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피어 더 워킹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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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피어 더 워킹데드>
지난주 미국 방송가는 한 신작 드라마에 대한 화제로 떠들썩했다. 케이블채널 에이엠시(AMC)가 선보인 <피어 더 워킹데드> 이야기다. 케이블티브이 역대 최고의 시청률 기록을 계속해서 갈아치우는 중인 ‘괴물 미드’ <워킹데드>의 스핀오프답게 엄청난 기대 속에 모습을 드러낸 이 시리즈는 첫 방송부터 1000만이 넘는 시청자들을 불러모으며 작품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입증해 보였다. 에이엠시로서는 <워킹데드> 정규 방영 사이에 시청자들을 지속적으로 붙잡아둘 수 있는 또 하나의 히트아이템을 성공적으로 발굴한 셈이다. 작품에 대한 반응도 호평이 주를 이룬다.
<피어 더 워킹데드>는 좀비가 점령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물 <워킹데드> 이전의 시간대로 거슬러 올라가 좀비 바이러스가 이제 막 퍼지기 시작한 종말의 도입부를 그린다. 배경은 로스앤젤레스로 옮겨졌고 중심인물들도 오리지널 쇼와는 다른 새 인물들이다. 오프닝만 보면 마치 <워킹데드> 예고편 같다. 주인공 닉 클라크(프랭크 딜레인)가 눈을 뜨고 갑작스럽게 맞닥뜨리는 악몽 같은 풍경은 <워킹데드> 시즌1에서 주인공 릭 그라임스(앤드루 링컨)가 오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직면하게 되는 지옥도와 대구를 이루며 이후의 재난드라마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충격적인 오프닝을 지나고 나면 의외로 평범한 가족드라마가 전개된다. 닉이 본 풍경은 마약에 의한 환각으로 치부되고 이야기는 그보다 더 현실적인 닉 가족사로 파고들어간다. 모친 매디슨(킴 디킨스)은 문제아인 아들 닉과 자꾸만 겉도는 딸 얼리샤(얼리샤 데브넘캐리)로 인해, 그녀와 동거를 시작한 트래비스(클리프 커티스)는 전 부인과의 사이에 둔 아들 크리스(로렌조 제임스 헨리)와의 불화로 골치가 아프다. 구제불능처럼 보이는 닉에게도 절망의 와중에 미치지 않으려는 절박한 고충이 있고, 얼리샤는 가족에게서 벗어나고픈 욕망과 연민 사이에서 방황한다.
얼핏 보면 이들의 갈등은 앞으로 닥쳐올 대재앙에 비하면 지극히 사소하게 느껴지지만 한걸음 더 들어가보면 오히려 그 예정된 비극 때문에 더 무게와 가치를 지니게 된다. 적자생존의 지옥이 다가오기 이전의 인간다운 고민들은 어떠했는가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그런 측면에서 좀비가 주는 충격 효과보다 인간 심리에 주목하는 오리지널 쇼의 핵심 정신을 스핀오프 역시 충실히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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