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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31 18:46 수정 : 2014.11.01 09:40

미국드라마 <콘스탄틴>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드라마 <콘스탄틴>

가을 시즌에 접어든 미국 드라마계에서 제일 눈에 띄는 특징은 히어로물의 유행이다. 특히 슈퍼히어로물의 양대 산실 중 하나인 디시(DC) 코믹스 기반의 신작들이 대거 등장해 관심을 모은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영화 <어벤져스>, <엑스맨> 시리즈 등으로 극장가를 초토화하는 마블 코믹스에 맞서 드라마계를 지배하려는 디시의 야심 아니냐는 농담이 오갈 정도다. 대표적인 기대작은 <배트맨>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고담>, 번개처럼 빠른 슈퍼히어로 플래시를 주인공으로 한 <플래시>, 그리고 <콘스탄틴>이다.

이 가운데 <콘스탄틴>은 조금은 색다른 영웅을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앞서 발표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2005년도 영화 <콘스탄틴>은 정의로운 영웅에 가까운 콘스탄틴을 그려냈지만, 원래 원작의 설정은 차라리 악당이라 불러도 무방할 주인공이었다. 퇴마사 콘스탄틴은 악마와 싸우면서도, 때로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 악마와 다시 거래할 수 있는 자다. 말하자면 선과 악의 경계에서, 가까스로 선의 가장자리를 붙들고 있는 어두운 영웅이 존 콘스탄틴이다.

드라마 속 콘스탄틴은 영화보다는 원작에 충실하다. 존 콘스탄틴(맷 라이언)은 스스로를 “그림자에서 나온 자”라 일컫는다. 자신을 낳다가 사망한 모친의 영혼과 만나기 위해 독학으로 흑마술을 터득한 이후, 그는 늘 죽음의 그림자와 어둠의 존재들에 둘러싸여 살아왔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그 어둠과의 고독한 싸움으로 인한 피로와 고통의 주름이 깊숙이 파여 있다.

드라마는 콘스탄틴의 고뇌가 절정에 달한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받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다. 악령에 갇힌 소녀를 구하기 위해 더 강한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가 오히려 소녀를 희생시킨 사건 때문에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그는 이번 기회에 퇴마사의 길을 접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왔다. 하지만 저주받은 운명은 결코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오래전 빚을 진 친구의 딸이 죽음의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콘스탄틴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밤의 거리로 나선다.

콘스탄틴의 캐릭터 못지않게 인상적인 것은 작품의 세계관이다. 평범해 보이는 세상 너머에는 ‘출구를 찾지 못해 갇힌 영혼들’이 배회하고 인간의 약한 마음을 파고들어 잠식하려는 악령이 수시로 떠돈다. 콘스탄틴은 그 세상의 이면까지 포함한 세계가 “실제 세상”이라 말한다. 지옥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에 있다는 그와 같은 인식은 역설적으로 천국 또한 그러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콘스탄틴은 절망 속에서도 악마에게 끌려간 소녀와 자신의 영혼이 구원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지상파 방송사인 <엔비시>(NBC)에서 방영되는 관계로 콘스탄틴의 트레이드마크인 줄담배를 비롯해 몇몇 설정이 순화된 것처럼, 어둡고 폭력적인 원작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한계는 꽤 뚜렷한 단점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생적으로 음울한 이단적인 영웅의 매력은 이 작품을 계속해서 지켜보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다.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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