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7.04 19:32
수정 : 2012.07.0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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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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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경남지사는 경남 남해 출신이지만 사투리가 심하지 않다. 공식 출마 선언을 앞두고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신관 소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 정치부 기자들에게 일종의 신고를 한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이 끝날 때마다 망설임 없이 대답을 했다. 군더더기가 없었다. 현장에서 민초들과 수없이 대화를 나누며 단련된 솜씨일 것이다.
“도정을 챙기느라 중앙의 정치 현안에 대해 말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출마 선언을 하고 정책을 발표하기 시작하면 내면의 진가를 평가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민주통합당의 앞서가는 후보들을 따라잡을 자신이 있다. 당내에는 라이벌이 없다. 박근혜 후보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후보는 저뿐이라고 생각한다.”
당내 라이벌이 없다는 표현은 지나치지만,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건 맞는 얘기다. 후발 주자인 김 지사는 당 대표를 지낸 손학규·정세균·정동영 상임고문,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상임고문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 언론에서 대선주자로 대접하기 시작한 것도 최근이다. 그런데도 그를 아는 정치인들은 그를 평가한다. 이유가 있다.
첫째, 김두관 지사는 ‘촌사람’이다. 그는 5남1녀 가운데 다섯째다. 정치를 하는 동생(김두수)을 빼고 형과 누나는 회사에 다니거나 장사를 한다. 경북 영주의 경상전문대와 동아대를 나왔다. 늦깎이로 재야 민주화운동에 동참했다가 고향에 내려가 농민운동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른바 ‘스펙’과는 거리가 멀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 의원과 가장 각이 서는 서민 주자라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김두관의 발견>(사회평론)에서 “대개 그렇고 그런 기득권층이 정치를 한다. 그것을 명망가 지배라고 한다. 한번 갈아엎어야만 한다”고 썼다. 김두관 지사를 ‘서민층의 대표’로 본다고 했다. 남 전 장관은 인물평이 짠 사람이다. 김두관 지사를 지지하느냐고 물었다. ‘그게 아니라 언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 좋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둘째, 김두관 지사의 인생은 도전의 역사다. 29살에 ‘민중의 당’ 후보로 총선에 도전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덟 차례 공직 선거에 나섰다. 다섯 차례 실패하고 세 차례 성공했다. 당 지도부 선거에도 세 차례 출마했고, 대선후보 경선에도 나선 적이 있다. 끝없는 도전으로 오늘의 ‘이장 출신 도지사’가 됐다. 이번이 열세 번째 도전인 셈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입에 담지 않았다. ‘노무현을 팔아 장사하려 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비욘드 노무현’을 말해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셋째, 김두관 지사는 ‘듣는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연이 있다.
“두관아, 너는 왜 듣기만 하는 귀가 두 개가 되는지, 먹고 말하는 입은 한 개인지 알아야 한다. 왜 입은 평소에 닫혀 있지만 귀는 항상 열려 있는지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어릴 때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해줬다는 말이다. 최근 출판된 자서전 <아래에서부터>(비타베아타)에는 그가 어떻게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됐는지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원혜영·민병두·문병호·김재윤 의원 등이 김두관 지사를 돕는다. 대체로 성정이 겸손한 사람들이다.
김두관 지사는 7월7일자로 사표를 냈다. 5일 마지막으로 도정 업무를 보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다. 7일에는 남해에서 조상과 고향 주민들에게 신고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8일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화개장터를 지나 해남 땅끝마을로 가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김두관 지사는 단기간에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쉽지 않을 것이다. 정책도 더 가다듬어야 한다. 김 지사 스스로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2017년이라면 몰라도 2012년 출마는 섣부르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그래도 그의 인생은 ‘스토리’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제 막 ‘텔링’이 시작됐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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