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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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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칼럼] 보수는 부끄럽지도 아니한가
청와대 대변인은 정권의 얼굴이다. 국민들은 청와대 대변인을 바라보며 그 정권의 품격을 가늠한다. 윤창중 대변인은 참 특이한 사람이다. 인수위 대변인 시절 공식 브리핑을 하면서 기자들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나도 30년 동안 언론인 생활을 했다. 언론이 너무 앞서서 보도하니까 신뢰를 깎아먹는 것이다.” “언론의 신뢰를 깎는 것은 앞서가는 보도가 아니라, 언론계와 정계를 왔다 갔다 한 ‘폴리널리스트’ 때문이라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모욕을 당하면 기자의 멱살을 잡고 대변인직을 때려치우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그는 버텼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매우 특이한 사람이다. 박정희 육영수 두 사람의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 고리를 달고 다닌 것부터 좀 이상하다. 현역에서 물러난 뒤 외국무기 중개업체 고문을 맡았고, 본인 주장대로 하면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거액의 보수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위 공직자 출신이 전관예우로 큰돈을 챙기는 것도 잘못이지만, 돈을 챙기고 나서 다시 고위 공직으로 돌아오는 것은 명백한 부정의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까지 청렴하게 살아왔다”며 버티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그를 장관으로 임명한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명실상부한 보수세력의 대표였다. 그렇다면 보수에서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인재들로 청와대와 장관 인선을 하는 것이 옳았다. 진보나 야당 성향의 인물을 기용하는 대탕평은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에게 순종적인 ‘박근혜의 남자들’만을 골라서 쓰고 있다. 대체로 능력보다는 충성심이 기준인 것 같다. <동아일보> 정성희 논설위원은 수컷 일개미들이 여왕개미를 위해 분골쇄신하는 ‘여왕개미의 제국’에 비유했다. 이런 식의 인적 구조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비해 확실히 퇴화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래도 초기에는 쓴소리를 하는 측근들을 곁에 뒀고 이들과 말싸움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쨌든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국정을 다루기에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성장동력을 끌어올리려면 무엇보다 기득권 집단의 나눠먹기식 이익분배 구조를 뒤집어엎어야 한다. 큰 싸움이 불가피하다. 장렬하게 싸우다가 전사할 수 있는 장수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새 정부에는 그런 장수들이 없다.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늑대를 다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몇 년을 허송세월하면 2016년부터 그야말로 대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한반도 상황 대처에도 극단적인 집중 체제는 적절하지 않다. 대통령 한 사람의 오판으로 전쟁이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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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이 8일 충남 계룡대 연병장에서 열린 2013 장교 합동 임관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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