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14 11:39
수정 : 2018.11.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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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1일 비대위 산하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태 조직강화특별위원장(당 사무총장), 김 비대위원장, 전원책, 강성주,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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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촉 통보 문자 시점 공방
“문자 해촉 정도 아냐”
비대위 비판 여론도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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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1일 비대위 산하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태 조직강화특별위원장(당 사무총장), 김 비대위원장, 전원책, 강성주,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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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은 율법이 바뀌어서 이혼하는 것도 문자로 3번 ‘나는 너와 이혼한다’고 보내면 이혼이 성립된대요 . 한국에도 드디어 문자로 모든 걸 정리하는구나 알게 됐습니다 . 놀라운 일이죠 .” (전원책 변호사)
“김용태 위원장이 (해촉)문자를 드렸습니다. 제가 이야기드릴 순 없지만 개인적인 생활 패턴의 문제 등과도 여러 관계가 있습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위원에서 경질된 전원책 변호사를 ‘문자 해촉’ 한 자유한국당의 방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14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예고한 전 변호사는 해촉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나온 길에 침은 뱉지 않았다”며 “사람이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예의가 있고, 최소한 지켜야 할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말해 해촉 과정을 둘러싼 ‘무례’를 먼저 문제삼았습니다. 반면 비대위 관계자는 “원래 전 변호사가 취침하는 시간엔 평소에도 통화가 되지 않아 문자를 남겨놓곤 했다”며 “전 변호사가 지나친 피해자 구도를 만들고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전 변호사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전당대회 시점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다가 입장차만 확인한 채 전격 해촉됐습니다.
문자 해촉 사실이 알려졌던 지난 9일, 전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그는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던 서울 마포구 집 앞에 오후 4시30분께 나타나 한 달여간 한솥밥을 먹던 자유한국당이 자신을 ‘문자 한 통’으로 정리한 상황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이혼 통보’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통보의 방식 때문이었을까요. 점점 격화하고 있는 전 변호사와 비대위의 ‘이별 공방’은 점차 곁가지로 빠진 채 진실게임으로 흘러갔습니다. 처음엔 문자를 전송한 ‘시점’을 가지고 갈등을 빚었습니다. 비대위는 9일 오후 1시20분께 해촉을 알리는 ‘문자’를 보냈고, 10분 뒤인 1시30분께 기자회견에서 해촉 사실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용태 비대위 사무총장은 “(문자 통보를 한 것은 전 변호사의) 라이프 사이클이 아직 기상 전인지 아닌지 몰라서였다”라며 “지금까지 그 시간대에는 문자로 연락하고 사후에 전 변호사께서 연락을 주시는 방식으로 소통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전 변호사는 해촉 통보문자가 언론 발표보다 늦었다고 반박했습니다. 12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는 “해촉 통보 문자는 오후 2시13분에 왔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 해촉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기자들이 우리 집 대문 앞에 와 있던 상황”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전 변호사는 14일 기자회견에서 “1시21분에 문자가 왔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다만 “문자를 받았던 그 시간에 이미 대문 밖에는 수많은 카메라들이 모여들었다”며 우회적으로 자유한국당을 비판했습니다. 9일 오전 당시 기자들은 “비대위가 나를 공격했을 뿐만 아니라 조강특위를 이간질하고 뒤통수를 치려 했다”고 항의하는 전 변호사의 발언이 보도된 뒤 속속 그의 집 앞에 집결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날 오후 4시30분에 집에서 나와 기자들과 만났던 그는 “그 전에도 오전 9시, 10시에 통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당외 인사에게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불쾌감을 내비쳤습니다. 자신이 잠들어 있는 오전에도 전화를 걸었던 사람들이 해촉 통보만은 왜 문자로 보냈느냐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전 변호사가 낮과 밤이 바뀐 ‘올빼미’ 생활을 해왔다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전 변호사를 취재하는 기자들에게도 비슷한 ‘룰’이 존재해왔습니다. 전 변호사는 오전 7시 이전까지 기자들의 취재 전화를 잘 받다가 그 시간을 넘기면 응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전 7시는 전 변호사가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시간이고, 그 시간을 넘기면 휴대폰 벨소리를 묵음으로 해두고 잠을 잔다는 뒷 얘기도 나왔습니다. 자신의 기자회견 일정을 언론에 전한 전 변호사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한 시간도 새벽 5시34분이었습니다.
가뜩이나 비대위 활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어찌 되었든 ‘문자해촉’의 모양새가 좋지 못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전 변호사와 친분이 있었다는 원내 중진 의원은 “볼기짝을 발로 차더라도 손으로는 어깨를 두드려주는 게 정치인데, 다른 사람이 해촉 통보를 했다고 해도 관리 책임은 김병준 위원장에게 있다. 정치적 아마추어의 실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굴러들어온 돌끼리 싸우다가 못된 전통을 받아들여 이 사달이 났다”고 비꼬았습니다. 13일 우파재건회의에 참석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김병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전원책 해촉 소동으로 자유한국당의 위상이 돌이킬 수 없게 실추됐다”고 꼬집었습니다. 정치적 품격과 예의를 거론하며 비대위에 쏟아지는 불만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식적으로 전 변호사와 비대위 쪽이 ‘이별 후’ 직접 만나 대화한 적은 없습니다. 이 떠들썩한 이별 공방은 전 변호사의 ‘라이프 사이클’ 탓일까요, 아니면 “예의 없는” 자유한국당의 실책일까요. 폭로전으로 비화한 이별 공방이 전 변호사의 기자회견 후 어떤 양상을 띄게 될지에도 관심이 모입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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