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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21 16:45 수정 : 2016.09.21 20:45

9월21일 <경향신문>홈페이지 캡처 화면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지 8일 만인 9월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지진 피해 현장을 찾았는데요. 황남동 고도한옥보존육성지구에 들린 박 대통령이 진흙을 사이에 두고 주민들과 손을 잡은 사진이 입길에 올랐습니다. <경향신문>은 21일치 1면에 ‘흙 묻을라’…길게 뻗은 손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진을 보도했는데요. “박 대통령이 진흙을 밟아 묻지 않도록 경호원들이 붙잡고 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습니다. 이 보도 사진을 전한 <경향신문> 페이스북에는 “고귀하다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2차대전 때 후방 운전병으로 복무했지만 손으로 기름때 만지고 다녔는데, 왕족도 아니고...”, “국민 재난의 고통보다 자신의 발에 묻는 흙이 더욱 고통스러우신 분” 등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사블로거 아이엠피터는 21일 ‘경주 방문 박 대통령이 흙을 밟지 않은 진짜 이유는?’라는 글을 통해 <경향신문> 보도를 비판했습니다. 청와대 누리집에 공개된 박 대통령 경주 방문 동영상을 보면, 44초께 ‘피해복구에 사용되는 작업용 흙이니 밟으면 안됩니다!’라는 자막이 나옵니다. 그리고 현장에 있던 자원봉사자들과 손을 잡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아이엠피터는 “동영상을 보면 박 대통령 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도 흙무더기를 중심으로 서로 가까이 가지 않고 악수를 한다”며 “풀 기자단 체제에서 현장에 있지 않은 기자가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기 힘들다. 그러나 최소한 교차 검증이나 혹시 다른 이유는 없었는지 살펴보고 기사를 작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청와대 동영상을 확인한 누리꾼들은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어떤 언론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편집해 편파적인 보도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 게재 동영상

아이엠피터의 말처럼 대통령이 움직일 경우 취재 방식은 ‘풀 기자단(대표 기자단)’ 체제로 운영됩니다. 언론사마다 청와대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있지만 취재·사진별로 각각 2~3개 매체 기자들이 대표로 현장 취재를 하는 방식입니다. 경호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이런 방식으로 취재가 이뤄집니다. 대표 기자(풀 기자)는 매체별로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맡고, 취재 내용과 사진은 모든 매체가 공유합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경주 방문 사진도 풀 기자였던 일간지 소속 사진기자가 촬영을 했습니다. 이렇게 풀 기자가 촬영한 사진의 바이라인(기자 이름)은 ‘청와대사진기자단’ 으로 표기됩니다. 대통령의 공식 행사를 기록하는 청와대 전속사진사가 촬영해 언론에 제공한 사진도 ‘청와대사진기자단’으로 표기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시사블로거 아이엠피터는 <경향신문>의 박근혜 대통령 사진 보도를 비판했다. 아이엠피터 페이스북 캡처 화면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기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상황이 왜곡돼 전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사는 어떤 사진을 보도하는 걸까요? . <한겨레> 사진부 박종식 기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통령의 경주 방문이라는 뉴스를 전달할 땐 굳이 사람들의 하반신까지 들어간 사진이나 와이드하게 잡은 컷은 잘 쓰지 않는다. 경주 방문이라는 뉴스 외에 다른 상황, 그러니까 박 대통령이 흙을 묻히기 싫어했다거나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서운해했다면 흙무더기가 찍힌 사진을 쓸 수 있다. 주관적 판단이 담기는 사진을 보도할 땐 좀 더 엄격하게 판단한다. 현장에서 사진을 찍다보면 몸으로 느끼는 분위기가 있지만, 그건 나만의 느낌일수도 있기 때문에 같은 자리에 있던 취재기자들한테 당시 상황을 더 물어본다든가 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경주 방문 당시 상황은 어땠을까요?

매일 오전 청와대 대변인은 출입기자들과 ‘백그라운드 브리핑(백브리핑)’ 시간을 갖습니다. 대통령 일정을 알리고 질의·응답을 받는 자리인데요. 21일 정연국 대변인은 <경향신문> 보도 내용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이 진흙을 밟아 묻지 않도록 경호원들이 붙잡고 있다는 설명은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정 대변인은 “대통령이 주민들한테 악수하려고 다가가니 주민들이 ‘복구용 흙이니까 밟지 마세요’라고 해서 흙을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악수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한겨레> 누리집에 게재된 해당 사진설명에서 ‘진흙’을 ‘복구용 흙’으로 수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청와대의 해명은 사실에 가까워 보입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복구 작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과 악수를 하려다 몸이 쏠렸고, 대통령이 넘어지는 걸 막기 위해 경호원이 순간적으로 허리를 잡았다는 겁니다. 박 대통령이 왜 주민들 쪽으로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지 않았는지, 정말 밟아서는 안 되는 흙인지 등 여러가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논란이 된 순간의 사진에 현장 상황이 모두 담겨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경향신문>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김아무개씨는 아이엠피터 글을 언급하며 이러한 쓴소리를 남겼습니다.

“저도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객관적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도대체 어느 기사가 맞는 걸까요? 어떤 언론이 되었든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만 편집해서 편파적 보도를 한다면, 그것이 우리 편일지라도 공의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자에게는 용납될수 없습니다.”

한편 <경향신문>은 이날 늦은 저녁, 21일치 1면 보도 사진에 대해 사실 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며 '바로잡습니다'(▶바로가기)는 입장을 내었습니다.

박현정 정유경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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