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야구광 대 축구광
야구냐 축구냐
▶ 야구와 축구는 라이벌입니다. 팬층의 규모나 인기를 봐도 그렇고 즐기는 사람의 수를 봐도 그렇습니다. 심지어 <한겨레> 스포츠부에도 ‘축구 라인’과 ‘야구 라인’이 있습니다. 야구가 뜨면 축구가 가라앉고 축구가 뜨면 야구가 가라앉습니다. <한겨레> 토요판은 야구와 축구를 번갈아 집중 분석하는 ‘야구광’과 ‘축구광’을 신설하면서 축구 전문가인 서형욱 <문화방송> 해설위원과 <한겨레> 스포츠부의 야구 전문가 김양희 기자를 초대해 ‘야구냐 축구냐’를 주제로 논쟁을 벌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야기는 ‘월드컵’으로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김양희 기자는 논쟁을 해달랬더니 갑자기 취재를 하기 시작했다.
김양희 우리나라 이번에 16강에 갈 수 있을까?
서형욱 갈 수도 있다. 우리 조에 언비터블한(이길 수 없는) 팀이 없으니까.
김양희 그러니까. 그렇게 세 보이는 팀은 없더라.
서형욱 우리 팀도 그렇고. 한국 사람들이 4강 한번 하고 나서 배포가 커졌다. 우리나라 실력이 전반적으로 좋아진 것도 사실이고.
김양희 국외파가 많아졌다고 해서 좋아졌다고 할 수 있나? 벤치 멤버도 꽤 되던데.
서형욱 좋아진 거지. 외국 나가면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더 연봉을 많이 받지 않냐. 꼭 실력순이라고 할 순 없지만 프로에서는 몸값이 곧 실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김양희 어느 구단 사람이 그러던데, 우리나라 축구 선수들이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다른 나라랑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는데 맞냐. 공개되면 ‘어, 그거밖에 안 받아?’라며 다른 나라에서 뺏어가기 때문에 그렇다는데.
서형욱 그게 아니라 많이 받기 때문에 공개 안 하는 걸걸. 지금 축구단이 모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서 운영하고 있는데 너무 많이 받는 게 알려지면 좋아할 사람이 없다.
김양희 야구는 연봉 공개하잖아.
서형욱 야구는 조금 주잖아. 축구 선수가 훨씬 많이 받는다. 얼마 전에 이대호가 연봉 7억원을 요구했는데 롯데가 안 주려고 해서 팬들이 돈 모아서 주자 이런 일도 있었잖아. (2011년 초의 일이다.) 난 그거 보고 놀랐다니까. 이대호가 7억원도 못 받는다니. 축구에서는 그보다 덜 유명한 선수도 5~6년 전에 15억원씩 받았다.
김양희 왜 그렇게 많이 주나?
서형욱 야구랑 시장이 다르다. 축구는 일본만 가도 여기보다 훨씬 더 받을 수도 있다. 붙잡으려면 그 정도 줘야 한다. 게다가 축구는 완전 자유계약이다. 3년만 지나면 아무 데나 갈 수 있다. 야구는 안 그렇잖아.
김양희 야구는 신인계약금 왕창 주고 오래 데리고 있지.
서형욱 그래 봤자 얼마 안 주잖아.
김양희 많으면 10억원?
서형욱 그래도 적지. 그런데 어디 가나 어느 종목이나 잘하는 애들은 다 잘 받는다. 축구는 어중간한 선수들도 많이 받는 거지. 전세계 축구리그가 100개가 넘는다. 갈 데가, 선택지가 많다.
김양희 너무 거품이 많은 거 아냐?
서형욱 야구가 너무 안 주는 거다.
김양희 시장 상황을 보면 야구는 적절하게 주는 거 같은데….
김양희 축구팀 실력차 나면 누군가 소외
야구는 누구에게나 1/n 지분 있어
거의 매일 하기 때문에 약팀이
강팀과 열번 붙어 한번은 이겨
약자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 줘
서형욱
문화보다 체육에 가까운 축구
거기서 오는 극단적 쾌감이 있다
야구는 미디어에 최적화된 종목
‘텐아웃 3이닝’ 해도 되는데
‘3아웃 9이닝’으로 광고 더 해
2002년 6월18일 대전에서 열린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 연장전 결승골 장면. 안정환의 이 골로 한국은 이탈리아를 2 대 1로 꺾고 8강에 올라간 뒤 4강까지 진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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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양희, 서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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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운동 소질 있는 아이들
축구로 몰렸는데 기회 못 살려
프로축구 객단가가 지금 3700원
프로야구는 올해 9800원까지 올라
‘돈 주고 보는 야구’로 자리잡혀
서형욱
요즘 야구 보니 실수 너무 많더라
선수층이 너무 얇아진 거 아닌가
축구는 배우는 아이들 숫자 늘어
예전 아이들 태권도학원 다니듯
다들 축구클럽을 한번씩 한다
쪼는 맛, 또는 9회말 2사의 예측불허 사회 그래도 축구를 더 좋아할 거 아니냐. 왜 더 좋다? 서형욱 축구 하면 3가지 범주가 있는데 케이리그, 유럽축구, 국대축구 월드컵. 그런데 이게 굉장히 역사가 길고 다양하다. 제아무리 박사라 하더라도 다 알 수가 없다. 야구를 보면 메이저리그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거기는 리그가 하나뿐이지 않냐. 그런데 축구는 나라마다 다 다른 세계다. 축구 규칙만 같지 리그 운영방식도, 팀 수도 다 다르다. 선수들의 국적도 굉장히 다양하다. 야구 하는 나라는 상대적으로 적지 않으냐. 야구 선수의 이름은 그냥 영어식으로 읽으면 된다. 그런데 축구는 국적에 맞춰서 이름을 읽어줘야 하기 때문에 이 나라는 무슨 말을 쓰는지 찾아봐야 한다. 그런 점이 처음에 진입장벽으로 작동하는데, 알고 볼수록 이야깃거리가 많다. 팀과 팀 사이의 관계, 선수와 선수와의 관계, 국대끼리도 그렇다. 분쟁 국가끼리도 축구를 하니까. 그런 것들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축구는 일주일에 한번 90분 하지만 나머지 일주일을 채워주는 스토리가 굉장히 다양하다. 축구 경기를 보지 않더라도 뭔가 기대를 할 수 있게 하고 애정을 쏟을 수 있게 하는 요소들이 있다. 월드컵도 그런 것과 비슷하다. 예전에는 별거 아닌 거라도 외국에서 뭔가를 성취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있던 시기였다. 그리고 축구가 거의 유일하게 굉장히 많은 나라가 참가하는 단일한 대회를 하는 스포츠대회이고. 그런 면에서 국위선양 마케팅이 성과를 거뒀다. 케이리그는 아직까지 성과가 좀 미미하긴 하지만. 어쨌든 굉장히 다양하다.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많다. 축구에 대한 관심이 있고 조금만 노력을 한다면 파고들어갈 수 있는 게 좀더 넓지 않나 생각된다. 축구 자체에 재미를 느끼느냐는 개인차인 것 같다. 축구팬이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90분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을 거다. 대표팀 경기 빼고는. 그렇다고 그 사람이 팬이 아닌 건 아니다. 경기에서 재미를 느끼기에는 쉽지 않긴 하지만 그 외에 이야깃거리가 누적된 것이 많고 그런 것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사회 (김 기자에게) 야구가 더 좋은 점은 뭔가? 김양희 야구는, 음… 기본적으로 나는 시간을 정해놓은 종목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농구나 축구 같은 종목. 서형욱 쪼는 맛이 있잖아. 김양희 쪼는 맛이 있긴 한데, 축구 같은 경우 스코어가 4 대 0인데 1분 남으면 남은 시간은 의미가 없지 않냐. 그냥 날아가는 시간이다. 야구는 9회2사까지도 뭔가 기대를 품게 한다. 아웃카운트가 하나밖에 남지 않았어도 그래도 뭔가가 일어날 수 있다. 마지막이라도 역전의 가능성이 있다는 게 좋다. 또 늘 이야기하는 게 공평한 스포츠라는 거다. 주전선수라면 누구나 똑같이 최소한 3번의 타격 기회가 있다. 그 세번 중에 한번만 쳐도 영웅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좋은 타자가 된다. 또 매일 하다 보니까 강팀이 매일 이길 수 없는 구조다. 축구처럼 며칠 쉬었다가 하면 강팀이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야구는 거의 매일하기 때문에 강팀이라도 승률이 7할을 넘어설 가능성이 적다. 약팀도 강팀과 열번 붙어서 한두번은 이길 수 있다. 인생과는 다르게. 인생에선 늘 강자가 이기는데 야구에서는 약자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그런 게 좋다. 그리고 야구가 기록의 스포츠지 않느냐. 보면서도 막 기록을 생각하게 된다. 기록을 보면 감독의 작전도 이해하게 된다. 이 순간에 어떤 대타를 낼 거야, 투수는 어느 순간에 바꿀 거야, 이렇게. 보면서 알아맞혀가는 재미가 있다. 감독하고의 머리싸움일 수도 있고, 상대팀 감독과의 머리싸움일 수도 있다. 내 스스로 같이 경기를 하는 것 같다. 또 매일 하다 보니까 일상이 된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일기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날 야구 스코어가 적혀 있다. 누가 안타를 쳤고, 누가 이겼고 이런 게 매일의 기록처럼 남겨져 있다. 그때 야구를 좋아했던 내 마음도 같이 떠오른다. 나에게는 야구가 청춘인 거다. 같이 일상을 공유하면서 같이 늙어가는 느낌이랄까. 내가 아는 분이 김동주(두산)를 좋아하는데 김동주가 한번이라도 경기에 나와서 안타를 치고 은퇴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김동주가 이 상태로 은퇴하면 정말 가슴이 아플 것 같다, 내가 마치 사회에서 은퇴당하는 기분일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감정이입을 하는 거다. 이 사람은 나야. 일생 굴곡을 함께 겪은 느낌. 야구는 그 자체로도, 밖으로도 인생인 거다. 서형욱 그건 종목의 차이라기보다는… 케이리그 좋아하는 친구도 그런 경험 있을 거다. 김양희 그렇긴 하지만 야구는 일년에 6개월을 거의 매일매일 한다. 한해 야구가 끝나면 아 내가 한살 더 먹었구나 하는 느낌마저 든다. 어느 종목이 더 공평한가에 관하여 그렇다면 어느 운동이 더 우월한 스포츠일까? 굉장히 민감한 주제다. 특히 서 위원은 예전에 이런 주제로 곤혹을 치른 적이 있어서 특히 민감해했다. 그래도 물을 건 물어야 한다. 사회 (서 위원에게) 이래서 축구가 야구보다 더 우월하다는 점이 있나? 서형욱 모든 가치판단에서 우열을 따지는 것은 의미없지만, 축구는 스포츠라는 특성이 조금 더 발달돼 있는 것 같다. 문화와 체육을 나눈다면 체육에 더 가깝다. 거기에서 오는 극단적인 쾌감이 있다. 야구는 익힐 게 많지 않냐. 규칙들을 많이 익혀야 하고 다양한 상황들에 대한 대처가 정해져 있다. 축구는 심판재량에 다 맡겨 버리는데 야구는 공중에 뜬 공을 어떨 때 잡으면 아웃이고 어떤 때는 아니고, 스트라이크 아웃인데 아닌 아웃 이런 것도 있고. 많은 규칙이 있어서 그런 점에서 좀더 인위적이라고 생각한다. 나쁜 뜻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재밌도록 만들어진 것에 가깝다. 야구는 미디어에 최적화된 종목이다. 이를테면 텐아웃으로 3이닝 할 수도 있는데 3아웃으로 9이닝 동안 경기하기 때문에 광고를 더 많이 할 수 있지 않으냐. 또 야구는 솔직히 투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잘 치는 타자도 열번 나와서 세번, 네번밖에 못 치는데 만약에 커쇼 같은 투수가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양희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타자들이 못 치면 무승부잖아. 서형욱 어쨌든 투수가 잘 던져줘야 한다는 게 전제로 깔려 있다. 반면에 축구는 상대적으로 한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그렇게 크지 않다. 리오넬 메시, 메시는 좀 예외인가? 아무튼 이 선수가 모두를 제치고 3골을 넣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야구는 노히트 노런, 퍼펙트게임이 나오지 않느냐. 그런 걸 봤을 때 전술이란 게 더 의미가 있는 스포츠라고 축구 쪽 입장에서는 생각한다. 사회 (김 기자에게) 야구가 더 우월한 이유는? 김양희 어떤 종목이건 우열을 따질 수는 없다. 개개의 특성에 따라 호볼호도 갈리고. 축구는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스포츠다. 그래서 더 열정적일 수 있는 것 같다. 전세계에서 가장 팬이 많은 이유도 그런 걸 거다. 어린아이가 처음 봐도 이해할 만큼 경기 규칙 이해도 편하다. 손 쓰지 말고 골 넣는 거. 야구는 그런데 던지는 순간부터 볼이냐 스트라이크를 따져야 하니까 규칙이 굉장히 복잡하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조금씩 빠지면 재미나는 게 야구다. 축구도 11명 중에서 서너명의 선수가 잘하면 되는 거 아니냐. 또 축구 같은 경우는 일반적으로 공격수에 비해 수비수가 덜 각광받는 것도 같다. 서형욱 아닌데…. 김양희 야구는 수비 하나만으로도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누구나 경기에서 엔(n)분의 1 지분이 있다. 자기가 치고 달리고, 막을 수 있다. 선동열이 아무리 국보급 투수라지만 자기 혼자 국보가 될 수는 없었다. 야수가 공을 잡아줘야 하고 점수를 못 내면 승리도 못 얻는다. 야수들의 지분이 조금씩이라도 있다. 또 야구는 수비 하나만으로도 결정적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방망이를 못 쳐도 스타가 될 수 있는 공평한 기회가 있는 거다. 근데 축구는 강팀과 약팀이 만나면 점유율이 확 차이가 난다. 서형욱 야구가 27번의 아웃이 주어지는 것처럼 축구도 공평한 거다. 똑같이 90분의 기회가 주어지니까. 단지 더 잘하는 팀이 공을 오래 가지고 있는 거지. 김양희 점유율 차이가 많이 나면 결국 경기에서 누군가는 소외되는 것 아니냐. 축구는 또 생각할 틈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일단 시작하면 인저리 타임을 제외하고 45분 동안 몰아친다. 경기 내에서 조율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 서형욱 축구도 상황상황마다 미리 준비를 하고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생각을 하면서 한다. 김양희 어쨌든 이완시킬 수 있는 틈이 별로 없다. 그런데 야구는 생각할 틈이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관중이 경기에 직접 개입을 하지 않지만 나 스스로는 개입돼 분석할 수 있는 거다. 이럴 경우 수비수가 시프트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안 하네? 그러면서 욕을 하고.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서형욱 그건 각자 개인의 차이인 것 같다. <어바웃 어 보이>의 작가인 닉 혼비가 쓴 <피버 피치>라는 책이 있다. 그 사람이 영국 축구팀 아스널의 광팬이어서 자기 인생이 아스널과 어떻게 연결되면서 성장했는지에 대해 쓴 책이다. 거기에 처음 축구장 갔을 때 놀랐던 것이 사람들이 다들 욕을 하고 상처 받으러 오는 것 같다고 썼다. 대부분의 팬은 경기장에 와서 욕을 한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답답함을 표시하는 욕설받이 역할을 하는 게 축구다. 그게 종목의 차이라기보단 환경의 차이다. 야구 인기는 미국 유학생이 많아서? 곧 월드컵이다. 축구는 다시 반짝 인기를 끌 수 있을까? 야구계는 걱정하지 않을까? 김양희 월드컵 때문에 좀 영향이 있겠지만 경기를 새벽 혹은 오전에 하니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 듯하다. 서형욱 축구계는 당연히 월드컵에 큰 기대를 한다. 그나마 월드컵에 나가기 때문에 축구가 이만큼 유지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한번 월드컵에 못 나가면 그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2002년 4강까지 갔는데도 케이리그가 살아나진 않았다. 김양희 그때가 진짜 기회였는데. 서형욱 그때 축구계가 아무 노력 안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축구계는 모기업의 지원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데다가 선수들의 드나듦도 많으니까. 항상성이 없다. 그런 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여건까지 연결이 안 된다. 김양희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는 게 외국으로 들락날락하는 게 너무 많아서 그런 것 아닌가. 서형욱 스타 마케팅이 전부는 아니지만 축구장 안 가는 사람이 한번 오게 하려면 뭐가 있어야 되지 않나. 하다못해 그게 경품이든 치어리더든 뭔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잡기가 쉽지 않은 거다. 우리나라처럼 호흡이 빠른 나라에서 일주일에 한 경기, 홈경기 생각하면 한달에 두번이다. 그나마 요즘에 9시 뉴스에도 안 나오더라. 축구장에 관중이 없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축구장 크기가 커서 관중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몇천명이 항상 온다. 우리나라에서 몇천명이 모이는 이벤트가 얼마나 되느냐. 야구와 상대적인 비교도 있지만 매체에 다뤄질 때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는 점도 있다. 김양희 애정도 차이 아닐까. 야구에는 애정이 있기 때문에 보호해 주려고 하는데. 서형욱 대부분의 한국인 식자층은 미국 유학 갔다 왔다. 미국 스포츠에 관대하고 친숙하다. 영국 유학한 사람은 많지 않고 영향력도 적다. 그런 것도 영향이 있다고 내 개인적으로, 확대해석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한다. 김양희 좀 과장된 해석인 거 같은데…. 서형욱 어쨌든 백면서생들보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포츠가 영향력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메이저리그도 류현진이 이런 식으로 3~4년 잘하면 프로야구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양희 지금은 토양이 다르다. 박찬호 때만큼은 아닐 것이다. 야구장 가면 워낙 재밌고, 야구 자체가 즐기는 문화로 정착됐기 때문에. 서형욱 그래도 퀄리티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된다. 김양희 그건 아니라고 본다. 서형욱 야구를 많이 좋아하시나 보다.(웃음) 야구는 여성팬이 많기 때문에 좀 다르긴 할 거다. 여성팬들이 소비력이 좋고 쉽게 좋아하는 걸 안 바꾼다. 모든 시장에서 여성팬의 움직임을 보면 뭐가 대세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김양희 프로야구 태동기에 야구를 좋아했던 어린이들이 커서 이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됐다. 그들이 지금 애들을 데리고 야구장에 가고 있다. 야구장에 가면 애들도 놀 거리가 있다. 아이와 같이 즐겨 보는 스포츠로 바뀐 거다. 그러면서 또 새로운 토양이 만들어지고. 야구는 팬들과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상을 만들어가면서. 결국 답이 나올 수는 없는 문제다.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갈수록 비슷해졌다. 자신이 애정을 가진 스포츠는 일상이, 또 인생이 된다. <피버 피치>에는 팬이 된다는 것에 대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우리 가운데 이성적으로 응원할 팀을 선택한 사람은 거의 없다. 어쩌다 보니 그 팀을 응원하게 됐다. 그래서 팀이 2부리그에서 3부리그로 강등되거나, 뛰어난 선수들을 팔아치우거나, 형편없는 선수를 사들이거나, ‘멀대’ 같은 최전방 공격수에게 공을 제대로 연결하지 못하는 일이 700번이나 반복되어도 우리는 그저 욕이나 하고 집에 돌아가 2주 동안 속앓이를 하다가 다시 축구장으로 돌아와서 또 경을 친다.” 우리는 그저 계속 팬이 되면 될 일이다. 사회·정리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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