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05 19:12
수정 : 2016.08.05 19:23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올여름, 영화 팬들을 가장 흥분시킬 작품은 극장이 아니라 안방에 있을지도 모른다. 넷플릭스의 새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는 그동안 꾸준히 할리우드 영화를 뛰어넘으려 했던 ‘미드’의 야심이 창조해낸 완벽한 오락물이다. 같은 시도를 했던 드라마들이 흔히 영화계 거물들을 제작자로 끌어들이거나 대작 영화 못지않은 규모와 기술을 내세우는 것과 달리, 순전히 창작력으로 일궈낸 결과라는 점에서 놀랍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창작력이 영화의 세계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점은 더 인상적이다. 드라마 팬보다 영화 팬에게 더 흥미로운 작품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묘한 이야기>는 한마디로 1980년대 미국 오락영화들의 판타지를 종합한 테마파크 같은 작품이다. 1980년대라는 배경이 중요한 것은 본격적인 블록버스터 시대와 가족영화 전성기가 열리며 영화의 대중성이 극대화된 시기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커스, 리처드 도너 등 영화가 줄 수 있는 판타지의 최대치를 경신하며 전 연령대의 사랑을 받은 흥행감독들이 이때 황금기를 열었다. <기묘한 이야기>가 1980년대를 재현하며 생생하게 되살린 것은 바로 이 보편적 판타지의 쾌감이다. <이티>, <구니스>, <폴터가이스트>, <스타워즈> 등 당시 오락영화들의 정수를 뽑아내 맛깔나게 버무렸고, 그중에서도 제일 대중적인 스필버그식 모험담과 스티븐 킹 스타일의 미스터리를 주축으로 삼았다.
이야기는 1983년 인디애나주 시골 마을에서 윌 바이어스(노아 슈냅)라는 소년이 사라지면서부터 시작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친구를 찾기 위한 세 소년의 모험담, 경찰서장을 중심으로 한 수사극, 바이어스 가족의 윌 구출기가 각각 전개되고, 여기에 의문의 초능력 소녀와 괴생명체를 둘러싼 정부기관의 음모가 더해진다. 어드벤처, 에스에프(SF),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 가족극, 수사극 등이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지만 모든 요소가 천연덕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더구나 이 사이에는 수많은 영화에서 인용한 장면들이 줄줄이 이어지는데 그 이음새가 너무나 매끄러워 ‘오리지널’보다 더 ‘오리지널’처럼 보인다는 것이 가장 놀라운 점이다. 각 캐릭터의 서사와 관계의 드라마가 치밀하고 탄탄하게 뒷받침된 덕이 크다. 다소 부차적인 낸시(나탈리아 다이어)와 조너선(찰리 히턴)의 로맨스조차 가족사, 환경, 성격에 대한 간단한 언급만으로도 괴물의 정체 못지않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이 이 작품의 힘이다.
<기묘한 이야기>의 핵심 성격은 첫 회 등장한 소년들의 보드게임에 압축되어 있다. 윌과 친구들이 평소 즐기던 오락물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새롭게 세공해낸 이 놀이는 추후 그들이 겪는 모험담에서 실제로 재연된다. 말하자면 <기묘한 이야기>는 현실 위에 온갖 상상의 세계를 겹쳐 구현해낸 증강현실 같은 세계인 것이다. 1980년대생인 형제 감독 맷 더퍼와 로스 더퍼는 이처럼 자신들의 문화적 자양분 위에 경계 없는 상상의 세계를 쌓아 올려 놀랍도록 흥분되고 입체적인 드라마를 창조해냈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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