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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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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안희정 2심은 1심과 무엇이 달랐나
2심 재판부… 1심 뒤집고 3년6개월 실형 선고·법정구속
“대처 양상은 피해자마다 달리 나타나” ‘피해자다움’ 배척
“안 전 지사 진술 번복… 믿기 어려워” 피고인 진술도 따져
1심과 달리 위력의 존재·행사 기계적 구분 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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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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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의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1일 2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아 법정구속됐다. 징역 3년 6개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적용된 성폭력 혐의 10건 중 9건이 유죄로 인정받은 결과였다. 1시간20분 동안 진행된 2심 선고공판에서 심리를 맡은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홍동기)는 10건의 공소사실을 한 건 한 건 차례로 살펴보며 유·무죄를 가른 판단 근거를 조목조목 따졌다.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1심과 판이하게 다른 결론이었다.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 ‘업무상 위력의 존재는 인정되지만, 그 위력이 행사되지 않았다’고 한 1심과 전혀 다른 결론이 도출된 이유를 정리해봤다.
■ 1. ‘피해자다움’을 배척했다 …“진술 구체적이고 일관돼 신빙성 있다”
지난해 8월 안 전 지사의 1심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조병구)는 성폭행 피해를 당한 뒤 피해자가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집을 찾으려 한 점 △안 전 지사와 와인바에 동행한 점 △출장에서 귀국 뒤 안 전 지사가 찾은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받은 점 △평소와 다름없이 안 전 지사를 지지하는 취지로 대화를 나눈 점 등을 근거로 “간음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증언과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성폭행 피해자는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피해자다움’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갇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2심 재판부는 시작부터 달랐다. 구체적 혐의 사실을 따지기에 앞서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했다. “한국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등으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고 문제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등을 입은 점에 비춰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각 혐의 사실별로 피해자 진술과 텔레그램 문자, 증인 신문 내용 등에 귀 기울인 결과,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그 내용에 일관성과 구체성이 있다. 사건 당시 세부적 내용, 피고인의 행동과 그에 대한 반응 등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세하고 모순되는 부 분도 없다”고 봤다. “피해자에 ‘무고’의 동기를 찾을 수 없다”는 판단도 덧붙였다.
특히, 1심 재판부가 ‘피해자답지 않다’고 판단해 진술 신빙성을 배척하는 근거가 된 행동들에 대해 전혀 다른 판단을 내놨다. 피해자가 수행비서직에서 잘릴 수 있다는 두려움 등을 갖고 있었던 점, 해외 출장지 등에서 마땅한 대처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업무를 이어가야한 상황 등을 살폈다. 와인바 동행 경위와 동행자 여부, 텔레그램 메시지 사용 패턴과 전후 맥락 등 구체적 사실관계 또한 고려했다.
“순두부집을 찾은 것은 도지사의 식사를 챙겨야 하는 수행비서의 일상적 업무였다. 수행비서 업무를 중단한 채 홀로 귀국하는 등의 즉각적인 조치를 하지 않기로 한 이상, 식당 메뉴를 알아보는 수행비서로서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다고 해서 간음 피해자라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 측은 단둘이 와인을 마셨다는 이유로 성폭력 피해자라 보기 어렵다 주장하지만, 피고인 지시로 피해자가 통역관 부부와 함께 와인바에 가게 됐을 뿐,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 측은 ‘동료에 보낸 문자를 보면 피해자는 장난칠 정도로 기분 좋은 상태였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별다른 의미 없이 젊은이들이 일상적·습관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일 뿐이다. 특별히 이모티콘이나 애교 섞인 표현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안 전 지사 쪽이 주장한 ‘피해자답지 못함’을 열거하며 이를 하나하나 뒤집던 재판부는 이렇게 질타했다.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변호인의 주장은 정형화된 피해자의 태도만을 정상적인 태도라 보는 ‘편협한 관점’에 기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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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해 8월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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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따졌다 … “거듭 진술 번복해 믿기 어렵다”
“피해자에게만 묻고 왜 가해자에겐 묻지 않는가.” 1심 판단 이후 시민사회계에서 줄곧 제기된 비판이었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의혹이 최초 폭로된 직후, 안 전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지만, 재판에 가선 ‘합의에 따른 관계였다’고 말을 바꿨다. 1심 재판부는 이런 안 전 지사의 다소 모순된 태도에 대한 판단을 판결문에 밝히지 않았다. 개별 혐의에 대한 안 전 지사 주장의 신빙성 또한 따지지 않았다.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 물리적 증거가 부족한 성폭력 범죄의 특성에 비춰볼 때,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피고인의 진술 혹은 피해자의 진술 둘 중 하나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역시 중요한 비중을 두고 살펴야 했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는 비판이 나왔다.
2심 재판부는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해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 피고인 진술이 직접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증거인 피해자 진술을 뒷받침하는 간접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따진 뒤 피고인(안 전 지사) 진술의 신빙성 또한 살펴보는 방식으로 1시간20분 동안 10건의 공소사실을 차례로 살펴봤다.
2심 재판부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진술을 거듭 ‘번복’했다. 안 전 지사는 검찰 진술과 달리 재판 과정에서는 네 차례의 성관계와 한 차례의 신체 접촉 외에는 모두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을 뒤바꿨다. △2017년 8월 케이티엑스(KTX) 열차 안 강제추행 혐의와 관련해 “손을 얹은 것은 맞지만 입을 맞춘 적은 없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가 “당시 어떠한 신체접촉도 없었다”고 재판에서 말을 바꾼 점 △2017년 8월 호텔 중식당에서의 강제추행 혐의와 관련해 “입을 맞췄는지 기억이 안 난다. (입맞춤)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검찰 진술을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취지였다”며 번복한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안 전 지사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성관계 경위에 대한 진술 취지를 계속해서 번복하고 있다”고 짚었다.
안 전 지사의 주장대로 ‘합의에 의한 관계’라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도 살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의 관계가 ‘정상적인 남녀간의 성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안 전 지사가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해자가 경선 캠프에 어떻게 왔는지 외에 피해자에 대해서 사적인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한 점, 연상의 유부남이자 직장상사인 피고인으로서 성욕에 충실했을 뿐 피해자의 감정을 주의 깊게 살핀 정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에 이성적 관심을 표현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에 ‘미안하다’ ‘다신 안 그러겠다’고 했다는 진술 등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접촉이 이뤄졌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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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성차별 성폭력 끝장집회’에 참가한 이들이 지난해 8월18일 오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법부를 규탄하며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을 출발해 행진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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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위력의 ‘존재’와 ‘행사’를 구분짓지 않았다 … “위력 이용해 간음으로 나아갔다”
위력은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유형적·무형적 힘을 말한다. 직장에서 상사가 자신이 가진 지위와 권세를 이용해 부하 직원에 성폭력을 행사할 때 주로 등장하는 개념이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차기 대선후보이자 상사로서 위력을 갖는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성관계 당시 위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봤다. 위력의 ‘존재’와 ‘행사’를 기계적으로 구분해 안 전 지사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2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피해자에 대해 인사권을 가진 상황에서 피해자는 안 전 지사의 심기를 살펴야 하는 점 △차기 대선주자로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등 피해자와 안 전 지사의 관계와 구체적 상황 등을 종합해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권력적 상하관계를 이용해 간음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위력의 ‘존재’와 ‘행사’를 굳이 구분하지 않았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정혜선 변호사는 “위력의 존재와 행사를 나눈 것 자체가 1심의 독자적 판단이었다. 기존 대법원 판례와 같이 위력의 존재와 행사를 나누지 않고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범죄 성립 여부를 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별도로 위력의 존재를 상대방에 확인시키는 언행을 하지 않더라도, 지위나 권세를 가진 사람이 상대의 의사를 무시한 채 성행위를 하려 한다면 그것이 곧 범죄라는 기존 판례를 따랐다는 취지다.
나아가 재판부는 간음 당시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안고 침대로 데려간 행위를 두고, 안 전 지사가 ‘유형력(물리적인 힘)’까지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정혜선 변호사는 “위력은 정치·사회적 지위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강간에 이르지는 않을 정도의 약한 정도의 유형력 행사도 포함한다. 안 전 지사가 물리적 힘을 행사해 일부 간음 행위를 저질렀다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판결의 경향성과 연장선에 있다. 집무실에서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기흥 전 평택대 명예총장의 1심을 맡은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가해자가 자신의 세력(위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뿐 아니라, 그 세력이 미치는 상황에서 명시적 동의 없이 피해자를 추행한 경우, 소극적으로 저항했더라도 가해자의 위력에 눌려 성행위에 응한 것일 뿐 자신의 뜻에 따라 성행위 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 또한 부하 직원을 추행한 가해자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위력을 행사하지 않아 위력이 없었다’는 가해자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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