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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외수씨가 강원도 화천 감성마을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화천/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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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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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외수씨가 강원도 화천 감성마을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화천/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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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저 년이 아무리 예쁘게 단장을 하고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며 화냥기를 드러내 보여도 절대로 거들떠 보지 말아라. 저 년은 지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명심해라. 저 년이 떠난 뒤에는 이내 겨울이 닥칠 것이고 날이면 날마다 너만 외로움에 절어서 술독에 빠져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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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씨가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던 글.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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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목련꽃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송이만 할까
고 가시내
내 볼까봐 기겁을 해도
빨랫줄에 널린 니 브라자 보면
내 다 알지
목련꽃 두 송이처럼이나
눈부신
하냥 눈부신
저……
-‘목련꽃 브라자’ (복효근)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송이만 할까
고 가시내
내 볼까봐 기겁을 해도
빨랫줄에 널린 니 브라자 보면
내 다 알지
목련꽃 두 송이처럼이나
눈부신
하냥 눈부신
저……
-‘목련꽃 브라자’ (복효근)
꽃이 무거워 가지가 휘는 작은 나무여
첫 꽃 핀 꽃사과여
그 꽃의 중량을 가늠해 보니
처음 업어보는 처녀의 무게만하겠네
처음 배에 올려보는 여자의 희고 미끄러운 허벅지 무게만하겠네
꽃이 무거워 가지가 휘는 작은 꽃나무여
꽃 떨구고 하늘로 솟을라나?
혼이 난 김에 아주 솟아갈라나?
숭굴숭굴한 자주 이들의 무게여
나의 몸살도 저를 닮아서
문고리를 채우네
-‘꽃이 무거운 꽃나무여’ (장석남)
첫 꽃 핀 꽃사과여
그 꽃의 중량을 가늠해 보니
처음 업어보는 처녀의 무게만하겠네
처음 배에 올려보는 여자의 희고 미끄러운 허벅지 무게만하겠네
꽃이 무거워 가지가 휘는 작은 꽃나무여
꽃 떨구고 하늘로 솟을라나?
혼이 난 김에 아주 솟아갈라나?
숭굴숭굴한 자주 이들의 무게여
나의 몸살도 저를 닮아서
문고리를 채우네
-‘꽃이 무거운 꽃나무여’ (장석남)
내가 죽인 아베의 눈동자와
아베가 죽인 면의 젖냄새와
적에게 끌려가 죽은 여진의 젓국 냄새
그리고 또 내가 시켜서 목베어 죽인
내 부하들의 잘린 머리의 뜬 눈이 떠오를 때
지나간 전투의 기억은 계통없이 되살아났다.
(중략)
그 여자의 몸은 더러웠다.
다리 사이에서 지독한 젓국 냄새가 퍼져나왔다.
새벽에 나는 품속의 여진에게 물었다.
밝는 날 어디로 가겠느냐. 나의 실수였다.
나으리, 밝는 날 저를 베어주시어요.
그 여자의 목소리는 진실로 베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김훈 <칼의 노래> 중
아베가 죽인 면의 젖냄새와
적에게 끌려가 죽은 여진의 젓국 냄새
그리고 또 내가 시켜서 목베어 죽인
내 부하들의 잘린 머리의 뜬 눈이 떠오를 때
지나간 전투의 기억은 계통없이 되살아났다.
(중략)
그 여자의 몸은 더러웠다.
다리 사이에서 지독한 젓국 냄새가 퍼져나왔다.
새벽에 나는 품속의 여진에게 물었다.
밝는 날 어디로 가겠느냐. 나의 실수였다.
나으리, 밝는 날 저를 베어주시어요.
그 여자의 목소리는 진실로 베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김훈 <칼의 노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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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씨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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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소위 ‘이야기꾼’들의 작품에 ‘질펀하게’ 구사되는 ‘상스러운’ 말투와 유머들은 대체로 ‘민중에 대한 격식 없는 애착’의 표현으로 이해돼 왔지만, 여기에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어떤 구애도 받지 않은 채 여성·성소수자·장애인·저학력자·가난한 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비하, 조롱 등을 무람없이 할 수 있었던 ‘민주화 이전’의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개재해 있다. 적자생존 논리로 대표되는 ‘팍팍한’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신을 ‘정상’ 혹은 ‘강자’로 간주할 수 있었던 시절의 정서가 ‘인간적인 것’, ‘순수한 것’ 등으로 간주되며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흔하다.” -책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지금까지는 남성이 여성에 대해 하는 말들이 곧 진리이고 예술이라고 통용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한 표현) 대부분이 성을 멸시하는 젠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그룹 ‘우롱센텐스’
“문학마다 제 안에 품고 가는 ‘시절의 감정’이 있는데, 어떤 세대에겐 해학과 호기로 통할 수도 있었을 감정이 시대가 바뀌면 민망한 허세로 보인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관점과 감정을 체화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같은 표현을) 둔감하게 반복하며 지겨움과 민망함을 유발하는 이들도 있다.”
-독립문예지 ‘베개’ 편집팀
“여성 혐오적인 표현을 기존의 가부장적 사고방식에 기초한 글쓰기에서 빼놓아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처럼 사용하고, 이에 대한 지적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작가가 세상을 보는 낡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에 불과하다. 페미니즘이 (한국사회에) 대두한 뒤 독자들은 더 이상 그들의 독자가 되려하지 않을 것이다.”
-독립잡지 ‘소녀문학’ 편집팀
“문학과 작가 자신이 새로움은커녕 고루한 사고방식에 얽매인 글을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자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 글 중 일부는 이제 소수자 혐오와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도요. 독자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합니다. 작가는 애초에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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