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04 16:08
수정 : 2015.11.0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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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디치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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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130여개 치과 회원 둔 ‘네트워크 병원’ 둘러싼 진흙탕 싸움
‘문턱 낮춘 치과’ vs‘의료법 위반한 치과’ 논란 살펴보니…
검찰이 ‘반값 임플란트’로 급성장한 유디치과 관계자들을 기소했습니다. 여러 치과를 한 사람이 운영했다는 이유입니다. 유디치과는 국내에서만 130여개 치과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네트워크 병원’입니다. 커피숍도 중국집도 같은 사람이 여러 곳을 운영할 수 있는데 왜 의료기관은 안 될까요? 의료기관이 지나친 영리만을 추구해 대형화, 기업화하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원래 목적을 소흘히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의료법 33조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1인 1개소법’입니다. 하지만 유디치과 쪽은 1인 1개소법을 어긴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환자가 싼값에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떻게 ‘지나친 영리추구’냐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주장들의 이면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치과협회, 유디치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
갈등의 시작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치과협회)는 2011년 유디치과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검은 당시 ‘유디치과라는 상호로 전국에 78개의 치과의원이 개설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진료행위를 하지 않은 채 그 경영에 직접 관여한 것만으로는 별도의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치과협회의 고발을 각하합니다. 당시 의료법 38조 8항은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검찰은 동업 형태로 병원을 열어 다른 병원의 경영에만 참여할 경우 의료기관 중복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2003년 대법원의 판례를 고발 각하 사유로 들었습니다. 진료가 아닌 경영에만 관여하는 것은 의료기관 중복개설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2011년 12월 개정된 의료법이 국회를 통과해 이듬해 8월부터 시행되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개정된 의료법의 38조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진료가 됐건 경영이 됐건 한 사람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도록 한 법이 시행된 것입니다. 2013년 치과협회는 다시 의료법 위반 혐의로 유디치과를 고발했습니다. 보건복지부도 같은 혐의로 유디치과를 고발했습니다. 이 사건은 ‘국민건강’ 분야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양요안)에서 맡았습니다. 검찰은 2년여에 걸친 수사 끝에 3일 유디치과 관계자 16명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이 중 7명은 정식재판에 넘겨졌고, 9명은 약식기소 됐습니다. 법이 바뀐 터라 4년 전과는 다른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유디치과 탄압’ VS ‘네트워크 병원은 독버섯’
유디치과 쪽은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반발하며 4일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보도자료의 제목은 ‘검찰의 유디치과 수사, 결국 초라한 결론으로 끝나’입니다. 유디치과는 보도자료에서 “치과협회의 유디치과 탄압이 용두사미로 끝났다”며 “검찰이 2년 넘게 수사를 했으면서 한 명도 구속기소하지 못하는 초라한 수사결과를 내어놓았다”고 밝혔습니다. 장기간 수사에도 검찰이 중요한 범죄 혐의를 못찾아 결국 구속한 사람 없이 사건을 마무리했다는 것입니다. 유디치과는 “1992년 개원 이래 반값 임플란트와 0원 스케일링 정책을 시행해왔다”면서 “300만원이 넘던 임플란트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었으며, 누구나 부담 없이 치과를 찾도록 문턱 없는 치과 만들기에 앞장서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야욕을 채우려는 치과협회 집행부와 기득권을 지키려는 일부 치과의사들의 터무니없는 인신공격과 영업방해가 이어졌다”며 유디치과를 고발한 치과협회를 비판했습니다. 치과협회가 ‘밥그릇 지키기’를 위해 유디치과를 고발했으며 결국 검찰 기소로까지 이어졌다는 주장입니다. 유디치과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300만원짜리 임플란트는 영리추구가 아니고 100만원짜리 임플란트는 영리추구라는 치과협회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검찰이 유디치과 관계자를 강압적으로 수사해 억지로 기소했다. 재판과정에서 무죄를 다툴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유디치과는 의료법 38조8항과 관련한 위헌법률심판도 제청할 계획입니다. 법 조항 자체가 헌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무효라는 것입니다.
치과협회 역시 4일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물론 치과협회는 유디치과와 정반대로 “3만여 치과의사는 의료정의 위한 사법당국과 정부 의지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독버섯처럼 퍼져나가며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네트워크형 신종 사무장병원들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범정부적인 기구를 조속히 마련하여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발본색원에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치과협회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치과협회와 유디치과의 갈등이 아니다. 대형 자본을 가진 네트워크 의원과 성실하게 의료 활동을 하는 동네병원 사이의 갈등으로 봐야 한다. 유디치과는 싼 임플란트를 내세우지만 결국에는 과잉진료 등의 방법으로 이익을 얻으면서 의료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습니다.
시민단체의 의견도 들어봤습니다. 김재천 건강세상네트워크 집행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네트워크 병원은 의료 민영화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결국 병원의 기업화, 대형화는 영리 추구가 목적이기 때문에 임플란트 등의 가격 자체는 쌀 수 있지만 불필요한 진료를 한다거나, 싼 가격의 재료를 쓰는 방식으로 이익을 남기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디치과 쪽은 이같은 주장과 관련해서 “박리다매의 방식으로 저렴한 치료가 가능해진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38조8항’을 둘러싼 장외전
유디치과가 의료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이제 법원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장외전이 남아 있습니다. 논란이 된 의료법 38조8항은 지난해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된 다른 네트워크 병원 사건 재판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이뤄져 헌법재판소에 넘겨진 상태입니다. 헌재가 이 법을 위헌이라고 판단한다면 유디치과는 의료법 위반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검찰 수사도 지켜볼 일입니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의료법 38조8항과 관련한 입법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치과협회가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했으며 국회의원들이 이 후원의 대가로 2011년 12월 ‘1인 1개소’ 제한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을 주도했다는 의혹입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신)에서 수사하고 있습니다. 유디치과 관계자는 “검찰이 치과협회 입법 로비 의혹 수사는 어떤 결과도 내어놓지 않은 채 유디치과만 강압적으로 수사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치과협회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치과협회가 수사에 성실히 임하는 만큼 미국에 체류중인 유디치과 설립자도 한국에 돌아와 검찰 조사를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유디치과의 설립자 김아무개(50)씨가 여러 유디치과를 실제로 운영한 사람이라고 보고 있는데, 김씨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라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검찰은 김씨를 기소중지했습니다. 기소중지란 피의자를 기소할 수 있을만큼 수사가 진행됐지만 소재불명 등의 이유로 기소를 할 수 없을 경우 수사를 잠시 중지하는 검사의 처분입니다.
이처럼 장내·외로 얽혀 있는 유디치과 사건과 관련해 법원은 어떤 결론을 내어 놓을지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여러 네트워크 병원들의 운명이 유디치과 재판 과정에서 결정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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