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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10 18:37 수정 : 2014.10.11 16:24

영국 드라마 <아워 주>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영국 드라마 <아워 주>

“동물원은 동물을 인간처럼 보이게 하는 동시에 인간을 동물처럼 보이게 하여 마음을 어지럽힌다.”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집 <동물원에 가기> 속 한 문장이다. 영국 <비비시>(BBC)의 신작 <아워 주>(Our Zoo) 역시 비슷한 문장으로 드라마의 문을 연다. “동물에 대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그들도 우리 인간들과 똑같다는 것이다.”

<아워 주>는 영국 체스터 동물원의 탄생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1931년 설립된 이 동물원은 동물을 단순한 볼거리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식하며, 현재까지 세계 최고의 동물원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드라마는 동물원의 설립자인 조지 모터셰드(리 잉글비) 일가의 실화를 기반으로, 평범한 가족이었던 그들이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동물과 공존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동물과 인간이 다르지 않다’는 <아워 주>의 주제문은 근본적으로 고통과 상처의 공유로 설명된다. 첫 회에서 조지는 자신을 닮아 동물을 사랑하는 막내딸 준(아너 니프시)과 서커스 구경을 갔다가 좁은 우리 안에 갇힌 사자를 보고 슬픔을 느낀다. 그 고통은 제1차 세계대전의 기억과 관련되어 있다. 전쟁에서 형을 잃고 자신도 큰 부상을 입었던 조지는 종전 뒤에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다. 인간이 같은 인간을 죽여야 하는 폭력적 상황 자체가 불가해한 비극이었고, 조지는 인간을 위한 쇼에 이용당하는 철창 안 사자에게서 같은 고통을 발견했던 것이다.

드라마 속 체스터 동물원 탄생기는 자연스럽게 인간과 동물이 함께 치유받는 길로서 공존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동물원의 시작도, 안락사 위기에 처한 앵무새와 원숭이를 조지가 집으로 데려오는 작은 행동에서부터 출발한다. 세번째 동물 식구로 서커스에서 이용 가치가 사라져 사자 먹이가 될 운명에 처한 늙은 낙타가 합류하면서, 조지는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렸던 동물원 설립의 꿈을 꾸게 된다.

조지와 그의 가족이 동물원을 세우는 과정에서 겪는 시련도 동물들의 시련과 병행하여 흘러간다. 동물들과 편안한 자연의 공간에서 함께 살기 위해 이주한 체스터에서 낯선 이방인이 된 조지 가족의 모습은 인간 사회에서 격리와 경계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동물들의 운명과 그리 다르지 않게 묘사된다. “철창도, 우리도, 벽도 없는” 동물원을 만들고 싶다는 조지의 꿈이 세상 전체를 향한 소망으로 들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 개인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품은 꿈은 그렇게 우리의 시대적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을 환기시킨다. 몹시 아름다운 이야기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9월 초 방영을 시작한 <아워 주>는 지난 8일, 총 6부로 시즌 1의 이야기를 모두 마쳤다. 마을 주민들의 반대, 경제적 문제, 관리들의 이기심 등 여러 현실의 장애를 뛰어넘고 마침내 체스터 동물원 개장이 결정됐다. 사랑스러운 동물들과 잠시 이별하면서, 국내에서는 지난해에야 발의된 동물원법이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주목하는 것도 시즌 2를 기다리는 자세 중 하나이겠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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