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08 16:52
수정 : 2016.07.08 18:37
[뉴스AS]
7일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무역투자진흥회의가 뭐냐고요? 대통령이 중심이 돼 직접 기업의 수출과 투자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회의체입니다. 대통령이 수출과 무역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겠다는 것이지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열리던 수출진흥확대회의를 34년 만에 복원시켰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2013년 5월1일 첫번째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열린 이후 7일까지 10차례 회의가 열렸는데요. 이날 청와대 회의장에는 대통령을 포함해 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각 부처 장·차관, 경제단체장 등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인사들이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특별히 대내외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제 여건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창조적 마인드와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시장을 끊임없이 개척하는 것이 투자와 수출의 활로를 뚫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야 새로운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고 소비가 있어야 투자도 되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생활의 즐거움을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족처럼 반려동물에게 돈을 쓰는 새로운 트렌드를 잘 활용하면 먹이, 옷, 장난감 같은 기존 제조업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의 출산에서부터 미용, 훈련, 건강관리와 동물 장묘까지 새로운 서비스와 시장을 많이 만들어낼 수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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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머리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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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투자활성화 대책 가운데 하나로 반려동물 산업 육성이 제시됐습니다. 정부는 반려동물 ‘생산→유통→반려→사후관리(장례 등)’ 과정에서 제도를 신설, 보완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했습니다. 반려동물을 보호하면서도 연관 산업은 육성시키겠다는 겁니다. 반려동물의 범위도 개와 고양이, 토끼, 앵무새, 기니피그, 햄스터 등 6개 동물 뿐 아니라 조류와 파충류, 어류 등으로 넓어집니다. 2012년 규제 완화 차원에서 신고제로 전환된 반려동물 생산업을 허가제로 바꾸고, 위생적인 사육을 위한 구체적인 운영 기준 마련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반려동물 판매업 등록 업체에는 반려동물 온라인 판매와 배송도 허가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온라인을 통한 반려동물 매매가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므로, 허가받은 생산업자와 등록된 판매업자를 통해 양성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반려동물 경매업을 새로 만들어, 거래시 판매자 정보 제공 등 사후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수년 전부터 국내 대형 백화점과 유통업체는 반려동물 관련 매장을 확대해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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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정부가 내놓은 투자활성화 대책에는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산업을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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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정부 대책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진정 동물 보호를 원한다면, 반려동물 연관 산업 육성법을 제정할 일이 아니라 동물보호법을 현실화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성명을 내어 ‘신산업 육성이라는 미명 하에 동물을 도구화 하려는, 동물복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생산업을 허가제로 하더라도 생산·판매두수의 제한 없는 허가제는 허울이며, ‘생명 소비’를 확대해 온 주범인 경매업은 운영기준 마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급히 사라져야 한다. 또 정부는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15년 1조8000억원에서 2020년 5조8000억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나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수는 이미 정점에 와 있고, 세계는 동물의 이용보다 복지 향상을 화두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CARE)도 “허술한 동물보호법으로 인해 버려지고 학대받아 온 동물들의 고통은 나몰라라한 채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생산 및 유통업을 통해 동물을 수익 창출의 도구로 삼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획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단체는 반려동물 산업 육성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살아있는 생명인 반려동물을 온라인으로 사고파는 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대놓고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려동물 문제를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발표하는 것 자체가 ‘천박하고 씁쓸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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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시카고, 보스턴 등 미국내 여러 도시에서도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들이 사육되는 것을 예방하고자 ‘공장’에서 길러진 반려동물을 팔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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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관련 서비스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을 손쉽게 사고 파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도 커지고 있지요. 미국 로스엔젤레스(LA)는 2012년부터 반려동물 가게(펫숍)에서 동물을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사육자(breeder)들로부터 반려동물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해왔습니다. 펫숍에서는 동물보호협회나 등록된 동물구호 단체에서 데려온 반려동물들만 팔 수 있게 된 것이지요. LA 뿐 아니라 시카고, 보스턴 등 미국 내 여러 도시에서도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들이 사육되는 것을 예방하고자 ‘공장’에서 길러진 반려동물을 팔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이러한 내용의 보스턴시 결정을 전한 <보스턴글로브> 기사 아래로 이러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더 많은 주에서, 바라건대 언젠가 전국적으로 이러한 제도가 시행되길.”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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