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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재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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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패션디자이너 꿈꾸던 채연에게
사랑하는 딸 채연이에게.
늘 곁에 있던 딸이 곁에 없는 게 이렇게 견디기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상상조차 못했구나. 채연이의 빈자리가 너무 크고 이겨내기 어렵다. 그 빈자리 바라보며 아빠 할 수 있는 것이 그저 딸에게 미안한 마음 갖고 눈물 흘리는 것뿐이라 죄책감은 커져만 가는구나.
딸이 다시 돌아올까 싶어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 딸 책상을 쓰다듬고 한숨 쉬며 하루하루를 시작하던 것이 어느덧 이만큼 시간이 흘렀구나. 동생이 언니를 못 잊어 언니 사진을 인화해서 침대 한쪽 벽을 꾸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빠 마음은 또 한번 무너지더구나.
사랑하는 딸, 채연아. 이제 아무것도 같이 할 수 없어 고통스럽지만 동생 희연이와 수연이 잘 지켜주렴. 아빠는 큰딸을 가슴속에 묻고 늘 아빠와 함께하고 늘 곁에 있을 거라고 믿을게.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유일한 낙이고 희망이 되어 아프지만 한번 살아가 보려 한다.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채연이에게 늘 모진 말로 공부하라고만 했던 아빠가 미안하고 또 미안하구나. 그곳에서는 채연이 꿈인 디자이너가 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멋진 옷을 선물하렴. 이제는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그곳에서 아빠와 다른 세상에 있겠지만, 채연이가 부디 더 좋은 곳에서 더 행복하게 지내길 간절히 소망한다.
아빠 꿈에 나타나 아빠를 걱정하던 딸. 지금부터는 아빠 걱정은 그만하고 그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어떻게 즐겁게 보낼 것인지 계획하고 실천하는 아빠의 큰딸이 되어주렴. 아빠의 자랑스러운 장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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