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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2 09:57 수정 : 2019.03.22 20:53

[뉴스AS] ‘아동학대치사 혐의’ 1심 재판 막바지
피고인 김씨 쪽 “죽을 만큼 폭행하거나 굶기지 않았다”
아이 혼자 넘어져 머리 부상 가능성 등 제기하자
증인으로 나온 부검의·주치의가 반박하기도

돌보던 아이 3명을 학대하고 이 가운데 생후 15개월 된 문아무개양을 사망하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등)로 재판에 넘겨진 ‘무허가 위탁모’ 김아무개(39)씨에 대한 1심 재판이 막바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 심리로 4차례 공판이 진행됐고, 22일 오후 2시 마지막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날 김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30일 김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문양의 사망 원인인 미만성 축삭 손상(광범위 뇌신경 손상)은 보통 자동차 사고, 낙상 등으로 발생하며 외상성 뇌 부상의 가장 심각한 형태”라고 밝힌 바 있다. 머리에 큰 충격을 받고 뇌사 상태에 빠진 문양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뇌의 80%가 손상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 수사에서부터 지금까지 문양에 대한 학대를 부인하고 있다. “죽을 만큼 때리거나 굶긴 일이 없다”는 주장이다. 김씨의 변호인은 문양 혼자 넘어져서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과연 2살 아이가 혼자 넘어져서 뇌사 상태에 빠질 수 있을까? 재판에서 일부 공개된 문양의 입·퇴원 기록과 부검감정서, 부검의와 주치의의 법정 증언을 종합해 혐의를 부정하는 김씨 쪽 핵심 주장 세 가지와 이에 대한 의료진과 검찰 쪽 반박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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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씨는 2살 문양을 일부러 굶겼다?

검찰은 김씨가 10일 동안이나 문양에게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12일부터 문양이 설사 증세를 보여 기저귀를 자주 바꾸고 빨아야 하는 상황에 화가 난 김씨가 문양에게 하루에 우유 200㎖ 1컵만 주는 등 식사를 거의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문양을 수시로 손과 발로 폭행하고 벽에 부딪히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뇌출혈이 발생한 문양이 눈동자가 돌아가고 경련을 하는 상태였음에도 32시간이나 방치한 채 병원에 데려가지도 않은 혐의도 있다.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진 문양은 곧장 두개골을 절제해 뇌압을 낮추는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해 11월10일 끝내 숨졌다.

김씨의 변호인은 1월7일 첫 공판에서 “당시 문양에게 장염이 있어 분유를 줬을 뿐 고의로 굶기거나 학대한 일이 없다”며 검찰 공소사실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부검 결과 문양의 몸 지방층이 얇아져 있는 등 문양이 정상적인 돌봄을 받지 못한 정황을 드러내는 증거가 속속 공개됐다. 먼저 지난해 10월23일 병원 응급실에서 진행한 혈액검사 결과, 문양은 ‘고나트륨 혈증’을 보였다. 고나트륨 혈증은 몸이 수분을 잃어버리거나 과하게 많은 양의 나트륨이 몸으로 들어오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문양의 주치의는 ‘물과 음식을 거의 주지 않은 경우 이런 증상이 발생하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해 11월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한 부검 결과 문양의 몸 지방층이 얇아져 있었고 가슴샘도 위축돼 있었다. 문양을 부검한 부검의는 법정에 나와 “상황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아이가 많이 아팠거나 제대로 그 나이 때 (맞춰서) 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씨 변호인은 이에 대해 ‘아이가 음식을 제대로 섭취 못 했다고 하기에는 어렵지 않냐’는 식으로 주장했지만, 부검의는 고나트륨 혈증, 지방층 감소와 더불어 만 9개월에 11.4㎏였던 문양이 생후 15개월이 됐는데도 체중이 늘지 않은 점을 들어 김씨 변호인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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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살 문양이 혼자 넘어져서 심각한 뇌 부상 당했다?

검찰은 전문의들의 의견 등을 종합해 문양이 구타당한 아이 증후군, 저산소성 뇌 손상, 외상성 경막하 출혈·지주막하 출혈 등을 보이다 미만성 축삭 손상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혹시 질환으로 인한 뇌출혈 가능성은 없을까? 주치의는 “문양의 경우 뇌수막염 등 질환으로 생길 수 있는 전형적인 뇌 컴퓨터단층촬영(CT) 소견이 아니”라며 “실질 손상 주변에 묻어나는 종류의 출혈이었다”고 증언했다. 주치의는 이러한 출혈이 자발적으로 생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봤다.

그런데도 김씨 쪽은 이런 의견을 부정했다. 지난해 10월23일 새벽 문양이 병원에 실려갔을 때, 문양의 친어머니 행세를 하던 김씨는 의료진에 사고에 대한 언급은 일체 하지 않은 채 문양이 열이 나고 장염을 앓고 있다고만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주치의는 “아이가 적어도 1주일 이상 되어 보이는 뇌 손상과 급성 뇌출혈도 있어서 김씨에게 ‘이 정도면 걷지도 못했을 텐데 아이가 걸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씨는 문양이 내내 자기한테 안겨있어서 걷는 걸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며 “김씨의 말과 아이의 상태가 일치하지 않아 이상했다”고 말했다. 주치의의 증언을 종합하면, 문양은 병원에 실려 와 수술에 들어가기 전 통증을 줘도 혼자 움직이지 못하고 눈도 혼자 뜨지 못하는 의식 불명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양은 사망할 때까지 끝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이를 두고 김씨의 변호인은 ‘혼자 넘어져서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을 수도 있지 않으냐’며 학대 이외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주치의는 반박했다. 머리가 크고 목 근육이 약한 아이가 몸을 날릴 정도의 외력을 혼자 가할 수 없고, 자기 몸무게를 (겨우) 지탱하는 아이가 넘어져서는 이렇게 다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변호인은 법정에 나온 부검의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부검의는 “아이가 혼자 넘어질 수는 있다”면서도 변호인에게 “가속도의 공식(법칙)을 아냐. 힘은 질량과 가속도에 비례한다. (김씨가 문양을) 던졌거나 하는 상황, 이런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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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석달 전 어린이집 학대로 뒤늦게 뇌 손상 발병?

김씨 변호인이 주장한 또 다른 가능성은 문양이 지난해 7월 강서구 화곡동 어린이집 학대사건 당시 이미 뇌 손상을 입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시 이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원생들을 이불로 뒤집어씌운 뒤 몸으로 꽉 껴안아 1명을 질식사시키고 7명을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었다. 검찰 수사 결과, 문양 역시 피해를 입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김씨 변호인은 “당시 보육교사가 이불로 문양의 머리를 감싸고 양발로 눌렀다”며 주치의에게 “이때 산소공급이 중단되었다면 문양이 저산소성 뇌 손상이 악화돼 사망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10월23일 병원에 실려간 문양의 뇌 손상이 석달 전 어린이집 학대 사건 영향 때문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자 주치의는 “만약 당시 상황을 가지고 문양이 사망했다면 7월에서 10월까지 정상적으로 먹거나 걸을 수도 없는 등 아이 상태가 평소와 같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이 주장하는 원인의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변호인에게 “어린이집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을 직접 봤냐”며 “당시 보육교사는 문양에게 이불을 뒤집어씌우고 이불 끝을 양발로 누른 것이지 문양을 누른 적 없다”며 항의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문양은 지난해 10월11일 한 소아과에서 예방접종을 받을 당시까지는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변호인은 ‘병원이 문양에 대한 치료나 수술 중 시비의 소지를 없애 문양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주치의는 이 의혹을 일축했다.

엇갈린 주장이 오가는 동안 방청석에 앉아 재판을 지켜보던 유가족의 입에서는 종종 한숨이 새어 나왔다. 지난 13일 진행된 공판에서 재판부는 김씨에게 직접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지만 김씨는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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