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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09 19:24 수정 : 2016.09.09 19:55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드라마 <하늘을 나는 타이어>

지난달 24일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 충전 중 폭발했다는 게시물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최초로 올라왔다. 당시만 해도 조작을 의심하는 반응이 많았으나 유사 사례가 잇따르자 일주일 만에 삼성전자는 전량 리콜을 선언했다. 언론 대부분의 주요 관심사는 리콜 비용이었다. 계산도 벌써 나왔다. 전문가들은 1조4000억원가량을 예상한다. 그런데 이제는 몸의 일부분이 된 스마트폰이 평온한 일상에 폭탄으로 되돌아오는 경험을 한 피해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대기업 리콜 사태 때마다 그 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는 늘 관심 대상이다. 그 ‘막대한 손해’ 뒤에 정작 피해자들의 ‘사소한 상처’는 가려지기 일쑤다.

2009년 일본 와우와우(WOWOW) 채널 방영작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역사상 최악의 리콜 사태 중 하나로 불리는 2002년 미쓰비시 자동차 리콜 은폐 의혹을 모티브로, 그 뒤에 가려진 피해자들의 아픔을 조명한 작품이다. 대형 히트작 <한자와 나오키>의 원작자이자 경제 미스터리 전문작가로 유명한 이케이도 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데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방영 당시 화제를 모았다. 일본의 산업화를 이끈 ‘미쓰비시 제국’의 중심 미쓰비시 자동차가 리콜을 막기 위해 차량 결함을 수년간 은폐한 사건은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드라마는 그 사회적 충격 이전에 피해자들의 삶이 어떻게 무너져갔는지를 주목한다. 이야기는 이 은폐 의혹이 세상에 드러난 계기가 된 사망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린 아들과 함께 인도를 걷던 여성이 대형트럭과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운전자는 차에서 타이어가 분리되었다고 주장한다. 트럭 제조사인 호프자동차는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트럭을 소유한 운송회사의 정비 불량에 책임을 돌린다. 운송사 대표 아카마쓰(나카무라 도루)는 호프자동차 조사에 의혹을 제기하지만, 언론도, 경찰도, 힘없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편에 선다.

드라마가 이 비극을 묘사하는 방식은 매우 현실적이고 냉철하다. 은폐를 주도하는 가노 상무(구니무라 준)는 ‘악마화’된 재벌이라기보다 조직 수장으로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전형적 기업인’으로 묘사되고, 호프자동차 쪽 조사 결과에 손을 들어주는 경찰 쪽도 대기업의 명성을 신뢰하는 관성을 따른 것이다. 거대기업의 심기를 거스르려 하지 않는 언론 역시 각자의 이익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이기심이 모였을 때 비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모두가 불의에 잠깐 눈감은 결과는 가장 약한 자들에게 수십, 수백 배의 상처로 되돌아간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하늘을 나는 타이어>의 미덕은 사회 조직의 생리를 정밀하게 그리면서도 사회고발극이 흔히 명목상 소재로만 이용하기 쉬운 피해자의 아픔을 결코 잊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극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와중에도 주인공은 틈날 때마다 사건현장을 찾아 꽃을 바치며 비극의 시작을 환기한다. 흔히 사회의 진보성은 약자를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고 한다. 어떤 사건에서 피해자의 아픔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 척도일 것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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