을 넘어선다. 그렇게 해도 본회의 상정까지는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을 합쳐 330일을 기다려야 한다. 당장 11조2천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부정적이다. 정부조직법 개정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혁의 제도화’를 어떻게 추진하려는 것일까? 민주연구원과 국민의나라위원회가 5월17일 펴낸 <신정부의 국정 환경과 국정 운영 방향>이라는 책자가 있다. 신정부의 핵심 과제로 ‘협력적 파트너십을 통한 안정적 국회 관계 구축’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단독정부를 유지한 상태에서 사안별 협력을 추진하는 방안, 국회 내 개혁연합을 구축하는 방안, 통합정부 구성을 포함한 통합 및 연정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고도의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야 한다. 어떻게든 야당의 손을 꼭 잡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전에 “부패 대청소를 하고 그다음에 경제교체, 시대교체, 과거의 낡은 질서나 체제 및 세력에 대한 역사교체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법적, 제도적으로 근본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옳은 얘기다. 이제부터는 ‘어떻게’가 중요하다. 정치팀 선임기자 shy99@hani.co.kr
칼럼 |
[성한용 칼럼] 야당 손을 꼭 잡아야 개혁할 수 있다 |
선임기자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환영하기 위해 공항에 ‘태극기 부대’가 몰려든 것은 험난한 정국을 예고하는 상징적 장면이다. 홍준표 전 지사는 “여러분과 함께 자유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 데 함께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선 기간에 문재인 후보를 ‘종북좌파’라고 비난했다. 앞으로도 문재인 대통령을 그렇게 공격할 것이다. 홍준표 전 지사는 여당보다 야당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가 처음 국회의원이 된 것은 1996년이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발탁했다. 그러나 곧 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됐다. 선거 때 비용을 과다 지출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1999년 3월 의원직을 잃었다. 2000년 8·15 특사로 사면복권돼 2001년 10·25 재보궐선거에서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디제이 저격수’, ‘노무현 저격수’라고 불릴 정도로 독하게 야당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그의 진짜 목표는 대통령이 아니라 야당 대표였다고 봐야 한다. 당내 기반이 없었지만 대선 후보를 발판으로 당권을 장악했던 ‘이회창 모델’이 머릿속에 들어 있었을 것이다. 이회창 전 총재는 1997년 12월 대선에서 패배한 뒤 1998년 8·31 전당대회에서 이한동·김덕룡·서청원 후보를 꺾고 총재가 됐다. 그리고 2002년까지 ‘차기 대통령’처럼 처신했다. 홍준표 전 지사는 7월3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의 대선 득표율은 24.03%였다. 대선 뒤 당 지지도가 한 자릿수로 가라앉았던 자유한국당으로서는 그를 다시 불러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죽어야 산다’는 명제는 이상일 뿐이고, 2018년 지방선거가 자유한국당의 현실이다. 지지도가 너무 떨어지면 극단으로 간다.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주의를 내세워 집권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지지도가 폭락하자 극우로 달렸다. 대선에서 패배한 야당과 후보 얘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의 앞날이 사실은 대야 관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지지도보다 훨씬 많은 107석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한 숫자다. 지난 2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정부 여당의 독주를 막아내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결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전부터 미리 준비한 개혁 조처와 통합 인사로 국정수행 지지도를 역대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진짜 개혁은 이제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 조처는 대부분 국회 입법을 통해 제도화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제 도입’ 등은 모두 법률 개정 사항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의석은 120석에 불과하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법률 개정이 불가능하다. 사안에 따라 국민의당(40석), 바른정당(20석), 정의당(6석)의 협조를 받아내면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는 180석을 넘어선다. 그렇게 해도 본회의 상정까지는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을 합쳐 330일을 기다려야 한다. 당장 11조2천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부정적이다. 정부조직법 개정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혁의 제도화’를 어떻게 추진하려는 것일까? 민주연구원과 국민의나라위원회가 5월17일 펴낸 <신정부의 국정 환경과 국정 운영 방향>이라는 책자가 있다. 신정부의 핵심 과제로 ‘협력적 파트너십을 통한 안정적 국회 관계 구축’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단독정부를 유지한 상태에서 사안별 협력을 추진하는 방안, 국회 내 개혁연합을 구축하는 방안, 통합정부 구성을 포함한 통합 및 연정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고도의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야 한다. 어떻게든 야당의 손을 꼭 잡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전에 “부패 대청소를 하고 그다음에 경제교체, 시대교체, 과거의 낡은 질서나 체제 및 세력에 대한 역사교체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법적, 제도적으로 근본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옳은 얘기다. 이제부터는 ‘어떻게’가 중요하다. 정치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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