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3.17 18:38
수정 : 2014.03.1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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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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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윤여준 임시의장이었다. 3월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발기인대회장에서 그의 얼굴에는 주름이 깊었다. 한 달 전인 2월17일 백범기념관 새정치연합 발기인대회에서 보여주었던 미소와 여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행사의 주인공은 통합의 주역인 안철수·김한길 창당준비위원장이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선 빛이 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단체장들, 손학규 전 대표 등 대선 주자급 정치인들은 들러리였다.
어떻게 통합을 할 수 있었을까? 6·4 지방선거다. 야권의 분열로 전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살기 위해 서로 손을 잡았다. ‘새정치’는 통합의 고리였다.
이제 확률은 5 대 5가 됐다. 선거에서 패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앞날은 암흑이다. 당이 다시 깨질 수도 있다. 안철수·김한길의 미래도 사라진다. 물론 승리하면 정반대 상황이 도래한다.
안철수 위원장은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이 모든 판단과 결정의 기준이라고 한다. 새정치연합 사람들의 증언이다. 그럴 수 있다. 그도 정치인이다.
안철수 위원장은 발기인대회 인사말에서 ‘기득권을 내려놓는 정당’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국민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새누리당이 내려놓지 않더라도 우리는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기초선거 무공천이 국민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아니,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혹시 정치불신에 편승하려는 것은 아닐까? 아니라고 믿고 싶다.
김한길 위원장은 ‘대권’을 꿈꾸기 시작한 것 같다고 한다. 민주당 사람들이 그런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김한길 위원장을 탓할 수 있을까? 김한길 위원장은 총선·대선 패배 이후 풍비박산의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어쨌든 지켜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승부수로 야권의 재구성을 이뤄냈다. 그게 실력이든 운이든 확실히 그의 업적이다.
다 좋다. 안철수·김한길 위원장이 자신들의 정치적 앞길을 활짝 열려면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새정치’의 내용을 채워야 한다. 새정치는 통합의 명분이었지만 통합 이후에는 ‘약속’이 됐다. 약속을 안 지키면 새정치연합이 아니라 헌정치연합이 된다.
조심해야 할 것이다. 새정치는 결코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없다. 성경은 ‘하늘 아래 새것이 없다’고 했다. 새로운 것은 필연적으로 일시적이다. ‘신작로’라는 단어는 너무 낡아서 아무도 쓰지 않는다. ‘신촌’을 새로운 마을로 생각하는 서울시민은 없다.
유권자들이 새로운 정치를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그냥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신상’(신상품)을 좋아하는 소비자의 심리다. 둘째, 기득권 세력이 만든 ‘반정치 바이러스’ 때문이다. 반정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정당과 정치인들을 맹목적으로 비난한다. 대신 무책임한 관료나 공공성이 없는 기업인 출신에게 정치를 맡기려 든다.
기득권 세력은 유권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몇 년에 한 번씩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허용한다. 물론 일시적이다. 부풀어 오르는 풍선에서 바람을 조금씩 빼서 터지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다. 새정치가 ‘반정치’여서는 안 된다. 새정치는 ‘정치적 해법’이어야 한다. 새정치비전위원회 백승헌 위원장이 이런 제안을 했다.
“지디피 3만달러 시대에도 극심해가는 여러 불평등을 지양하고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행복추구권이 보장되도록 사회경제적 조건을 만들어가는 복지지향국가를 시대적 좌표로 제시해야 한다.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통한 안전보장과 남북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는 절실하고도 원대한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문성근 ‘국민의 명령’ 상임위원은 통합신당의 모델로 ‘온-오프결합 시민참여형 정당’을 제시했다. 시민들이 굳이 정당에 입당하지 않더라도 정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의원 3, 진성당원 2, 시민 1’로 차등화된 의결권을 부여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제안은 말하는 사람의 얼굴도 봐야 하지만 결국 내용을 잘 살펴서 판단해야 한다. 안철수·김한길 위원장의 혜안을 기대한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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