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31 15:49
수정 : 2019.11.01 02:03
|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 룸에서 열린 '2109년 8월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동향 및 평가'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기간제 50만명, 정규직 분류됐던 임시·일용직 가능성
주 36시간·파견 여부 등 미응답 땐 정규직으로 잡혀
도배·숙박·식당 종사자 등 비정규직으로 포착 안 돼
이번엔 “계약 예상기간” 질문 추가로 ‘사각지대’ 밝혀
|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 룸에서 열린 '2109년 8월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동향 및 평가'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통계청이 최근 비정규직 규모를 파악하는 조사에서 새로 포착한 기간제 근로자(35만~50만명)는 그동안 정규직으로 분류돼왔지만 실제론 숙박·음식점이나 건설현장 등에서 일하면서 고용이 불안정했던 이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나 노동계에서는 이번 조사로 고용상태가 취약한 근로자의 규모가 더 밝혀진 것에 의의를 둔다.
31일 통계청 설명을 들어보면, 통계청은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 여러 단계 질문을 해 비정규직을 찾아내고 여기에 포착되지 않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분류했다. 비정규직 유형으로 한시적 근로자(기간제·비기간제 근로자), 시간제 근로자, 비전형(파견·용역·특수형태근로 등) 근로자가 있다.
먼저 기간제 근로자는 매달 진행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본조사에서 집계한다. 조사 대상 근로자에게 근로계약기간을 물어 “근로계약기간을 정했다”고 답한 이들을 ‘기간제 근로자’로 분류한다. 한시적 근로자의 80%가 기간제 근로자다.
이후 매년 8월마다 연 1회 진행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는 본조사에서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았다’고 답한 이들 가운데 다시 유형별 비정규직을 추려내는데, 계절근무 등으로 계속 근로를 기대할 수 없는 이들은 ‘비기간제 근로자’로 분류한다.
통계청은 그다음 단시간 근로자를 파악하기 위해 다시 전체 조사 대상자에게 ‘주 36시간 미만 일하는지’ 물어 여기에 해당하는 이들을 ‘시간제 근로자(파트타이머)’로 분류한다. 그다음에는 다시 전체 조사 대상자에게 파견 여부 등을 물어 ‘비전형 근로자’를 파악해왔다. 이 질문에 모두 대답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분류됐다.
정규직으로 분류된 사람들 가운데는 흔히 떠오르는 ‘정년이 보장된 전일제 근로자’도 있지만,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취약근로자’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았지만 시간제나 비전형이 아니기 때문에 비정규직 조사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올해는 8월 부가조사에 앞서 3·6·9월에 본조사를 진행하면서 별도의 병행조사도 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종사상 지위 분류에서 임금근로자를 ‘근로기간’ 기준으로만 구분하는 것으로 변경됨에 따라 모든 임금근로자를 반드시 고용계약기간으로 분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2021년부터 이 개정안을 시행하기 위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3·6·9·12월에 병행조사를 실시해,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들에게 다시 ‘예상 고용계약기간이 얼마입니까?’라고 묻는다.
그러자 응답자들은 3개월이든 1년이든 자신이 생각한 예상근로기간을 답했다. 그 사람들이 이번 8월 본조사에서 ‘근로계약기간을 정했다’고 대답해 ‘기간제’로 분류된 것이다.
통계청은 이렇게 추측하는 근거로 기간제 근로자 규모가 3월에 갑자기 폭증해 9월까지 쭉 유지되고 있는 점을 들었다. 통계청이 이날 공개한 기간제 규모를 보면, 올해 1월 기간제 근로자 증가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1만1천명, 2월은 25만8천명이었다. 병행조사를 한 3월에는 54만5천명으로 크게 뛰었고 이후 병행조사를 하지 않은 4월과 5월에도 각각 전년 동월 대비 56만2천명, 58만8천명 증가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계약 기간에 대한 인지가 불분명했던 응답자가 병행조사 이후 진행된 본조사에서 ‘기간을 정하지 않음’에서 ‘기간을 정함’으로 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이들의 직종을 주로 도배 등 건설업에 종사하거나 숙박·음식점, 도소매점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사람들로 보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2002년 1차 비정규 근로자 대책 합의문에서 “비정규직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고용이 불안정하고 근로기준법 보호 등이 누락돼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근로계층을 ‘취약근로자’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보호방안도 필요하다”며 정부에 취약근로자 규모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라고 했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는 “그동안은 비정규직 아니면 정규직인 것처럼 통계가 제시돼 취약근로자들이 정규직에 포함되면서 마치 그들은 보호 대상이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며 “이번에 조사방식을 바꿔 그들 일부가 비정규직으로 재분류돼 보호 대상이란 게 명확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