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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5 11:22 수정 : 2019.07.26 11:46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중독적인 매운맛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사천음식 마라탕. 24일 현재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마라탕’을 검색하면 26만7000건의 사진이 검색된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식약처 위생점검 발표 뒤 마라탕 업체 현장 살펴보니…
유행 아이템 우후죽순 난립에 ‘제2의 대만 카스테라 사태’ 우려도
전문가들 “가맹본부 사업자 자격요건 강화해 피해 줄여야”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중독적인 매운맛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사천음식 마라탕. 24일 현재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마라탕’을 검색하면 26만7000건의 사진이 검색된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지난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생점검을 통해 식품위생법 위반 사실이 적발된 마라탕 전문점과 재료 공급업체 37곳을 발표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매장 숫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마라탕 프랜차이즈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의 방송 영향으로 ‘자영업 줄도산’을 겪은 2017년 ‘대만 카스테라 폐업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우선 현장을 점검해봤습니다. 마라탕 프랜차이즈 업체와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들 사이에선 식약처 발표에 따른 매출 하락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치명적이라는 반응은 아니었습니다. 한 유명 마라탕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장 매출 변화는 없지만, 가맹점주들 사이에선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면서도 “그나마 최근 국내에 마라탕을 먹는 중국 유학생들이 많아 대만 카스테라와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업계의 사정을 전했습니다. 같은날 서울 이화여대 앞에서 마라탕집을 운영하는 ㄱ씨도 “식약처 발표 전과 비교해 손님 숫자가 줄어드는 변화는 아직 없었다”며 “우리처럼 위생에 철저한 가게들도 피해를 볼까 걱정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문제가 있는 가게들은 좀 정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들도 ‘일부 업체의 문제에 과잉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반응입니다. 평소 마라탕을 즐겨 먹는다는 직장인 이아무개(25)씨는 “문제가 있는 가게의 리스트가 있으니 거기만 안 가면 된다는 생각”이라며 “실제 내가 자주 가는 가게에서 마라탕을 먹고 배탈이 난 적은 없다. 몇몇 식당이 위생점검에 걸렸다고 해서 모든 마라탕 식당이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건 잘못된 것 같다”고 ‘마라탕 마니아’의 소신을 밝혔습니다.

먹거리 위생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번 식약처 발표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은 과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차분해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2014년 ‘벌집 아이스크림’과 2017년 ‘대만 카스테라’처럼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폭발적으로 늘었던 가게들이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의 왜곡된 보도로 인해 순식간에 쇠락하는 상황을 목격한 데 대한 ‘학습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에스엔에스(SNS)에서 “더러운 음식점이 한둘도 아닌데, 갑자기 마라탕 인기가 많으니깐 머리채 잡는 느낌. 전에 대만 카스테라도 위생 타령해서 망하게 하더만”(@fjqmdm****), “마라탕 완전 대만 카스테라 루트 아님?”(@hansan1****) 등의 반응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라탕 매장이 우후죽순 생기는 걸 보고 있으니 대만 카스테라가 급 떠오르는 오늘의 아침”(@heiwa****), “최근 외식업 창업 트렌드가 마라탕인 모양이다. 이게 대만 카스테라의 전철을 밟을지 할매순대국처럼 쭈욱 길게 갈지 아직 모르겠다”(@anchi****)라는 의견들이 있었는데, 이는 위생 문제보다 ‘유행 아이템’ 하나가 떴다 하면 비슷비슷한 ‘카피캣’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해 출혈 경쟁을 하는 자영업 시장의 구조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걸 잘 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문가들도 식약처의 마라탕 위생점검 결과 발표를 계기로 ‘자영업 리스크’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은 직장에서 조기 은퇴한 중장년층이 퇴직금 등 목돈을 투자해 유행 타는 소규모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경제적으로 몰락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무리하게 가맹점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본사의 배만 불리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8 프랜차이즈 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가맹사업 본부 4631개 가운데 외식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5%(3457개·2017년 기준)로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외식업 가맹사업 구조는 취약합니다. 한상호 영산대 교수(호텔관광학부 외식경영전공)는 “안정적인 외식업 운영을 위해선 ‘테스트 매장’인 직영점의 존재와 역할이 중요한데, 국내 외식업의 경우 가맹본부가 운영하는 직영점이 전체의 0.05%에 해당하는 6000여개에 불과해 (자영업자들이 뛰어드는) 가맹점들은 리스크에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가맹본부 사업자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해 자영업자들이 입을 타격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박주영 숭실대 교수(벤처중소기업학)는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폐업 위기에 몰리는 이유는 ‘유행 아이템’이 뜨면 금세 유사 브랜드가 난립해 경쟁이 심화하고, 그 결과 가맹점 한 곳에서 이슈가 터지면 그 프랜차이즈는 물론 타 브랜드까지 연쇄적으로 문을 닫아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하는 것”이라며 “카피캣 또는 미투 브랜드 난립을 줄이기 위해 최소 1년 이상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검증을 통과한 사업자에게만 가맹본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성훈 세종대 교수(경영학)도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자영업자에게 끼치는 영향 등을 다양하게 평가해 영업 허가를 내주는 ‘자영업 총량제’를 통해 준비 안 된 은퇴자들이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드는 걸 제한하는 동시에 가맹본부의 자본금 요건을 강화해 가맹점주들에 대한 지원 없이 프랜차이즈 가맹비만 ‘먹튀’하는 업체들의 난립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소비자들의 수요는 한계가 있는데,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공급’은 끝없이 늘어나는 상황. 대만 카스테라 사업이 망해 반지하 방에 살게 된 영화 <기생충> 속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 같은 피해자들이 더 생기지 않도록 이젠 정부의 제어가 필요할 때 아닐까요?

선담은 김민제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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