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긱스’, ‘염 크로스’ 등으로 불리며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수원 삼성)은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100도움 이정표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화성/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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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창금의 축구광
수원 삼성 MF 염기훈 탐구
‘염 긱스’, ‘염 크로스’ 등으로 불리며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수원 삼성)은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100도움 이정표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화성/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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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 자주 쓰다 보니 왼발잡이 돼
처음엔 근대2종 선수로 중학교 입학
1학년 때 축구 시작해 주전으로 뛰어
‘염 긱스’ ‘염 크로스’로 불리는 왼발 마법사
2015 시즌엔 50골-50도움 고지 올라
K리그 최초 100도움 기록 눈앞에
3년 연속 도움왕 가능성도 높아 애초부터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대표팀과의 인연이 많지 않았던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나 축구는 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신연호 감독은 “스피드는 눈에 보이는 육체의 스피드와 보이지 않는 생각의 스피드가 있다. 그런데 생각의 속도가 빨라야 한다. 미리 다음 상황을 예측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볼을 잃지 않으면서 빨리 할 때와 천천히 늦출 때를 구분해 템포를 조절하는 것도 두뇌에서 이뤄지는 축구다. 염기훈은 “항상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생각을 한다”고 했다. 여기에 훈련이 더해졌다. 신연호 감독은 “대학 시절 공만 가지고 놀았다. 항상 성실한 선수”라고 회고했다. 큰 폭으로 휘어지는 강력한 크로스, 골대 구석을 찌르는 프리킥 등은 쉬운 기술이 아니다. 움직이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크로스는 항상 달라붙는 상대를 떨구거나 피해서 해야 한다. 그 압박을 뚫고 자로 잰 듯이 공을 올리는 것은 두뇌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골대로 파고드는 동료 공격수의 발걸음을 생각하며 올린다. 상대 수비가 끈질기게 달라붙어 시간이 지체되면 그것까지 염두에 두고 골문 앞쪽에 더 붙여 띄운다.” 세워놓고 차는 프리킥의 감각은 금 간 물동이 같아서 채우지 않으면 시나브로 바닥이 드러난다. 그것은 한번 익히면 평생 가는 자전거타기와 다르다. 염기훈은 “하루라도 연습을 하지 않으면 감각이 달라진다. 본인이 먼저 안다”고 했다. 왼발로 특화한 염기훈은 대학 시절 전국대회 5차례 준우승을 경험한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이름 석자는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대학 3학년 때 대학선발팀에 처음 호출되는 등 기지개를 폈다. 염기훈은 “어떤 식이든 대표팀에는 처음 들어간 셈이다. 드디어 나한테도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당시 대학부에서 득점왕과 도움왕을 차지했는데 노력한 만큼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더욱이 왼발은 희소성이 있었다. 엘리스 캐시모어는 <스포츠, 그 열광의 사회학>에서 “왼손잡이가 절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보다 스포츠 스타 대열에서 훨씬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을 지적했는데, 왼발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팬에게 익숙한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나 바이에른 뮌헨의 아리언 로번, 레알 마드리드의 개러스 베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은 왼발잡이이다. 더 이전의 라이언 긱스, 디에고 마라도나, 요한 크라위프, 페렌츠 푸슈카시,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등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도 왼발잡이다. 오른발잡이인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20세기의 펠레도 많은 팬을 갖고 있지만, 왼발 선수는 상대적으로 눈에 띈다. 전술적으로도 왼발은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 대개의 선수가 오른발잡이여서 왼발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방향 전환에 수비가 쉽게 대응하지 못할 수가 있다. 왼쪽 윙이나 풀백이 왼발을 잘 쓴다면 반박자 빠르게 공을 띄울 수도 있고, 회전량이 다른 공으로 골키퍼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왼발잡이 킥 전문가로 고종수 수원 삼성 코치를 비롯해, 신태용 20살 이하 월드컵대표팀 감독, 하석주 아주대 감독 등이 손꼽힌다. 고종수 코치는 2001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올스타와 한·일올스타 축구대결에서 칠라베르트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한 킥으로 정점을 달렸고, 신태용 감독은 성남의 레전드로 코너킥을 왼발, 오른발 섞어가며 자유자재로 찼다. 하석주 감독은 2000년 4월 잠실 한·일전에서 골대 위 구석 좁은 공간을 뚫고 가는 결승골을 터뜨린 바 있다. 모두 선천적인 자질을 타고난 천재과다. ‘연봉 3배’ 중동팀 이적 제안 거부 그런데 염기훈의 왼발은 후천적인 노력의 산물이어서 다르다. 애초 왼발잡이가 아니었다. “유치원 다닐 때 자전거를 타다가 체인과 톱니바퀴 사이에 오른발이 끼었다. 엄지발가락과 그 아랫부분까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오른발은 아파서 공을 찰 수가 없었다. 왼발을 자주 쓰다 보니 왼발잡이가 됐다.” 축구화를 벗은 염기훈의 왼발은 특별히 다를 게 없었다. 양발 모두 가운데 발가락이 긴 편이다. 오른쪽 엄지발가락 아래에는 아직도 자전거 체인에 팬 상흔이 남아 있다. 다만 어려서부터 많이 사용한 탓인지 왼발이 좀 길어 보일 뿐이었다. 발을 두뇌나 의식이 연장된 것으로 본다면, 염기훈의 왼발은 많은 것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 그 왼발은 우리 나이 서른다섯의 염기훈을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3월말 현재 염기훈은 K리그 통산 88개의 도움주기를 쌓아, 이 부문 기록 보유자다. 하나를 더 보탤 때마다 신기록이 만들어진다. 올해 12개를 추가하면 K리그 사상 최초로 100도움 이정표를 세운다. 2015년(17개), 2016년(15개) 도움 부문 1위에 올라 3년 연속 도움왕 가능성이 있다. 2015년 50골-50도움 고지를 밟는 등 수준급 골잡이로서의 면모도 자랑한다. 후배들은 4년째 주장인 염기훈에게 비법을 자주 물어본다고 한다. 하지만 염기훈이 하는 얘기는 고정돼 있다. 그는 “연습을 하라”고 답하는데, 너무 당연한 얘기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연습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특히 프리킥은 연습 없이는 불가능하다.” 프로농구 선수가 훈련 전 수없이 많은 슛을 던지고, 야구 선수가 배팅볼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실천하느냐, 그러지 않느냐의 차이다. 하재훈 전 에스케이(SK) 감독은 “꾸준하게 한다는 것은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생활의 사이클이 항상 일정해야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기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런 정성이 그라운드에서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했다. 통상 만 15살이 되면 신경의 발달이 끝난다고 한다. 그 이상의 나이가 되면 기술적인 진전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염기훈은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염기훈은 원래 근대2종 선수로 중학교에 들어갔으나 1학년 때 축구를 시작해 주전으로 뛰었다. 남들에 비해 출발이 늦었지만 낙천적인 성격을 지닌 염기훈에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화성/강재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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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은 유치원 시절 자전거를 타다 오른발을 다친 뒤 왼발을 자주 쓰다 보니 왼발잡이가 됐다. 아직도 오른쪽 엄지발가락 아래에는 자건거 체인에 팬 상흔이 남아 있다. 화성/강재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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