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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9.25 15:19 수정 : 2015.09.25 15:30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경기도 포천 육군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통합화력훈련을 참관에 앞서 북한 도발로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포천/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경기도 포천 육군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통합화력훈련을 참관에 앞서 북한 도발로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포천/청와대사진기자단
[뉴스 AS] 박 대통령의 아주 ‘특별’한 민생 대책 정리해봤습니다

“코리아 그랜드세일,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청년희망펀드, 전 장병 특별휴가와 특별할인…”

추석 명절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의 ‘특별’한 민생 대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이 ‘특별’ 조치들은 고용 확대·임금 보전 등 가계소득 증대같은 ‘정책 메시지’보다 기업, 특히 유통업계에 “물건값을 깎으라”는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합니다. 쏟아지는 명칭을 다 외우기도 힘들 지경인데요, 정부의 ‘특별 대책’들, <뉴스AS>에서 기존의 한겨레 보도들을 엮어 친절하게 설명해 드립니다.

■ 코리아 그랜드세일(Korea Grand Sale)

8월 14일부터 시작돼 오는 10월 31일까지, 한류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하는 ‘마법 같은 쇼핑관광축제’가 테마입니다. 정부는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추석 민생대책’ 중 하나로 코리아 그랜드세일 붐 확산을 들기도 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전통시장 최대 50% 할인 및 마트, 백화점 합동 세일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전통시장 등에선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니 어쩐 일일까요? 추석을 앞두고 정부의 동참 재촉이 이어지자 백화점들은 10월 정기세일을 부랴부랴 9월 말로 앞당기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네요.
▶ 바로가기 : 웃돈 받을 추석 대목에 웬 ‘코리아 그랜드세일’?

■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마찬가지 맥락의 민생대책으로, 지난 22일 정부는 최경환 부총리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오는 10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 동안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진행하기로 확정했습니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에서 따온 건데요. 블랙 프라이데이는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인 미국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다음날인 금요일을 일컫는 용어로 미국에선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둔 유통업계들이 창고 정리 차원에서 지난 시즌의 재고를 큰 할인폭으로 방출하는 일종의 행사입니다.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연말 쇼핑시즌을 알리는 시점이자 연중 최대의 쇼핑이 이뤄지는 날이지요.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도 전국 유통업체에서 최대 30~50% 등 대규모 합동 세일 행사를 하겠다는 줄거리인데요. 기존의 ‘코리아 그랜드 세일’과 차이가 있다면 그랜드세일은 8월부터 시작됐고, 블랙 프라이데이는 추석 이후란 점이 다르겠네요. 중국 관광객 유치가 목표이며, 참여하는 개별 기업에는 홍보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이름 붙이기는 지난해 11월 말 미국 직구 열풍이 불자, 유통업계들이 자체적으로 ‘블랙’ 이름을 붙인 할인 행사를 내걸고 반격했던 것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입니다.
▶ 바로가기 : 10월 2주간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전국 합동 세일

■ 청년 희망펀드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노사정 대타협에 부응하겠다며 청년 취업을 돕는 펀드를 만들자는 ‘깜짝’ 제안을 내놨습니다. 이름은 펀드지만 수익금을 돌려주지 않는 ‘기부’(공익신탁 펀드)입니다. 연말까지 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계획만 나왔을 뿐 구체적 운용방안은 미정이지만, 21일부터 각 은행에서 구좌를 열고 기부금부터 받고 있습니다. 아, 관제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 명의 아닌 ‘개인’ 기금만 받습니다.

은행들은 매일 청년희망펀드 가입 실적을 집계해 국무조정실에 보고하고 있는데요. 실적 경쟁에 공문까지 내려보내며 직원 1인당 1구좌 가입을 강요하고 있다는 <한겨레> 보도가 화제가 됐죠. 심지어 계약직이나 인턴, 청원경찰마저 가입을 강요받고 있어 “누가 누굴 돕는다는 거냐”란 불만이 가득하다고 합니다.
▶ 바로가기 : “은행 모든 직원 가입하라” 기부 강제하는 청년펀드

박 대통령 군 장병들에게 따로 제작해 ‘하사’한 특별간식.
■ 전 장병 특별휴가와 특별할인

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추석을 앞두고 모든 장병에게 ‘1박2일 특별휴가증’을 ‘하사’ 하셨습니다. 따로 제작한 격려카드와 특별간식을 전달했는데, 12억여원의 소요예산 중 4분의 1인 3억여원이 대통령 사인이 들어간 카드 인쇄비에 쓰였다고 합니다. 나머지 돈으로 구입한 특별간식은 김스낵과 멸치스낵(사진)이었습니다. 이 돈은 청와대 예산도 아니고 국방부의 ‘군 소음 피해배상금’ 예산을 당겨 쓴 것이어서 “돈은 국방부가 대고 생색은 대통령이 냈다”는 빈축을 샀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경련 등을 압박해 이 ‘특별휴가증’을 받은 군인에겐 그날치 영화할인 등을 ‘자발적으로’ 제공하라는 협조 요청을 내렸다고 합니다. 정작 정부는 군인에게 주어지는 열차 할인을 없애고, 군 보급품도 줄였다는 비판 (: ▶ 바로가기) 도 함께 제기됐습니다.
▶ 바로가기 : [단독] 청와대 “특별휴가 장병, 영화표 특별할인” 대기업 동원
▶ 바로가기 : 왕이 백성에게 나눠주듯…박 대통령 ‘특별’ 남발

‘특별’의 남발, 전통시장 상인도 처음 듣는다는 50% 세일, 유통기업 팔 비틀기…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김경락 <한겨레> 경제부 기자의 분석에 따르면, 민간 소비 부진 대응 전략의 초점이 가계소득 확충에서 ‘물건값 깎아주기’로 옮겨가는 현상은 “3%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합니다. (▶ 바로가기 : ‘가계소득 증대’에서 ‘물건값 깎아주기’로…1년만에 방향 바뀐 ‘소비 진작 대책’ )

정부는 기존의 성장률 3% 선이 올 들어 무너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8월 25일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내년 성장률을 3%대 중반으로 복귀시켜 당의 총선 일정에 도움될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해 대놓고 선거 개입 발언을 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와 올 하반기 중국 경제 불안 등으로 미래 불안을 느끼고 움츠러든 소비, 과연 쥐어짜기식 ‘특별’ 세일 행진으로 잡아둘 수 있을까요?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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