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영 한겨레21 기자가 카풀 앱 ‘럭시’에 가입한 운전자를 만나 동승하기 전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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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카카오모빌리티, 17일로 예정됐던 서비스 개시 연기 검토
택시 기사들 오는 20일 대규모 카풀 반대 집회 예고
조윤영 한겨레21 기자가 카풀 앱 ‘럭시’에 가입한 운전자를 만나 동승하기 전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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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서비스 이용자 이야기 들어보니 모바일 기기에 익숙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카풀 서비스 이용자들이 쏙쏙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이들에게 택시보다 카풀 서비스를 택하게 된 까닭을 물어봤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택시를 타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① “택시기사들은 도로를 건너 택시 쪽으로 오라고 해요“ 회식을 마치고 퇴근할 때 항상 택시를 타왔다는 직장인 송아무개(29)씨는 콜택시를 부르면 택시기사들이 항상 ‘길 건너로 나와 있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종로나 을지로 같은 서울 중심가에서는 직진만 되거나 좌회전이 안 되는 길이 많잖아요. 부서 단골 회식 집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동대문구의 집까지 가기 위해 콜택시를 부를 때면, 기사님들이 항상 ‘길 건너로 나와 있으라’고 했어요. 그런데 ‘나와 있으라’는 요구를 받았던 그 음식점에서 지난달 풀러스 카풀을 잡아 봤는데 운전자가 별말 없이 음식점 앞까지 오더라고요. 다음번에 그 식당에 가면 또 카풀을 부를 생각입니다.” 직장인 김아무개(26)씨도 같은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를 말하면 ‘반대편에서 탔어야지 왜 여기서 탔느냐’고 타자마자 면박을 주는 기사들이 많았어요. 조금 돌아가서 요금이 더 나와도 상관없기 때문에 그냥 탄 건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당황스러웠어요. 아직 카풀을 이용해본 적은 없지만 이런 불편한 점들을 돌이켜보면 카풀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② “기사님들이 계속 말을 걸어요” 직장인 윤아무개(28)씨는 “담배 냄새가 나고 기사님이 계속 말을 거는 택시를 타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대중교통을 타고도 충분히 이동할 수 있지만 택시를 탄다는 건 일이 끝나고 힘들어서 잠깐이라도 쉬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택시에서 담배 냄새가 나서 얼굴을 찌푸리게 되거나, 기사님이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계속 말을 걸면 ‘차라리 지하철을 탈 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총알택시’ 난폭 운전으로 힘든 경험을 한 이용자도 있었습니다. 전아무개(28)씨는 “몸살이 나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택시기사가 너무 거칠게 운전을 해서 심한 멀미를 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③ 여성들 “성희롱 피해를 당했어요” 특히 택시기사들에 대한 거부감은 최근 20대와 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나옵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택시기사들이 이용자들에게 관심도 없는 정치적 의견을 털어놓거나 개인사를 캐묻는 등의 대화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특히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직장인 신아무개(28)씨의 얘기입니다. “밤늦게 퇴근하면서 택시를 탔는데 갑자기 ‘이 시간에 어디서 뭘 하다 가는 거냐. 남자를 만난 거냐’는 말을 들었어요. 불쾌하고, 한편으론 무섭기도 했습니다”는 경험을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신씨는 이런 성희롱의 경우 카풀 서비스도 우려되긴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성희롱이 무서워서 택시에서 카풀로 옮겨갈 생각은 없습니다.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카풀 서비스를 통해서 여성 승객들만 골라 태울 거라는 글이 많이 돌고 있어서 카풀이 더 무서워요.”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직접 대면해서 카풀 서비스 크루(기사)들을 검수하고, 차량 보험에 대해서도 까다롭게 검증한 뒤, 청결과 매너, 에티켓 등을 교육하고 준법 운행을 하라고도 가르친다”며 “성추행과 성희롱 사건의 경우 일단 기본은 양쪽 당사자의 말을 들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수사권을 가진 기관이 수사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가해자가 맞다면 그의 서비스를 막고 신고자에게 경찰에 신고하는 프로세스를 안내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위급 상황에 앱을 통해 112 신고가 가능하게 하고, 24시간 관제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풀러스 관계자도 “드라이버(기사) 자격 심사를 할 때 11단계를 거치고 이용자가 탑승했을 때 가족 등에게 안심 메시지를 보내도록 장치해두고 있으며 앞으로 경찰청과 협력해서 112 신고를 바로 할 수 있는 호출버튼도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도 택시 이용자들은 △연말 야간 시간대 여전히 장거리를 가려면 승차거부를 당한다는 점 △택시기사 자격증 사진과 다른 얼굴의 기사가 택시를 몰고 있어서 겁이 났던 경험 △가까운 거리를 가려고 하면 짜증을 냈다는 점 등의 다양한 불편 경험들을 털어놨습니다. 최소한 카풀 서비스는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이런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기대가 이용자들에겐 있었습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지난 10일 카카오티(T)의 카풀앱 서비스에 항의에 분신 사망한 택시노동자 최우기씨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한 뒤 추모 행사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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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들에게 들어보니 문제는 택시기사들도 이용자들의 이런 불편함을 알고 있는 분들이 꽤 있었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택시기사 최씨도 유서에서 “택시도 물론 반성을 할 부분이 있다. 승차거부에 불친절(은) 공감하는 부분이다”라고 써서 이용자들의 불편함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택시기사들은 이런 불편함을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봐달라고 호소합니다. 최씨 역시 유서에서 “택시는 12시간 근무해도 5시간만 근무로 인정해준다. 최저임금을 맞추려고 근무시간을 줄이고 정부에서는 노사협약 사항이라고 묵인해주는 점과 특수업종으로 분류해놓고 장시간 근무에도, 제대로 보수를 못 받아도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라고 호소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택시기사들도 최씨의 말에 공감했습니다. 1995년부터 20여년 동안 강원도 춘천에서 법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다는 이아무개(55)씨의 말입니다. “개인택시가 포화 상태여서 충남 천안에선 2억1천만원, 경기도 가평에선 1억9천만원, 도 단위에선 1억5천만~1억6천만원에 거래됩니다. 저는 사납금을 내면 남는 게 없어요. 한 달 평균 80만원 벌어요. 택시발전법 만들어서 애초 기사들이 내던 가스값을 회사에 내도록 했는데, 회사는 손해 보는 만큼 사납금을 올려받고 있어요. 그러면서 정부의 유가보조금도 회사가 가져가는 거죠. 법인택시들은 더 비참하게 살고 있습니다.” 법인택시 기사라고 밝힌 50대 기사도 <한겨레>에 이메일을 보내와 “서울 시민의 입장에서는 카풀의 장점도 있고 공감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자신의 처지를 알려왔습니다. “나는 야간근무(오후 5시~새벽 5시)를 하고 있습니다. 차량 교대, 저녁 식사, 생리 현상 해결 등에 2시간이 소요되고, 나머지 10시간은 쉬지 않고 일합니다. 그렇게 해서 일평균 20만원정도 법니다. 그러면 야간 15만5천원 사납금 내고 저녁 식비 및 잡비 1만5천원 사용하면 3만원 정도 집에 가져갑니다. 4대 보험 공제, 조합비 공제하면 실수령 금액은 월 120만원 정도 됩니다. 그리고 부가세 환급액 15만원 정도 받으면 한 달 26일 일해서 월 210만원 정도 가져갑니다. 대다수의 법인택시 기사 평균 연령은 60살 이상입니다. 체력적으로 저처럼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카풀이 론칭되어 활성화되면 그때는 택시기사 다 죽습니다. 그때 가서 되돌릴 수 있을까요?” 2007년부터 12년째 경기도 시흥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다는 김아무개(57)씨는 법인택시보다는 사정이 낫다면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고속버스 20년 타고 무사고 달고 개인택시를 운행하게 됐습니다. 하루 10시간 꼬박 일을 해야 10만원 법니다. 가스값을 빼면 하루 7만원 벌어요. 한 달에 23일 일하면 160만원 정도 버는데, 타이어와 엔진오일도 갈아줘야죠. 고속버스 몰다가 개인택시 하면 돈을 잘 벌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버스 월급보다 못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 나이에 버스회사에서 저를 다시 받아주겠어요? 법인택시는 더 심합니다. 12시간 맞교대로 12시간 일하면 사납금 9만~10만원 내요. 그러고 월급 50만원 달랑 줘요. 우리가 이렇게 노예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 산업 종사자들이 지난 10월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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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은 물론 서비스의 불편함 문제가 처우 개선만으로 고쳐지진 않겠지요. 하지만 공유 경제를 통해 서비스 경쟁을 시키려면 최소한 기본 생존권은 보장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놓고 경쟁시켜야 택시기사들도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① 일본과 같이 독립된 중립 비영리재단을 설립해 택시정책 수립과 집행을 담당하게 하고, 업체 및 사업자가 분담하는 기금으로 택시기사들의 복지기금, 평가 인센티브, 개인택시 양수의 융자, 택시연금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공유 경제 서비스로 자체 교통 기반 없이 수익만 창출하는 카풀 서비스 업자들도 이 재원 부담에 동참시켜야 함은 물론입니다. ② 법인택시 업체들이 사납금 미달액을 급여에서 공제하는 일을 금지하고, 나아가 사납금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조처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월급만 주는 ‘전액 관리제’를 시행하는 방안입니다. ③ 택시에 대한 노동시간 특례 폐지 및 포괄임금제를 금지해서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최저임금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친절함과 불편함으로 모든 판단이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택시기사들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동시에 생존권 문제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까닭입니다. 최민영 선담은 이정규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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