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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10 19:56 수정 : 2017.02.10 21:32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드라마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

올해 드라마계의 전지구적 관심 가운데 하나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선보일 새로운 오리지널 시리즈에 쏠린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옥자>와 글로벌 서바이벌 시리즈 <비스트마스터> 등으로 자체 제작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해나가는 와중에 넷플릭스가 기존에 강점을 보였던 드라마 분야에서도 최소 5편 이상의 신규 시리즈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월 첫 주자로 나선 <레모니 스니캣의 위험한 대결>이 전편 방영과 동시에 호평을 이끌어내 이후 라인업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킨 바 있다.

이달 초 공개된 새해 두번째 신규 오리지널 시리즈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 역시 흥미로운 반응을 얻어냈다. 드루 배리모어가 주연 및 제작자로 나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코믹가족극에 좀비호러물을 결합한 독특한 이야기로 점점 다채로워지는 넷플릭스 자체 제작 드라마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내용도 흥미진진하지만 드루 배리모어 외 주연배우들의 면면도 낯이 익어 반갑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드라마월드>에서 한국드라마 열혈마니아를 연기한 리브 휴슨이 드루 배리모어의 딸 역을, 미국의 현대판 서부극 시리즈 <저스티파이드>로 알려진 티머시 올리펀트가 남편 역을 맡았다.

실라(드루 배리모어)와 조엘 해먼드(티머시 올리펀트)는 같은 부동산 회사에서 중개업자로 일하는 백인 중산층 부부다. 결혼과 회사 동료 생활을 20년 이상 이어가는 만큼 부부 관계는 별 탈 없이 원만하고, 번듯한 집에 예쁜 고등학생 딸 애비(리브 휴슨)까지 둔 삶은 꽤 안정적인 듯하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 무난함에 있었다. 평범한 가족극처럼 출발한 드라마는 실라가 어느 순간 폭발적인 구토를 시작하면서 급격한 장르 전환을 선보인다. 실라는 살아 있는 듯 보여도 심장이 뛰지 않는 ‘언데드’, 즉 좀비가 되고 조엘과 애비는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의 코믹호러물로 변신하는 것이다. 악질 범죄자만을 살해하는 정의로운 소시오패스 이야기 <덱스터>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실라의 살인 행각이 가족시트콤의 외피를 뒤집어쓴 데서 나오는 기이하고 뒤틀린 웃음이 이 작품의 묘미다.

마냥 엽기적 웃음만을 겨냥하는 것도 아니다. 드라마는 안정적이지만 지루하게 살아왔던 실라가 ‘언데드’로 변하면서 오히려 원초적 본능을 분출하며 삶의 활기를 되찾는 아이러니를 통해 중산층 이데올로기의 억압적 이면을 들여다본다. 특히 그 이데올로기를 지탱해온 것이 아내이자 엄마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실라의 능동적인 좀비 변신은 더욱 흥미로워진다. 주로 로맨스 장르에서 ‘미국의 연인’이라는 아이콘으로 소비되어왔던 드루 배리모어의 엽기적 연기도 같은 맥락에서 빛을 발한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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