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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드라마 <콘스탄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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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드라마 <콘스탄틴>
가을 시즌에 접어든 미국 드라마계에서 제일 눈에 띄는 특징은 히어로물의 유행이다. 특히 슈퍼히어로물의 양대 산실 중 하나인 디시(DC) 코믹스 기반의 신작들이 대거 등장해 관심을 모은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영화 <어벤져스>, <엑스맨> 시리즈 등으로 극장가를 초토화하는 마블 코믹스에 맞서 드라마계를 지배하려는 디시의 야심 아니냐는 농담이 오갈 정도다. 대표적인 기대작은 <배트맨>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고담>, 번개처럼 빠른 슈퍼히어로 플래시를 주인공으로 한 <플래시>, 그리고 <콘스탄틴>이다.
이 가운데 <콘스탄틴>은 조금은 색다른 영웅을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앞서 발표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2005년도 영화 <콘스탄틴>은 정의로운 영웅에 가까운 콘스탄틴을 그려냈지만, 원래 원작의 설정은 차라리 악당이라 불러도 무방할 주인공이었다. 퇴마사 콘스탄틴은 악마와 싸우면서도, 때로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 악마와 다시 거래할 수 있는 자다. 말하자면 선과 악의 경계에서, 가까스로 선의 가장자리를 붙들고 있는 어두운 영웅이 존 콘스탄틴이다.
드라마 속 콘스탄틴은 영화보다는 원작에 충실하다. 존 콘스탄틴(맷 라이언)은 스스로를 “그림자에서 나온 자”라 일컫는다. 자신을 낳다가 사망한 모친의 영혼과 만나기 위해 독학으로 흑마술을 터득한 이후, 그는 늘 죽음의 그림자와 어둠의 존재들에 둘러싸여 살아왔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그 어둠과의 고독한 싸움으로 인한 피로와 고통의 주름이 깊숙이 파여 있다.
드라마는 콘스탄틴의 고뇌가 절정에 달한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받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다. 악령에 갇힌 소녀를 구하기 위해 더 강한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가 오히려 소녀를 희생시킨 사건 때문에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그는 이번 기회에 퇴마사의 길을 접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왔다. 하지만 저주받은 운명은 결코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오래전 빚을 진 친구의 딸이 죽음의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콘스탄틴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밤의 거리로 나선다.
콘스탄틴의 캐릭터 못지않게 인상적인 것은 작품의 세계관이다. 평범해 보이는 세상 너머에는 ‘출구를 찾지 못해 갇힌 영혼들’이 배회하고 인간의 약한 마음을 파고들어 잠식하려는 악령이 수시로 떠돈다. 콘스탄틴은 그 세상의 이면까지 포함한 세계가 “실제 세상”이라 말한다. 지옥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에 있다는 그와 같은 인식은 역설적으로 천국 또한 그러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콘스탄틴은 절망 속에서도 악마에게 끌려간 소녀와 자신의 영혼이 구원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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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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